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아픔을 어떻게 잊을 수 있나?

파증불고





달삼이는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했다.

성적은 늘 1등이었지만

형편이

따라주지 않았다.


아버지는 한평생 알코올중독으로

투병 중이고,

어머니는

날품팔이다.


달삼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선 반장이었고,


동생들에겐

아버지였고,


어머니에게는

남편이었고,


가정에선

가장이었다.


배움이

짧아도 지혜가 있었다.


그는 독학으로

노자 ㆍ 장자의 도가사상과

공자ㆍ맹자의 유교 사상을 섭렵했다.


그것이

몸에 밴지라

애늙은이, 영감님, 훈장님 등의

별명을 달고 살았다.


몇 달 전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났다.


친구 상률이가 여러 문제가 발생돼

큰 손실을 본 모양이다.


자괴감에 빠져 풀 죽어 있는 상률에게

한마디 한다.


나 역시

그 이야기 흥미로워

귀 기울였다.





중국

후한말의 학자이자 사상가인

곽태(郭泰)와

삼공(三公)의 지위에까지 오른 맹민(孟敏)의

고사에서 유래한 사자성어

이야기를 이끈다.


파증불고(破甑不顧)


이는

깨트릴 파, 시루 증,

아니 불, 돌아볼 고


어느

곽태가

산보를 하고 있는데

맹민이 지고 가던 지게에서

시루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맹민에게 묻는다,


'여보시게! 자네의 시루가

떨어져 다 깨어졌다네'


'알고 있습니다.'


'자네 전 재산이 다 날아갔을 터인데

왜 돌아보지도 않는가?'


'시루는 이미 깨어졌는데

돌아보면 무엇합니까?'


보통 사람 같으면

깨어진 옹기조각 끌어안고

울부짖으며

탄식할 만한데


맹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훌훌 털고 가던 길로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때로는

우리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와 아쉬움의

감정에 빠진다.


그 어떤 잘못된 선택,

놓친 기회,

이루지 못한 꿈들은

마치

선명한 그림처럼

마음속에 박혀 있기 마련이다.


중국 후한말의 두 지식인,

곽태와 맹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다른 시각을 제안한다.

맹민은

깨진 시루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느낀 것은

단순히 재산의 손실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반응은

'파증불고(破甑不顧)'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미

깨진 것을 회복할 수 없다면,

그것에 연연하기보다는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여러 상황들로 가득하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실패와 잘못을 경험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다르게 했어야 했는지

고민한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파증불고'의 지혜는

우리에게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나아갈

용기를 준다.


깨진 시루는

다시 원래대로 돌릴 수 없지만,

그 시루의 조각들로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시간의 아쉬움에

연연하기보다,


그 아쉬움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의 실수와 아쉬움은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게 해주는 소중한 교훈이다.


그 교훈들을 바탕으로

오늘, 내일을 향해

나아가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의미일지도 모른다.

'파증불고'의 메시지는

단순히 과거를 잊고

미래를 향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

좋았던 순간이든

나빴던 순간이든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친구

달삼이의 지혜의 끝과 깊이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그럼에도

유일하게

그를

지배하는 자가 있다.


그는

바로

그의 아내 점순이다.


이유는

하나뿐이다.


달삼이가

알코올중독자로 한평생 투병하는

아버지와


날품팔이로

몸 구부러진

어머니를


아직까지 모시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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