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김왕식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말 잘하는 사람이 세상을 움직이던 시대는 오래전 끝났다.
이제는 잘 ‘듣는’ 사람이 사람을 살리고,
관계를 살리고, 나아가 세상을 조금씩 따뜻하게 한다.
그러나 진짜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흘려듣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의 삶 전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는 깊은 행위다.

경청은 고요한 사랑이다.
그 사람의 말을 끊지 않고 기다려주고,
그 사람의 감정을 비워진 마음에 담아주는 일이다.
그것은 마치 겨울 저녁,
손 시린 이를 위해 찻잔을 내어주는 것과 같다.
말보다 먼저 따뜻함이 전해지는 순간이다.

지금 세상은 말을 쏟아내기에만 바쁘다.
사람들은 듣기 위해 귀를 여는 것이 아니라,
대꾸를 준비하기 위해 잠시 멈출 뿐이다.
대화는 말과 말의 전투가 되었고,
진심은 문장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그럴수록 ‘듣는 일’은 더 소중해진다.
들어주는 사람이 곧 위로가 되고,
듣는 태도가 곧 품격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들어줌’을 통해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네가 그렇구나.”라는 한마디 속엔
수많은 말보다 큰 수용이 담겨 있다.
그것은 판단하지 않겠다는 약속이고,
그대로의 당신을 이해하려 한다는 진심이다.

잘 듣는 사람은,
말의 끄트머리에 있는 망설임까지 포착한다.
그는 ‘말하지 않은 것’까지 귀 기울인다.
그런 사람 곁에서는 마음이 놓이고,
사람은 스스로 풀려난다.
이해하려는 마음 앞에서
사람은 누구나 솔직해진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 수집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당신의 말이 나에게 중요하다는 표시이고,
당신의 존재를 내가 귀하게 여긴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그래서 진짜 듣는 사람 곁엔
사람이 머문다.
그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영향력을 갖는다.
그가 품은 침묵은,
말보다 더 많은 위로를 전한다.


“경청은 고요한 사랑이다.”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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