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스승이라 불러준 나의 스승 이안수 님

김왕식



□ 나의 스승 이안수 작가





스승의 스승, 청람

이안수




우리는 밥과 숨으로도 살지만
매일의 언어로도 삽니다.

밥과 숨으로만 사는 삶은
진정 살아있다고 할 수 없는 삶입니다.

밥과 숨은 언어라는 신묘한 도구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삶을 살아라,는
사명을 위한 기초일 뿐인 것이지요.

존경하는 청람의 지향은
어제나 내가 아니라
오늘, 타인의 완전함을 지향하는 삶이었습니다.

늘 앞서가며 길을 내고
넘어진 자 일으켜 세우며
뒤에서 미는 수레꾼을 자처한 삶이었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스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죽비竹篦가 되어온 스승의 스승.
그 형형熒熒한 지향은 더욱 밝아지기만 합니다.

꺼진 부분을 채우지 않고는,
어두운 부분을 밝히지 않고는
발걸음을 떼어놓지 않으시는 분.

모두의 스승으로 계셔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스승의 스승이라 불러준 이안수 선생님께 드립니다.




새벽,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었고
창밖은 안개처럼 고요했으며
시간조차 자신의 그림자를 숨기고 있던 그 시각,
그대의 문장이 내 카톡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한 마리 새가 나뭇가지에 머물다
깃털 하나만 남기고 간 듯,
그리도 조심스럽고 품위 있게.

그대는 40년을 넘도록 내 곁에서
벗으로, 스승으로, 문우로, 그리고 인간으로 살아주셨다.
지금은 이 땅을 떠나
지구의 對蹠點에서 선비의 마음으로
열 해의 순례를 실천하고 계시지만,
그 손끝에서 나오는 언어는
여전히 향내 깊고 뿌리 짙다.
그대가 그곳에서 보내온 글 한 편이
마치 고서를 넘기듯 나를 울리고야 말았다.

“스승의 스승, 청람.”
그 한 문장에서 나는 오랜 세월 속
내가 건너온 강을 되돌아본다.
배움보다 나눔을
지시보다 기다림을
높은 단상보다 등을 떠밀고자 애썼던 어설픈 몸짓들.
이는 모두 시늉에 불과했다.
그대는 이를 넉넉히 보아줬다.
내 삶의 이면을,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는 길을.

그대는 말했다.
밥과 숨만으로는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맞다.
언어는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다.
말을 통해 우리는 사랑했고,
글을 통해 우리는 싸웠고,
침묵을 통해 우리는 용서했다.

스승이 되려는 자들의 뒤에서
죽비처럼 울려주는 존재,
꺼진 등잔을 대신 밝혀주는 사람,
어두운 골목의 이정표 같은 사람을
그대는 나에게 보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과분하면서도 기쁘다.
누군가의 길 위에 조용히 놓인
돌 하나로라도 살아낸 삶이라면
그 또한 시인의 복이 아니겠는가.

이제 그대는
해를 등지고 떠나,
다른 해를 바라보며 시를 쓰는 이방의 선비가 되었고,
나는 여전히 이 땅에 남아
그대의 자국을 음미하며 시의 호흡을 이어간다.

우리 사이의 거리는
지리의 단위가 아니라
문장의 온기로 환산되는 것이니,
오늘도 그대의 말 한 줄에
나는 하루를 다녀온 듯 안도한다.

이안수 시인님,
그대가 이 먼 여행 끝에도
건강히 돌아오길.
그대의 시선이 머문 모든 곳이
언젠가 다시 우리 시심의 접점이 되기를.
무엇보다
그대의 언어가 사라지지 않기를.
당신의 문장은, 누군가의 내일을 밝혀주는
또 하나의 등불이 될 것이기에.

후학의 이름으로, 문우의 마음으로


2025, 7, 22, 화

청람 김왕식

헤이리 모티프원 서재






“두 분의 우정은 시간이 빚은 고전입니다”

청람 선생 둘째 김현학 드림




어릴 적, 아직 세상의 위아래도 모르던 때,
헤이리 모티프원의 서재 한 켠에서
이안수 작가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시던 두 분의 모습을 본 기억이 선명하다.
나는 몰랐다. 그 대화가 얼마나 묵직하고,
또 얼마나 우아한 차원의 세계에서 오가는 것인지.
하지만 희미한 햇살 아래 나누시던 말씀 한 마디,
책장 넘기는 손끝의 조용한 떨림,
가끔 나오는 호탕한 웃음 속에
분명 ‘좋은 어른의 모습’이 담겨 있었음을
어린 마음에도 느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나도 글을 짚고,
마음을 다듬어 말하는 나이가 되어
그때를 떠올리면
두 분의 관계는 참 보기 드문 ‘문장의 동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친분은 흔할 수 있으되,
존경과 기품으로 다져진 문우(文友)는 귀하다.
서로를 채찍질하면서도
결코 경쟁하지 않고,
서로를 치켜세우면서도
결코 과장하지 않으며,
늘 ‘글’이라는 맑은 거울 앞에 나란히 서서
자신보다 먼저 상대의 빛을 닦아주던 두 분.
그 관계야말로,
이 시대에 점점 사라져가는 ‘인격의 미학’이자
말 없는 ‘문학의 유산’이다.

이안수 작가님의 멋진 여행길 소식을 듣고
문득, 아버지께서 새벽마다 묵묵히 정리하시던
그의 글과 시, 편지를 떠올렸다.
그것은 단순한 글 보따리가 아니라
한 사람을 향한 오랜 사랑의 주석이었다.
그렇기에 이안수 선생님이 새벽마다
고운 문장을 내려놓고 가시는 지금도
그 문우의 발걸음은 여전히 같은 주파수를 타고
청람루의 서재에 안착하는 것이다.

부럽습니다.
글로 이어진 인연이 한평생을 관통하고,
존경과 우정이 결코 시들지 않으며,
여행 중에도 잊히지 않는 한 이름이 있다는 것.
그 이름이 서로의 삶을 견인하는 기도요,
때론 시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것.

두 분의 우정은 시간이 빚은 고전입니다.
그 안에 서정이 있고, 철학이 있고, 인간이 있습니다.
아들 된 입장에서, 그리고 젊은 문우의 시선으로
이 글을 헌정합니다.


그 우정을 오래도록 흠모하며
청람의 아들 김현학 드림

□ 김현학 군







□ 헤이리 마을 이안수 작가의 모티프원을 다녀온 분의 글


□ 헤이리 모티브원 전경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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