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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2월만 되면 도로를 파헤치나?

술잔 속의 쓴웃음



아!



멀쩡한 도로를

파헤치고 있으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지나가는 아낙들의 푸념이다





12월의 추운 서울,

그리고 그것을 덮은 한 해의 무게.

겨울바람은 서늘하게 불고,

골목길은 한 해를 보내는 인파로 북적인다.

광화문 한복판에서는 눈에 띄는 또 다른 소란이 펼쳐지고 있다.

한겨울에도 불구하고, 굴삭기와 중장비들이 땅을 파헤치며 쉴 틈 없이 움직인다.

이 모습은 서울만의 것은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동일한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 추운 겨울에 왜 이리 공사가 많은 것일까?"


이야기는 어느 선술집에서 펼쳐진다.

술잔을 기울이며, 사람들은 이겨낸 하루를 품에 안고 떠드는 사이,

한 남자의 대화가 귀에 들어온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많은 공사들은 단순한 필요성 때문이 아닌, 끝나가는 1년의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사용하지 않은 예산이 다음 해로 넘어가면, 그만큼 삭감되어 버리는 법칙 때문이다.


이 얘기를 듣고 나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혹시 이것이 현실일까? 아니, 이것이 환청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이제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과,

단지 제도의 폐해로 억지로 진행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쉬지 않고 노력하는 중장비들이, 그들이 일하는 이유를 알고 있는지. 공사장의 불빛과 소음이, 겨울밤의 공기를 뜨겁게 달군다.

이러한 공사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예산 소진을 위한 무리수인지 반문해야 한다.

혹시 이 공사들로 인해 겨울밤을 지새우는 노동자들의 희생은 그들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것인가? 누군가에게는 직업이겠지만, 누군가에겐 필요 이상의 부담일 수도 있다.

정책과 제도는 사회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때로는 그 제도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헤아리지 못하게 할 때도 있다.

이 겨울밤, 공사장을 지나가며,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예산의 낭비를 줄이고, 더 현명한 방법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

오늘 밤,

술잔 속에는 쓴웃음과 무게가 담겨있다.

그 안에는 또한 변화를 향한 희망의 불씨가 있다. 이겨내고, 묻고, 당당히 나아가자.

그래야 이 추운 겨울도,

이 바쁜 공사장도,

그리고

이 삶도 진정한 의미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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