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유방암을 부분절제 하고, 비어버린 부분에 광배근을 뜯어서 채워넣었습니다. 광배근피판술이라고 해요.
제 작은(?)가슴은 특별히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재건되었고, 광배근을 떼는 과정에서 흉터가 생기지만 등 뒤에 있으니 잘 안보여서 괜찮을거라고 교수님이 안심시켜주셨어요.
허허. 그런데 왠일입니까. 암덩어리가 빠져나간 앞가슴은 신경도 안쓰면서 잘 보이지도 않는 등에 있는 흉터를 어떻게든 더 자주 보고 우울해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13cm의 긴 수술자국은 마치
“너는 환자야.”
라고 확신을 시켜주는 듯 했고, 환자이기 때문에 몸을 더 사리고 조심하고 전이를 걱정하면서 마음의 병을 키워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환자”라는 것은 제게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어버렸어요.
그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상당히 심한 우울감에 빠져들어 공황증세가 찾아와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던 시절이 있었다죠.
그러다가 좋은 기회로 다큐멘터리를 하나 찍게 되었어요. 홍보는 아닙니다만 웨이브에 “더 타투이스트”1편 에 출연했습니다. 흉터를 커버업해주는 타투를 하게 되었어요.
수술을 한 부위는 엄청 연약해서 타투할때 정말 사망하는 줄 알았는데요,(여러분은 절대 하지마세요. 디집니다 진짜) 막상 하고나니 흉터가 아닌, 예쁜 타투가 있는 등을 보니 안심하게 되더군요. 뭔가 시각적으로 흉터가 보이지 않으니 좀 더 활동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정신과약도 끊어내며 직장생활도 활발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암이 생기고 수술을 했다고 멈추어 서는 존재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내가 잘못살아서 암이 생긴 것도 아니고, 그저 어쩌다보니 암이 찾아온거예요. 그러니 자책할 필요도 없고 나의 인생에서 잘못된 점을 기어코 찾아낼 필요도 없습니다.
암을 만난 지금은, 좀 더 나를 소중히 대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우리몸의 신호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오늘도 열심히 살아내줘서 고맙다고 나의 어깨와 손등을 쓸어내리며 토닥토닥 두드려주세요.
우리가 가는길은 피어나는 꽃처럼 만개할것입니다.
오늘도 잘 살아내줘서 고맙습니다.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