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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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은 언제나 바깥을 닮는다
― 마음이 맑을수록 풍경도 투명해진다
아침 햇살결이 유리창에 스며든다.
창문은 하루 중 가장 먼저 세상을 맞이하는 얼굴이다.
비가 오면 흐려지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만,
그 안엔 언제나 바깥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앞에 서서 문득 생각한다.
“창문은 늘 바깥을 닮고, 사람은 늘 마음을 닮는다.”
창문을 닦을 때마다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유리를 닦는 손끝은 사실 내 마음밭을 닦는 일이다.
먼지를 걷어내면 풍경이 빛나듯,
미움을 털어내면 사람의 얼굴도 환해진다.
세상은 본래 흐린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먼지로 덮여 있었을 뿐이다.
창문은 스스로 열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이 닿아야 비로소 숨통을 튼다.
닫힌 마음도 마찬가지다.
한 줄기 바람 같은 말,
한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닿을 때 비로소 열린다.
창문이 바람을 통과시키듯,
마음도 진심이 스며들 때 투명해진다.
저녁이 되면 창문은 거울이 된다.
바깥의 어둠이 짙어질수록
안쪽의 빛이 자신을 비춘다.
알았다.
낮에는 세상을 비추고, 밤에는 자신을 비추는 것,
그것이 창문의 운명이며, 인간의 삶과 닮았음을.
어느 겨울날, 유리창에 김이 서렸다.
손가락으로 작은 원을 그리자
그 속에 또 하나의 세상이 열렸다.
하얀 서리 사이로 바라본 바깥은
잠시였지만 따뜻했다.
그 원은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닫힌 세상에 내는 ‘작은 숨구멍’이었다.
창문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슬플 땐 빗물이 흐르고,
기쁠 땐 햇살이 춤춘다.
결국 세상은 창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창문을 마주한 나의 눈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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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은 세상을 보여주는 틀이다.
그 투명함은 유리의 힘이 아니라,
그 너머를 보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을 맑히면 세상도 맑아진다.
결국 세상은 우리가 닦은 창문의 투명함만큼만 빛난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