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궤적 위에 새겨지는 사랑의 문장 ㅡ청람 김왕식

김왕식






사람이라는 이름의 별
― 인연의 궤적 위에 새겨지는 사랑의 문장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람은 서로의 거울이기도 하다. 때로는 나를 비추는 반영으로, 때로는 내가 닿지 못한 마음의 닻으로 다가온다. 무심한 한 마디에 상처받고, 아무런 이유 없이 울컥 그리워지는 사람. 가까이 있을 땐 말없이 지나쳤지만, 멀어진 후에야 마음이 자주 머무는 사람. 그런 사람이 우리 인생에는 누구나 한 명쯤은 있다.

기억 속 사람들은 늘 한 구절로 돌아온다. “보고 싶다.”는 문장으로. 그러나 그 말을 꺼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계절을 보내야 하는가. 그리움은 시간을 먹고 자란다. 마치 빗물 머금은 나무처럼, 겉으론 고요해도 속은 촉촉이 젖어 있다. 그래서 오래전 떠난 사람 하나가, 어느 날 문득 창밖 빗소리나 노을 진 하늘을 타고 불쑥 찾아온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주소를 갖고 있다. 누군가는 고요한 이름으로, 누군가는 잊지 못할 향기로 남는다. 삶이 고달플 때 불현듯 떠오르는 그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건넸던 말, 웃음, 눈빛, 그것 하나로 다시 하루를 견딘다. 그런 존재는 많지 않다. 많아도 안 된다. 귀하고 깊어야 진짜다.

누구든 언젠가 누군가의 한 줄이 된다. “그 사람, 참 좋았지.”
우리의 삶은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이름 하나. 떠올리는 순간 미소 짓게 되는 사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사람, 말없이 손잡고 싶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인생은 따뜻하다.

지금 이 순간 곁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만히 바라보자. 다정한 말 한마디, 고마운 눈빛 하나 건네보자. 어쩌면 그 사람은 오늘도 말없이 당신을 지켜주고 있을지 모른다. 아무런 보상도 없이, 당신이 웃는 것을 가장 먼저 바라보며 기뻐해주는, 말 없는 빛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인연은 늘 가까이에 있다. 매일 마주하면서도 특별하다는 걸 잊고 지내는 사람,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간과한 사람. 그 사람을 향한 작은 배려 하나, 그 사람을 위한 짧은 시간 하나가 언젠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이 된다.

사람이란 본디 외로운 존재다. 그러나 사랑을 주고받을 때, 비로소 온전해진다. 손을 잡으면 따뜻해지고, 눈을 맞추면 마음이 열린다. 말을 걸면 관계가 시작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기억이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서로의 하루에 녹아들며, ‘함께 살아간다’는 말을 배운다.

그러니 그리운 이에게 전화를 걸자. 보고픈 이에게 편지를 쓰자. 늘 곁에 있는 사람에게 “고마워”라고 말하자. 사랑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사랑은 사람 사이, 말과 마음 사이에 있다.

좋은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결국 누군가의 삶에 작은 햇살로 머무는 일이다. 그러면 언젠가, 당신이라는 사람도 누군가에게 “참 고마웠던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 기억 하나로, 사람은 다시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그 이름 하나로, 오늘도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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