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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말도 나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ㅡ청람 김왕식

김왕식






그 어떤 말도 나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청람 김왕식






사람들은 자꾸 자신을 설명하려 한다.
이해받고 싶어서,
정당화하고 싶어서,
어떤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기 위해.

말은 늘 부족하다.
마음보다 느리고,
존재보다 얕다.

무엇을 얼마나 겪었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왜 말하지 못했는지—
그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인생은 너무 복잡하고,
존재는 너무 깊다.

장자는 말한다.

“큰 말은 입을 떠나지 않는다.”

즉, 가장 깊은 진실은
말없이 드러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한 말보다,
말을 하지 않았던 순간에 더 많이 담겨 있다.

그 어떤 언어도
나의 침묵을 다 표현할 수 없고,
그 어떤 글도
내가 묵묵히 건너온 시간을 다 적을 수 없다.

그러니
말로 나를 증명하려 애쓰지 말 것.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가장 깊은 설명이다.




□ 깊은 사유



청람



한 시인이 무대 위에 섰다.
사람들은 그의 시를 기다렸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조용히
한 장의 종이를 펼쳐 보였다.

그 안엔 단 하나의 문장만 있었다.

“나는 말보다 길다.”

사람들은 처음엔 웅성였고
곧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모두가
자기 안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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