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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의 혼, 소녀의 다짐으로 다시 피어나다ㅡ임준빈 시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직지는 박물관에 박제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직지 소녀의 다짐




동시 작가 임준빈





나는 이다음에 커서
이런 일을 할 거예요

위대한 인류의 스승 백운선사 얼 담아 지은
직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짓는데 꼭 이룰 수 있도록
홍보하는 사람이 될 거예요

직지를 국내는 물론 세계에 알리는
큰 홍보단체를 만들 거예요

리처드 패링턴 할아버지처럼
직지 홍보와 귀환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결혼해 아기를 낳으면
아들이면 “직지”라고
딸이면 “묘덕”이라 이름 지을 거예요

청와대 영빈관 안에
외국의 주요 국빈들에게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캐릭터 훈민정음을 금속활자본 직지로 교체하는 운동을
펼칠 거예요
훈민정음은 금속활자로 비롯되어 만들어진
소중한 문자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대통령께 부단한 편지와
국민청원에 올릴 거예요

우리나라 태극기 한쪽에
직지를 상징하는 표지를 조금 넣도록
홍보할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 부탁이 있다면
초, 중, 고 교과서에
직지 교육 프로그램을 싣도록 기도할 거예요



직지의 혼, 소녀의 다짐으로 다시 피어나다
― 임준빈 작가의 『직지 소녀의 다짐』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임준빈 작가는 직지를 한 권의 고서가 아닌 살아 있는 정신으로 불러낸 시인이며, 언어 이전의 마음, 문자 너머의 영혼을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민간 사절단이다. 그는 '직지시인'으로 불리며, 금속활자의 위대함을 문학의 활자로 다시 타전해 온 존재이다. 특히 『직지 소녀의 다짐』은 그가 평생 걸어온 ‘직지 정신 고취 운동’을 동심의 시선으로 승화시킨 탁월한 작품이다.

이 시는 단순한 동시가 아니다. 이는 미래를 향한 선서이며, 잃어버린 뿌리를 되찾고자 하는 소녀의 순결한 맹세이다. 여기서 시인은 ‘직지’를 하나의 물질이 아닌 정신으로 승화시킨다. "직지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짓겠다"는 선언은 교육의 근간에 '진리의 등불'을 세우겠다는 다짐이며, 이는 백운화상과 묘덕 스님의 염원이 오늘의 아이를 통해 다시 깨어나는 장면이다.

리처드 패링턴을 ‘할아버지’라 부르며 동질감을 느끼는 대목은 감동적이다. 이 외국인 학자가 보여준 직지에 대한 애정이 국적을 초월한 문화 연대의 상징이라면, 소녀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자 마음과 몸을 모두 바치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 다짐은 장차 자신의 아이에게도 이름으로 물려주겠다고 한다. 아들에게 ‘직지’, 딸에게 ‘묘덕’. 이것은 단지 이름이 아니다. 문명의 뿌리를 물려주겠다는 한 문인의 시적 유산이며 역사적 복원이다.

"훈민정음은 금속활자로 비롯되어 만들어진 소중한 문자"라는 진술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시인의 직관이 담긴 문학적 언명이다. 훈민정음의 창제 기반이 직지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인식은 문화사적으로 중요한 전언이며, 여기서 시인은 문학의 외피를 입혀 그 진실을 부드럽게 스며들게 한다.

청와대 영빈관의 캐릭터를 직지로 바꾸겠다는 상상은 국가 브랜드의 상징성에 대한 놀라운 자각이며, 태극기 한편에 직지의 표식을 넣겠다는 대목은 역사와 국기의 융합을 꿈꾸는 숭고한 제안이다. 이 모든 구절들은 마치 바람결에 실려 온 묘덕의 숨결 같고, 백운화상의 향불 같은 것이다.

이 시는 문학이 미래를 위한 예언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아이의 입에서 나온 약속이지만, 그것은 기실 작가 자신이 한평생 써온 시의 언약이며 역사와 세대를 관통하는 무형의 약속이기도 하다.

임준빈 작가는 직지를 언어로, 시를 교과서로 삼은 사람이다. 그는 문자에 혼을 불어넣는 자요, 잊힌 유산에 생명을 입히는 생명시인이다. 『직지 소녀의 다짐』은 어린이에게 직지를 알리는 동시인 동시에, 어른들의 무관심을 부끄럽게 만드는 거울이다. 그것은 민족의 기억을 되살리고, 인류의 책문화를 되묻는 고결한 외침이다. 이 외침은 결코 작지 않다. 그것은 잉크보다 무겁고, 종이보다 깊은 ‘직지의 울림’이다.




직지를 품은 사람, 임준빈 작가에게





청람 김왕식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생을 삼켰다
낡은 활자 사이로 피어난 숨결
그는 거기, 침묵을 읽었다

묘덕의 맨발을 따라
백운의 숨결을 들춰
종이보다 먼저 울던 마음을
잉크보다 뜨겁게 껴안았다

책은 박제되지 않았다
그의 시에서는 다시 걸어 나왔다
한 줄 동시가
천 년 활자의 무게를 지녔다

직지의 뼈를 세우고
아이들의 가슴에 심는다
교과서가 잊은 것을
그는 시로 가르친다

국경을 넘어
한 외국인의 손끝을 기억하며
그는 오늘도 편지를 쓴다
청와대 담장을 넘는

이름을 부른다
아들은 ‘직지’, 딸은 ‘묘덕’
피보다 먼저 흐르는
정신의 족보를 적는다

종이를 넘기지 않아도
그의 눈에는 언제나
직지가 펼쳐져 있다
그는,
책이 된 사람이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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