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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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적신 그 사람은
청람 김왕식
좁은 우산 하나에
셋이 나란히 걸었다
빗줄기는 세찼으나
우리는 젖지 않았다
누구의 등만 흠뻑 젖었다
그 젖은 어깨 위에서
희생은 조용히 꽃을 피웠다
작은 지붕 같던 우산은
한 세상을 넉넉히 품어주었다
우산 끝마다 매달린 빗방울은
기도처럼 흩어지고
젖은 길은
오히려 발걸음을 밝혀 주었다
오늘도 기억한다
남몰래 등을 내어주던 그 사람
그 삶이야말로
사랑의 가장 깊은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