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읽은 독자가 아파한다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내 글을 읽은 독자가 아파한다면





내가 쓴 문장을 따라가던 독자가 문득 멈추어 선다. 글 속에서 마주한 장면이 그의 오래된 기억을 흔들어 놓고, 차갑게 잠들어 있던 상처가 깨어나 피어오른다. 그 순간 독자는 아프다. 나는 안다. 글은 언제나 꽃잎처럼 가볍게 내려앉기도 하지만, 돌처럼 무겁게 가슴을 누르기도 한다는 것을.

내 글을 읽은 독자가 아파한다면, 그것은 내 문장이 그 사람의 삶과 깊이 닿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글이 허공에 흩어지지 않고, 그의 마음속 오래된 방 하나를 열어젖혔다는 뜻이다. 그 방 안에는 잊으려 했던 이름, 꺼내지 못한 눈물, 말하지 못한 상처가 놓여 있었을지 모른다. 독자의 아픔은 나의 글이 그 자리에 스며들었음을 알리는 징표다.

아픔을 준다는 사실은 작가에게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안겨준다. 하나는 미안함이다. 내 글이 독자의 가슴을 흔들고, 그가 지키고 싶었던 평온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감사함이다. 그 아픔은 글이 단순한 종이 위의 흔적을 넘어, 누군가의 삶에 도달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글은 누군가의 심장을 두드리지 않고서는 결코 살아남지 못한다.

나는 바란다. 내 글이 독자에게 상처만을 남기지 않기를. 아픔은 반드시 빛을 동반해야 한다. 눈물 속에서 기억을 끌어올리게 하되, 그 기억의 끝에서 작은 위로를 건네야 한다. 만약 내 글이 독자를 울렸다면, 그 눈물이 끝내 절망이 아니라 희망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가장 깊은 밤일수록 별은 선명하게 빛나는 법이다. 글 또한 어둠의 순간에 불씨가 되어야 한다.

때로는 아픔이야말로 가장 깊은 위로다. 다독여주는 말보다 더 큰 힘을 가진 것은, 함께 울어주는 침묵일 때가 있다. 독자가 내 글을 읽으며 아파한다는 것은, 그가 홀로 고통을 겪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나만 이런 상처를 가진 게 아니구나’ 하는 발견은, 슬픔 속에서도 인간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내 글을 읽은 독자가 아파한다면, 나는 그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외려 그 아픔을 통해 독자가 자기 안의 이야기를 마주하고, 다시 걸어갈 힘을 얻기를 바란다. 글이 남긴 상처는 흔적처럼 오래 남겠지만, 그 흔적 위로 새 살이 돋아나듯 삶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결국 글을 쓰는 일은 사람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일이다. 그 불이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뜨겁고, 때로는 아프다. 그러나 모든 불빛은 어둠을 밝히기 위해 존재한다. 내 글을 읽은 독자가 아파한다면, 나는 그 아픔이 끝내 그를 새롭게 빛나게 하리라 믿는다. 그렇기에 나는 여전히 글을 쓴다. 글의 목적은 위로만이 아니라, 삶을 다시 살아내게 하는 불씨이기 때문이다.




ㅡ청람

□ 김동연 화백 동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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