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상념에 빠져 있는 개그맨 전유성 씨
■
“아픈 사람에게 ‘아프지 말라’ 하지 말라.”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누구나 한 줄기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가 된다. 세월의 비바람이 지나가며 마음의 줄기가 꺾이고, 희미한 숨결로 버티는 나날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그 상한 갈대를 꺾지 않는다. 그것이 비록 상처 입고 푸른빛을 잃었다 해도, 그 안에는 여전히 다시 피어날 생명의 맥박이 있기 때문이다. 꺾지 않는다는 것은 기다림이며,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온유의 마음이다. 사람의 상처는 고쳐 세우려는 손보다,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따뜻한 시선 속에서 치유된다.
꺼져가는 불을 끄지 않는다는 말은, 희망의 마지막 숨결을 놓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인생의 등잔불이 바람에 흔들릴 때, 누군가는 그 옆에 앉아 손바닥으로 바람을 막아주어야 한다.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작은 온기로 감싸야한다. 믿음과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불빛이 다시 타오르는 그 짧은 순간, 절망은 물러가고 어둠은 새벽의 문을 연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개그맨 전유성 씨가 남긴 마지막 말은, 이 진리를 다시 일깨워 준다. “아픈 사람에게 ‘아프지 말라’ 하지 말라.” 그는 말 대신, 그저 조용히 곁에서 함께 아파해 주길 바랐다. 그 말은 깊은 울림이었다. 진정한 위로는 언어가 아니라 눈빛에 있다. 말로 다독이기보다, 가슴으로 안아주는 침묵이 더 큰 사랑이다. 상한 갈대에게 필요한 것은 설교가 아니라 따뜻한 시선이며, 꺼져가는 불에게 필요한 것은 논리가 아니라 손의 온기다.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불은 우리 안의 연약함을 상징한다. 세상은 여전히 강한 자를 칭송하지만, 인간의 참된 품격은 약한 자를 품는 데서 드러난다. 누군가 무너져 내릴 때 손을 내밀어주는 그 한 사람, 아무 말 없이 곁을 지키는 그 존재가 세상을 다시 따뜻하게 만든다. 꺾인 줄기로도 꽃은 피고, 희미한 불씨로도 불길은 다시 살아난다. 그러니 조급히 판단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리고 품어 주라. 사랑은 말보다 깊고, 침묵 속에서 더욱 빛난다.
사람은 모두 갈대처럼 흔들리며 살아간다. 상한 마음 위로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은 그래서 따뜻하다. 그 바람은 파괴가 아니라 회복의 바람이며, 심판이 아니라 자비의 숨결이다.
누군가 마음이 다쳐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면, 그 곁에 가만히 앉아 주라. 굳이 위로의 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침묵 속에서 전해지는 온기, 그것이 곧 위로다. 불안한 세상 속에서 꺼져가는 희망을 손으로 감싸 안고, 그 불빛 하나라도 지켜내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사람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고, 불씨는 미약하게 깜박인다. 그러나 그 곁을 지키는 마음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꺾지 않는 손길, 끄지 않는 온기 — 그것이 바로 세상을 살리는 사랑의 언어이며, 상한 마음을 품으신 주님의 마음이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