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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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구멍이 세상을 여는 순간
김왕식
벌레가 잠시 머물렀던 자리
점 하나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잎은 그 구멍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 구멍을 통해
처음으로 잎의 속살을 보았다
햇살은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침이 올 때마다
그곳을 가장 먼저 두드렸고
바람도 그 구멍을 지나며
자기 이름을 남겼다
잎은 느리게 깨달았다
지워진 자리가
문이 될 줄은 몰랐다고
잃은 만큼 넓어지고
부서진 만큼 멀리 열린다는 것을
그때서야 이해했다
흠 없는 곳은
빛을 통과시키지 않는다
완전함은 닫힌 창이고
불완전함은 열린 창이다
작은 구멍 하나가
잎의 세계를 넓혔고
잎은 드디어 알았다
상처란 닫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받아들이기 위해
조용히 열리는 쪽문이라는 것을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