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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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수 있어야 살아 있는 것이다
시인 청민 박철언
생각을 일깨워 하루를 구상하는
풋풋한 아침 산책
자신과 대화가 시작되면서
무거운 생각은 떨쳐버리는 시간
만상이 움트는 봄
녹색 향연 속 여름비
단풍과 낙엽 사이 황홀한 가을
매섭고 하얀 겨울 아침
사계절 모두 즐거운 산책길
걸을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가
선현들의 금언을 보라
장폴 사르트르는 '사람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존재한다'라고
프리드리히 니체는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에서 나온
다'고
헨리 디 소로우는 '내 삶을 축복 속에 보내고 싶다면
아침에 일어나 걸어라'라고
토마스 제퍼슨은 '모든 운동 중에서 걷기가 최고다'라고
허준온 '좋은 약보다 음식 먹는 것이 낫고
좋은 음식보다 걷는 것이 더 낫다'라고
인생, 걷는 것으로 시작하여
걷는 것을 멈추면서 마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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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민 박철언 시인의 '걸을 수 있어야 살아 있는 것이다'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청민 박철언 시인의 작품은 인간의 삶을 가장 단순하면서도 근원적인 행위인 걷기에 빗대어 해석한다. 시인은 걷기를 그저 운동으로서만이 아니라 존재를 확인하는 행위, 자기 성찰의 길로 바라본다.
법조인으로서 삶을 시인으로 회귀한 청민은 권위나 명예가 아니라, 외려 소박한 걸음걸이를 한다. 이 선택은 그의 삶의 철학과 미의식이 응축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아침 산책은 시인에게 생각을 일깨우고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다. 걷는 동안 무거운 생각이 가벼워지고, 삶의 불필요한 집착이 벗겨진다.
이 과정에서 걷기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정신적 정화의 장치가 된다. 시인은 이를 통해 삶의 고통을 승화하고, 자기 존재를 새롭게 확인한다.
사르트르가 “사람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존재한다”라고 했듯, 시인은 걷기를 존재의 근거로 제시한다.
봄 · 여름 · 가을 · 겨울로 이어지는 산책길의 묘사는 인생의 사계절을 상징한다. 봄의 움트는 만상은 청춘의 시작이고, 여름의 비는 열정과 도전, 가을의 단풍은 성숙과 황홀, 겨울의 흰 아침은 고요와 관조의 시기이다. 시인은 계절마다 걷기를 통해 자연과 삶의 호흡을 일치시키며, 그 속에서 ‘살아 있음의 기쁨’을 확인한다. 사계절의 산책길은 곧 인생의 주기를 은유하며, 걷기는 삶과 자연을 잇는 다리가 된다.
또한 이 시는 세계의 지성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걷기의 가치를 인용한다.
니체, 소로, 제퍼슨, 허준 등은 걷기를 사고와 건강, 축복의 원천으로 보았다. 시인은 이러한 금언들을 빌려 걷기의 의미를 개인적 차원에서 인류 보편의 지혜로 확장한다.
인용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시인의 체험을 더 깊고 넓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장치이다.
작품의 미학적 힘은 담백함에 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 단순하지만 단단한 표현은 달관의 경지를 보여준다.
“걸을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구절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반복 속에서 삶의 본질을 찌르는 힘을 발휘한다. 이는 노년의 시선에서 비롯된 성숙한 언어이며, 관조의 태도다.
요컨대, 이 시는 노년에 이른 시인이 삶의 본질을 확인하는 고백이다. 치열했던 세월을 지나 이제는 걸음을 통해 자기 존재를 가볍게 하면서도 더 깊게 관조한다.
걷기는 단순한 행위이지만, 존재의 본질을 붙드는 힘이며, 시인의 인생철학을 상징하는 標徵이다.
'걸을 수 있어야 살아 있는 것이다'는 독자에게도 묻는다.
“오늘, 당신은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걸었는가?” 이 질문은 시인의 삶이 남긴 울림이자, 노년의 미학이 전하는 고귀한 가르침이다.
ㅡ청람 김왕식
□ 청민 박철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