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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곡 노중하 시인의 '생각나는 사람'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카톡에 낯선 문자가 와 있었다.
친구를 맺고
글을 읽었다.
송곡 노중하 시인의 「생각나는 사람」 시가 실려 있었다.

하여
네이버 검색을 하여 노중하 시인의 정보를 살필 수 있었다.
많은 자료가 있었다.

그런데
이 분이 나를 어떻게 아시고 카톡을 보내왔을까

순간
친숙해졌다.

낯선 분의 낯선 시를
배독했다.







생각나는 사람



시인 송곡 노중하





인생을 살다 보면
추억이 있기 마련

추억이 없는 사람
인정이 메마른 자

청춘에
사랑했던 사람
세월 가면 지워져

내 마음 어디엔가
그리움 남아있어

언젠가 꿈속에서
빵긋이 웃는 모습

외롭고
쓸쓸할 때면
꺼내 보는 그 사람




송곡 노중하 시인의

'생각나는 사람'을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 시는 한 사람의 생이 지나며 남기는 그리움의 흔적을 잔잔하고도 절제된 시어로 담아낸 작품이다. “추억이 없는 사람 / 인정이 메마른 자”라는 단언 속에는 시인의 삶을 관통한 따뜻한 정서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배어 있다. 송곡 시인의 문학은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 깃든 관계의 의미와 정서의 깊이를 포착해 내는 데 있다.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기억을 통해 현재의 감정과 존재를 새롭게 빛나게 하는 방식으로 그려낸다.

「생각나는 사람」은 청춘의 사랑이 시간이 흐르며 사라지는 듯 보여도, 사실은 “내 마음 어디엔가 / 그리움 남아있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잊었다고 여겼던 감정이 외롭고 쓸쓸한 시간의 틈에서 불쑥 떠올라, “빵긋이 웃는 모습”으로 꿈속을 거닌다는 시적 장면은, 단순한 낭만을 넘어선 존재의 위안이자 인간의 정서적 뿌리를 드러낸다. 시인의 시편들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순간들을 보편적 정서로 승화시키며, 독자에게 ‘나의 이야기’로 스며든다.

송곡 노중하 시인의 작품 세계는 정통 시조의 미학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생활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한국 시조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시조집 『춤추는 푸른 물결』, 『행복의 소리, 황혼의 블루스』, 『꽃보다 아름다운 잎』 등은 고전적 율격 속에 서정과 서사를 녹여 현대인의 감성을 품은 작품들로 평가받는다. 특히 『모란이 필 무렵』과 같은 시집은 대중가요로도 제작되어, 시와 노래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독특한 사례다. 이는 시인이 시를 예술로서만이 아니라, 삶의 일상 속에서 울리는 언어로 여기며, 보다 많은 이들과 감정을 나누고자 하는 문학적 지향을 반영한다.

그의 수필집 『바람에 흔들리는 청보리』나 『신비의 섬 제주에서』, 『호반의 도시 춘천』 등에서도 드러나듯, 송곡 시인의 문학은 늘 ‘현장’에 있다. 시의 정서가 책상 위 사색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걷고 머문 길, 바라본 풍경,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태어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작가의 철학이 곧 '삶이 곧 문학'이라는 일관된 신념임을 방증한다. 그가 써온 시편과 수필, 대중가요 가사는 각기 다른 형식을 띠고 있으나, 결국 모두 인간애와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한 몸의 울림이다.

특히 “실패를 두려워 마라”, “빈손으로 가는 인생” 등의 대중가요 제목들은 시인이 노년에 이르러 더욱 깊이 깨달은 인생관을 함축한다. 그것은 성공보다 관계, 부보다 기억, 소유보다 남김 없는 나눔이 더 중요하다는 작가의 가치철학을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역사와 민족적 정서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호국영령이시여』 같은 시집은 민족 공동체의 상처를 치유하고 기억하려는 책임의식의 표현으로 읽힌다.

시조분과회 회장, 지역 문학단체의 대표 등 다양한 문단 활동 역시 그의 시적 신념의 실천적 발현이다. 시인의 삶 자체가 문학의 뿌리이며, 그는 말로만의 문학인이 아닌, 직접 문단을 이끌고 세대를 연결하며, 지역과 시대를 넘는 문학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그만의 문학은 세월의 강을 건너온 인간의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관조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노래하는 데 중심이 있다.

결국, 송곡 노중하 시인의 시 「생각나는 사람」은 시인의 오랜 문학 인생을 집약한 한 편의 메타포다. 잊힌 존재처럼 스쳐간 이들이 사실은 가장 깊은 자리에서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진실, 그리움은 세월 속에 지워지기보다 더 깊어지는 감정이라는 통찰, 그리고 문학은 그 감정을 잊지 않고 붙들어주는 등불이라는 사실을 이 시는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그의 시는,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도 사랑과 추억, 그리고 사람을 잊지 않는 일종의 ‘문학적 도덕’이자, 인간의 품격에 대한 오래된 연가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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