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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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그림자
나무는 제 그림자를
끌고 다니지 않는다
그림자가 따라온다
따라오는 것들 때문에
우리는 걷는다
지우고 싶은 것도
끝내 남는 것들도
햇빛이 센 날일수록
그림자는 진해지고
진해질수록
나무는 더 또렷해진다
나는 내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
조심히 걷지만
그림자는 늘 내 옆으로 와
발끝을 맞춘다
그대의 그늘도
내게는 그랬다
가까이 있을수록
더 선명해지는 어둠
어둠은 나쁘지 않다
어둠이 있어야
빛의 방향을 안다
나는 오늘도
나무 아래서 멈춘다
그림자 속이
이상하게 따뜻해서
그림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하루의 깊이를
끝까지 지킨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