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만, 명문감정평가법인 부회장님을 기리며

김왕식







올곧음의 풍경 속으로
ㅡ권혁만 부회장님을 기리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세상에는 문장보다 먼저 품격으로 읽히는 인생이 있다.
권혁만 부회장님이 바로 그리하다.
그분 앞에서는 경어보다 경건이 먼저 떠오르고, 말보다 마음이 먼저 고개를 숙인다.
안동 권 씨의 맥을 따라 이어진 정신의 혈맥은
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고
기둥처럼 서 있는 한 사람으로 응축되었다.

그는 곧은 나무다.
기계로 깎은 것처럼 반듯한 곧음이 아니라
비바람을 견디며도 속살 하나 비틀리지 않은,
생의 풍상 속에서도 그늘을 내어주는 나무다.
정치도 아니고 문장도 아니고
단지 인간의 결로서 존경을 이끌어내는 사람.
그는 그런 울림으로 존재한다.

강릉의 바람을 닮은 사람.
짙은 솔내음과 파도소리가 뒤섞인 도시에서
그는 일찍이 ‘책임’이란 말을 배웠을 것이다.
강릉고 총 동문회장이라는 무게 있는 자리도
그에게는 권위가 아니라 섬김이었다.
그의 리더십은 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다만, 누구보다 오래 듣는다.
빈말 없이, 빈 잔 없이, 빈틈없이.
그는 가득 찬 사람이다.

그날, 빈대떡 몇 장과 막걸리 서너 잔으로
우리는 남자들의 오래된 시간을 마주 앉아 나누었다.
그의 말은 짧았으나, 들을수록 깊었다.
그의 눈빛은 맑았으나, 그 안엔 오랜 역사와 사람의 수천 결이 엮여 있었다.
무게감이 있다는 것은 목소리가 크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조용히 앉아 있을 때 더 크고 깊은 사람이다.

올곧음이 강직함으로만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품이 넉넉한 미소를 가졌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칼이 아니라, 오래 쓸 수 있는 나무칼처럼
그는 날이 서 있으면서도 결코 다치게 하지 않는다.
그는 정직한 사람이지만, 차가운 사람은 아니다.
그의 미소는 지닌 자의 여유이며, 이룬 자의 겸손이다.

80을 앞둔 나이에도
그의 생각은 청년이고, 걸음걸이는 장정이다.
진정한 젊음은 근육보다도 가치의 방향에 있다.
그는 오늘의 청춘보다도 더 고요하고, 더 단단한 미래를 살아낸다.
지금 이 시대, 우리가 스승이라 부를 수 있는 어른은 몇이나 되는가.
그는 어른이다.
품이 있고, 맥이 있으며, 다음 세대를 품에 안을 수 있는 어른이다.

나는 다시 그를 뵙고 싶다.
그분 앞에 앉으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아서,
그 미소를 마주하면 나도 조금은 더 따뜻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는 한 잔의 막걸리처럼
쓰지만 부드럽고, 맑지만 깊다.
그런 사람은 오래도록 곁에 두고 기억해야 한다.




권혁만 부회장, 그대는 나무였다



청람




산맥이 고요히 등을 펴듯
그대는 등을 굽히지 않았다

말보다 깊은 귀
권위보다 먼저 다가오는 미소
빈대떡 몇 장 위로
세월은 조용히 앉았다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에
그대는 남았다
진심의 무게가 가벼운 세상에서
그대는 무겁고 곧았다

80을 눈앞에 두고도
그대의 걸음은
청년처럼 맑고,
어른처럼 깊었다

안동 권 씨, 그 오래된 가문의 피
그 품의 중심에서
그대는 산처럼 사람을 품었다

강릉의 바람처럼 단단하고
바다처럼 잔잔하며
햇살처럼 따뜻한 손

그대는 말하지 않아도
한 잔의 술보다 취하게 하는 분

우리는 마주 앉았고
그대는 많이 듣고
나는 많이 배웠다

기억하리라,
그대의 침묵이
가르침이었음을

또 뵙고 싶다,
그대라는 시 한 편
내 마음에 걸려 있으니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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