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은 그 자리에 그렇게 비를 맞고!
유기견과 아주머니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2. 2023
밤이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다.
모두
바쁜 걸음으로
귀가한다.
새들도
급한
날갯짓으로
귀소 한다.
사거리
전신주 아래
유기견 한 마리
그
비 맞으며
누구를 기다린다.
ㅡ
비 내리는
밤의 품속에
모든 것이 숨 쉬는 그 사이,
사람들은
그들만의 안식처를 찾아
바삐
발걸음을 옮긴다.
빗발 부딪히는
창문을 통해
흘러나오는 가족의 웃음소리,
와중에도
거친 숨소리로
잠든 아이,
새들도
그런 사람들처럼
그들만의 안식처를 찾아간다.
처마밑
난간에 앉아,
아침의 빛을 기다리며 잠을 취한다.
그런 모든 생명체의 흐름 속에서도
혼자 남겨진
그림자가 있다.
도시의 사거리
가로등
불빛 아래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는
유기견의 모습.
그는 어떤 기대와 희망,
아니면
과거의 기억에 앉아 있을까?
그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무엇일까?
그 유기견은
가만히
앉아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전신에 맞으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의
끝에 무엇이 올지,
아니면
그 기다림 자체가
그의 존재의 전부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도시의 한 구석에서,
우리는
그런 유기견의 기다림을 통해
인간의 외로움,
그리고
소외를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유기견'이라는
존재를 안고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유기견처럼,
우리는
끝없이 기다리며
사랑을 찾아 헤매는 존재이다.
ㅡ
빗발치는
창문 틈새
내다 뵈는
유기견은
아직
그 자리에
그렇게
앉아 있다.
우산 쓴
아주머니
안쓰럽게 한동안을
바라본다.
유기견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