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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쌤 May 28. 2024

토레스 델 파이네

칠레 에필로그

 오늘은 하루 종일 토레스 델 파이네 산과 함께이다.

남미여행을 준비하면서 내 맘을 흔든 사진 중 하나가 이 산의 모습이었다.

 산을 찾아가는 길부터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파타고니아 지역의 푸른 초원, 그 위에 하얀 들꽃이 지천인 평야를 달린다.

파아란 하늘에 널린 굵은 구름들, 새파란 호수와 함께 저 멀리 토레스 델 파이네가 언뜻 보이면서 이미 가슴이 쿵쿵거린다.  

눈 쌓인 웅장한 산들 가운데 세 개의 바위 덩어리가 탑과 같이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가 환상적이다. 책에서 봤던 그 모습이다.

 바람이 매우 세게 분다. 흩어지고 모이는 구름이 예술이다.

세 봉우리의 장대함은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듯, 세찬 바람에 몸이 날아갈 것 같다.

 저 산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러나 직접 산속으로 들어가 트레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산을 보고 감탄하고 있다. 점심도 이 산을 배경으로 한 멋진 식당에서 한다.

 우리나라 지리산을 앞에 두고 차로 주변 풍광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이 산을 언제 트레킹 할 날이 또 있을랑가? 아마 남미에 남겨둔 아쉬움은 아쉬움 그대로 남아있지 않을까. 워낙 멀어서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밀로돈'이 살았는지 흔적이 발견됐는지 했던 동굴을 보다. 처음 듣는 동물종, 입구에 약 3m 정도 되는 실물 크기의 모형이 서있는데, 사실 나는 상상력이 없다. 동굴 입구에서 바라본 바깥세상이 참 아름다웠다는 것.  

밀로돈 동굴에서 바라본 하늘

 그레이 호수를 걷고 빙하가 보이는 곳까지 트레킹 한다. 모세의 강을 건너는 듯.

빙하 덩어리가 몇 개 떨어져 나와 있다. 뉴질랜드의 빙하트레킹과 느낌이 비슷하다.

그레이 호수 트레킹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8시, 톡이 와있다.

오늘 딸아이의 생일, 한 살 아래 동생이 미역국 끓여줬다고 사진을 보내왔다. 처음으로 혼자 떠났던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바로 누나 생일을 챙겨주었나 보다. 계란프라이에다 미역국, 쿨한 생일상이네. ㅋ, 애썼다. 기특하고 고맙다.

내일은 네 번째 나라,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칠레 에필로그 (브런치스토리 '여행기 맛보기 2' 중에서)

 

  아주 긴 나라, 칠레


 페루 볼리비아와 비교하여 칠레는 윤기가 좀 흐르는 느낌.

그만큼 여행객에게 주는 '거친 매력'은 덜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내 느낌.


 그러나 시인 ' 파블로 네루다'의 나라 칠레!

또 하나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모습에도 그 산이 얼마나 나를 흔들지 이미 감이 오는 산,

칠레 파타고니아의  명산 '토레스 델 파이네'!

이 두 존재만으로도 지구상 가장 긴 땅 칠레는 내게 또 아름다운 칠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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