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 임준빈 시인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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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의 혼을 시로 새긴 구도자
ㅡ임준빈 시인의 시학과 정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임준빈 시인은 단순한 창작자가 아니라, 곧 ‘직지의 화현(化現)’이다. 백운화상의 숨결을 되살려 직지심경의 길을 걸어온 그는, 일생을 직지의 정수와 불조의 지혜를 시의 언어로 번역해 온 살아있는 성불자다. 단순히 직지의 역사적 의미를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시혼(詩魂)으로 체화하여, 시편마다 인류를 향한 위로와 성찰의 메시지를 실어 보낸다. 이는 곧, 과거와 현재를 통합하고, 동양과 서양의 시간적 간극을 초월해 세계문명에 화답하는 시적 수행의 노정이다.
그는 직지를 “삶을 일깨우는 국민의 필독서이자 인류의 지침서”라 정의하며, 직지어록의 307편에 담긴 가르침을 곱씹은 끝에, 이를 시로 전이시켜 ‘언어로 깎은 불심의 탑’을 세운다. 그의 시 한 편 한 편은 직지어록의 게송처럼, 짧지만 깊은 깨달음을 담은 선어(禪語)이며, 세속의 언어로는 풀 수 없는 영적 알레고리다. ‘사각달에게 침을 놓았다’는 이미지 하나만 보아도, 시인은 만상을 직지의 맥락 안에서 해석하고, 그것을 인문학적 상징과 철학적 메타포로 구체화하는 데 천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장의 각주마다 직지의 숨결이 배어 있고, 상징의 궤도마다 백운화상의 발자취가 묻어난다.
특히 그의 직지시는 단순한 형상화가 아닌, 문자 속에 영혼을 불어넣는 ‘문자의 간화선’이다. 시는 앎이 아니라 ‘봄(見性)’의 문제임을 보여주며, 독자는 그의 시를 읽는 순간 시인과 함께 좌선하고, 시 한 구절을 넘어갈 때마다 직지의 책장을 넘기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는 곧 시와 수행이 하나 되는, 언어와 무언(無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야 가능해지는 예술의 경지다.
임 시인은 또한, 직지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후 세계 문명의 주목을 받는 데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지금 이 시대의 혼란한 마음들을 위로하고 지혜로 이끄는 ‘문명적 의무’로 직지를 바라본다. 그는 “거짓이 없어라”는 도산 안창호의 말씀을 인용하며, 시인의 언어도 거짓이 없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 같은 윤리적 시학은 그의 시편마다 드러나며, 언어는 선사의 방망이처럼 독자의 어리석음을 내려치고, 동시에 어루만진다.
그의 직지 사랑은 단순한 역사적 향수도, 민족적 자부심의 선언도 아니다. 그것은 곧 인간 본연의 성품, 마음의 본체를 마주하는 ‘간화’의 여정이며, 이를 시로 풀어내는 구도자의 기록이다. 그는 수백 편의 시를 통해 직지를 위로하고, 더 나아가 세계인을 위로하며, 자신 또한 한 점 부끄럼 없는 길 위에 선 무소의 뿔처럼 당당한 시인으로 선다.
임준빈 시인은 이미 한 권의 시집이 아닌, 하나의 정신사(精神史)를 완성한 시인이다. 그의 언어는 시간과 국경을 넘어 직지를 품은 모든 이들에게로 번져 나가며, 마침내 세계시민 모두에게 한 줄의 깨달음으로 피어난다. 이는 곧 시를 넘어선 ‘문명적 기여’이며, 그의 이름이 역사에 남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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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의 불꽃 아래, 임준빈 시인에게
청람 김왕식
어느 날 밤
사각달에 침 놓던 이여
금속활자의 맥박 위에
천년의 눈을 이식한 이여
백운화상의 호흡을
자음과 모음 사이에 눕히고
게송의 숨결을
한 글자씩 불로 적시던 이여
당신은
수행처럼 시를 썼다
고요한 절간의 구절판처럼
언어는 번뇌를 짓밟고 일어섰다
직지어록의 가지마다
붓끝으로 핀 연등이
세상의 무명을 태웠고
그 재를 시구로 담았다
참선 같은 문장 속에서
세속의 말은 걸음을 멈추고
오직 하나,
“심성을 보면 부처가 된다”는
당신의 기도가
우리의 가슴에 울렸다
금속보다 단단한 시의 마음
불보다 뜨거운 시인의 의지
하권의 침묵 위에 핀 당신의 시는
지금, 세계를 깨운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직지는 이제 당신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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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를 품은 시인의 길, 그 곁을 밝혀준 비평의 등불
― 임준빈 시인과 청람 김왕식 평론가에게
평론가 김준현
직지는 기록이 아니라 정신이다. 그것은 종이에 인쇄된 활자 이전에, 인간의 본성과 진리를 향한 무상의 여정이었다. 그 여정을 오롯이 시로 수놓은 이가 있다면 그는 곧 직지 그 자체와도 같아야 한다. 임준빈 시인은 그 길 위에 서 있었다. 아니, 그는 이미 그 길을 살아냈고, 문장으로 승화해 우리에게 길을 건넨 이다. 백운화상의 숨결을 되살리기 위해 수천 번 직지를 읽고, 시 1000편을 헌정한 그의 정신은, 시대가 망각하려는 진리를 시의 언어로 불러내는 위대한 구도자적 행보였다.
