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번잡한 시내로 들어오고 우리의 시청과 비슷한 중심지광장에 위치한 근사한 호텔 앞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스파와 찜질방까지 있는데다 광장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고 넓은 방으로 우리가 배정되다. 무슨 일?운이 좋은 거란다.
5성급 호텔에다 여행 중 이런 호화로운 방은 처음이어서 방 구경을하고 시내와 광장을 내려다보며신나 한다.그러나 아무리 봐도 둘이 쓰기엔 너무너무 방이 넓다.
오늘은 이 방에서 꼼짝 말까? 하다가,
시내투어를 나간다. 걸어서, 전철을 타고 다니려 했으나 일행 중 한 부부가 택시를 예약했다고 같이 다니자고 하니 그럽시다요.
산티아고의 네루다
번화한 도시의 중심지를 돌고, 산타루치아 언덕을 오르고, 마지막은 네루다의 집으로 간다. 산티아고를 가면 꼭 찾아보고 싶었던 곳이다.
영화 ‘일포스티노’를 기억한다. 여행 오기 전 다시 봐두었다.
화려하고 정갈하고 품위 있는 살림들, 작품들, 그의 생애가 전시되어 있다.
그의 예술적 감각과 멋과 낭만을 만나다. 게다가 용기와 정의로움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누린, 행동한 시인이라고 생각했었지. 명예, 사랑, 예술 등을 다 누린 사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다.
그의 사인이 새겨진 작은 종지 하나 기념품으로 모신다.
파블로 네루다 종지
거리에서 맥주 한잔 하는데 기분이 붕 뜨고 좋다. 시인을 만나고 오는 길이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정치가를 만나고 왔으면 그러지 않았으리라. 시대에 실패하거나 불행했던 시인을 만나고 왔어도 그렇게 기분이 편하지는 않았으리라. 결과까지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오니 마음이 늘어졌음이다.
동행한 일행은 덕분에 시인을 알게 되어 고맙다고 인사한다.
천만에요. 먼 여행지의 거리에서 맥주를 한잔 하며 시를 이야기하고 시인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부를 만나서 우리가 얼마나 좋은지요.
파블로 네루다의 집
발파라이소
네루다의 집이 있고 벽화마을이 있는 아름다운 항구 마을을 간다.
날이 흐리고 10명이 같이 움직이다. 1시간 30분 걸려 비네마르 해안가에 이르다.
관문인 꽃시계 앞 기념 촬영.
네루다의 집으로 간다. 친구가 마련해 준 집이란다. 현재 박물관으로 쓰이는 네루다의 집은 들어가지 않았다. 어제 방문한 산티아고의 집과 비슷한 분위기일 듯하여.
대신 바다가 바라보이는 정원에 앉아 한참을 멍 때리다. 여기 앉아 있으면 시 절로 절로 나오겄다.
좋구나.
네루다의 집 정원에서 내려다본 풍경
세바스티아나 벽화마을. 세계 벽화마을의 원조가 아닐까. 산동네가 온통 벽화이다. 처음에는 저 아래 바닷가에서 자기 집을 찾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데, 지금은 세계 문화유산까지 되었다. 네루다와 함께 아름다운 동네로 기억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