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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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내릴수록 눈물이다
시인 임준빈
우리가 태운 비닐연기
우리가 함부로 버린 쓰레기 혼
우리가 지키지 않은 분리수거
우리가 무심코 남긴 음식물
이런 아픔들이 모여 모여
바람 타고 구름이 되었다
하늘은 이미 젖은
무언가의 홍수
어느 슬픔이 격한 날
비 되어 내린다
ㅡ지구 사랑, 환경 사랑
지금 우리의 실수가 내린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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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내릴수록 눈물이다
― 임준빈 시인의 생태시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임준빈 시인은 자연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는 시인이다. 그에게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생명 있는 존재’로 인식된다. 그의 시 '비는 내릴수록 눈물이다'는 단정하고 절제된 언어 속에 울컥이는 감정을 숨기고 있다. 비닐연기, 버려진 쓰레기, 분리되지 않은 폐기물, 남겨진 음식물 등 일상 속에서 무심코 저지른 행위들이 시의 서두에 차례로 호명된다. 여기서 시인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인간의 죄의식을 문명화된 언어로 환기시키고 있다. 이 고백은 고발을 넘은 참회의 서사다.
‘이런 아픔들이 모여 모여 / 바람 타고 구름이 되었다’는 구절은 환상적이면서도 슬프다. 인간의 잘못이 모여 구름이 되었고, 결국 ‘젖은 하늘’에서 떨어진다. 비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실수가 되돌아오는 눈물’이라 말하는 시인은, 비를 통해 지구의 슬픔을 환기시키고, 그 슬픔의 주체가 결국 인간 자신임을 상기시킨다. ‘슬픔이 격한 날 / 비 되어 내린다’는 결구는 비유의 정점을 이룬다. 이 비는 하늘이 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무책임이 하늘로부터 회귀하는 통곡이다.
임 시인의 시세계는 생태와 인간의 관계를 한없이 밀착시킨다. 그는 결코 높은 자리에서 훈계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눈물부터 바닥에 쏟아낸다. 그러하기에 독자는 죄책감보다는 애틋한 연민을 느끼게 되고, 부끄러움 속에서도 공감의 여지를 갖는다. 이처럼 그의 시는 윤리적이되 도덕주의적이지 않고, 날카롭되 따뜻하며, 비판적이되 품고자 한다.
그의 시에는 문학적 메타포가 곳곳에 깃들어 있다. ‘비는 눈물이다’는 단순한 직유를 넘어선, 감정과 환경, 하늘과 인간을 연결하는 거대한 상징이다. ‘바람’과 ‘구름’은 인간이 쏘아 올린 폐해의 전달자이자 전달 경로이고, ‘하늘’은 그 모든 것을 받아 품는 어머니의 가슴이며, ‘비’는 결국 슬픔의 결정체다. 이처럼 임준빈 시인은 문학과 생태를 연결하고, 감성과 의식을 결합하는 데 능하다.
그의 삶의 가치철학은 ‘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구의 일부일 뿐이다’라는 겸허한 인식에 닿아 있다. 시는 경고가 아니라 자성과 사랑의 언어여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작품 전반에 배어 있으며, 그 진심이 오늘날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문명이 남긴 흔적 위에 꽃을 피우는 그의 시는, 말없는 대지의 눈물을 닦아주는 문학의 손수건이 되어준다.
결국, ‘비는 내릴수록 눈물이다’라는 한 문장이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간명하면서도 묵직하다. 지금 우리가 흘리는 땀과 눈물이 지구의 눈물이 되지 않도록, 이제는 돌아보아야 한다. 임준빈 시인의 시는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라, 자연을 닮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마음은 문학이 감당해야 할 가장 순결한 책무이기도 하다.
ㅡ 청람 김왕식
□ 임준빈 작가의 저작 '직지 상ㆍ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