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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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특별합니다”라는 말 한마디의 기적
― 로젠탈 효과를 통해 본 대한민국 교육의 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기대는 능력을 키우고, 칭찬은 존재를 일으킨다.”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는 이 명제를 증명한 대표적 사례다. 1968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로버트 로젠탈 교수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의미 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무작위로 선별한 학생들의 이름을 교사에게 전달하며 “이 학생들은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곧 성적이 향상될 것입니다”라는 말만 건넸을 뿐이었다. 놀랍게도 8개월 후, 이들 학생은 실제로 눈에 띄는 학업 성취를 보여주었다. 교사의 기대와 믿음, 그것이 아이들을 바꾸고,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이 실험은 단순한 심리학적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교육의 본질에 관한 통찰이다. 인간은 기대받는 만큼 성장한다. 특히 어린 시절, 믿어주는 눈빛 하나, “넌 할 수 있어”라는 말 한마디가 아이의 세계를 통째로 바꿔놓을 수 있다. 교육이란 결국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씨앗처럼 심는 일이고, 그 씨앗은 교사의 따뜻한 손끝에서 싹튼다.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은 흔들리고 있다. 학생은 지쳐 있고, 교사는 소진되고 있으며, 학부모는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입시 중심의 구조 속에서 ‘아이 한 명’을 향한 애정과 관심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학교는 교과목을 전달하는 기능 기관으로 전락했고, 교실은 경쟁과 서열의 소음으로 가득 찼다. 그런 상황에서 로젠탈 효과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아이를 믿고 있는가?” “그들의 가능성을 말로, 시선으로, 사랑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는가?”
교육의 본질은 지식 이전에 ‘존재의 가능성을 키우는 일’이다. 로젠탈 교수의 실험은 이것을 상기시킨다. 아이들이 특별한 존재로 성장하는 것은 그들이 원래 비범해서가 아니다. 누군가가 먼저 ‘넌 특별하다’고 말해주고, 그렇게 대우해 줬기 때문이다. 기대는 단지 미래의 희망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행동을 결정하는 동력이다. 교사의 말투, 눈빛, 질문 하나에도 아이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통해 자기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한국의 교육이 회복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신뢰’다. 교사가 학생을 믿고, 학생이 교사의 마음을 느끼고, 부모가 학교를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의 회복이 시급하다. 지금 교실은 기술로는 풍요롭지만 정서적으로는 황폐해져 있다. 입시 결과에 따라 교사의 평판이 정해지고, 성적에 따라 아이의 정체성이 평가되는 현실 속에서 누가 먼저 ‘그 자체로 존중받는 인간’을 키워낼 수 있겠는가.
교육은 더 이상 결과만을 말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과정과 눈빛, 말과 기다림을 말해야 한다. 로젠탈 효과는 교육의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알려준다. 그것은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넌 가능성이 많아요”라는 작은 말의 위대함이다. 이 믿음이 축적되면, 아이는 어느 날 스스로 문을 연다. 그 문 너머에는 성적보다 더 중요한 ‘존엄한 자아’가 있다.
한국 교육은 지금 다시 교사의 눈빛을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일제고사의 그래프를 보기 전에, 아이의 표정을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무기력과 냉소 속에 갇힌 교사도 로젠탈 효과를 통해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내 수업을 듣는 한 명의 아이에게 “넌 나의 기대다”라고 말하는 순간, 교육은 다시 길을 찾게 된다.
‘교육의 기적’은 거창한 구조개혁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교실 안 작은 변화, 아이를 향한 따뜻한 기대, 그리고 “너는 이 사회의 소중한 존재야”라는 믿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로젠탈 효과는 그걸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 교육이야말로 그 기적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이다.
교육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방식이며,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언어의 품격이다. 오늘 한 아이에게 “넌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자. 그 한마디가, 미래를 바꾼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교육이다.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