그 시들은 가볍지 않다. 오히려 한 구절마다 직지어록이 안고 있는 선리(禪理)를 언어의 촉수로 감지하며, 그것을 현대인의 삶 속으로 되살리는 예술적 해석이자, 정신적 자비이다. 그는 직지를 노래하지 않았다. 직지의 고통을 함께 울었고, 직지의 침묵 속에서 말의 뿌리를 찾았다. 그가 “사각달에게 침을 놓았다”라고 했을 때, 그것은 곧 언어가 아닌 통찰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깊은 언어의 길목마다, 묵묵히 그 곁을 비춰준 이가 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그는 임 시인의 시의 깊이를 논할 때 단순한 해석이나 인문학적 배경에 기대지 않았다. 오히려 시인의 내면을, 시인이 감히 드러내지 못한 고요한 떨림까지도 언어로 명명하며, 그 정신을 세계 문명사의 흐름 위에 놓았다. 청람의 비평은 단순한 안내가 아니라, 시인의 언어를 독자가 보다 높은 경지에서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일이다. 그가 임 시인을 가리켜 “살아있는 성불”이라 칭한 것은 과장도, 수사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랜 침묵 속에서 시인과 직지를 함께 응시해 온 자만이 쓸 수 있는 진심이었다.
이 두 사람의 글을 읽으며 나는 문학의 본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시가 진리를 품을 수 있다는 것, 비평이 그 진리를 더욱 또렷이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임준빈 시인의 시는 직지를 언어로 구체화한 전무후무한 성과이고, 청람 김왕식의 평론은 그것을 시대정신으로 견인하는 이정표였다.
이 둘의 문학적 만남은 단순한 동행이 아니다. 그것은 언어와 침묵, 시와 깨달음, 시대와 영원이 교차하는 하나의 문명적 사건이며, 한국문학이 세계문명사 속에서 다시 주목받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직지를 품은 시인, 그리고 그 시인의 마음을 가장 깊이 읽어준 비평가에게.
ㅡ 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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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빈 직지 시인
•시집
제1집 "사리꽃'
제2집 "너의 슬픔까지도 사랑해"
제3집 "탁구공의 비가()"
제4집 "홍시"
제5집 "사모곡
제6집 "하늘에 쓴 편지"
제7집 "탁구공도 인생입니다'
제8집 "직지 상ㆍ하 (전 2권)
제9집 "동시집(백운선사는 별똥별 줍고, 직지는 별밭에 사운대고-전 2권)
제10집 "마음과 생각이 머문 자리, 직지가 서다
∙ 청주시민의 노랫말 가사 당선
ㆍ섬마을(호도, 녹도, 외연도, 원산도 노랫말 작사) ㆍ2018년도 세계 직지코리아 페스티벌 직지를 소재로 한, 노래 가삿말 가사 공모전에 대상 수상 (직지의 노래)
ㆍ전국 직지시낭송대회 기획 (2회 진행)
ㆍ제1회 전국 직지시낭송 예술제 기획 및 추진위원장
ㆍ대한민국 직지문화예술콘서트 기획
ㆍ직지사랑운동본부 총재 비서실장 겸 대외협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