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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쌤 Jun 06. 2024

이(렇게)과(한) 수(물)

 브라질 마을 '포스두 이과수'로


 새벽에 호텔을 떠나 이과수가 있는 국경 브라질로 넘어오다. (비행기 부에노스 8시~ 이과수 9:55)

이과수는 ‘커다란 물’이란 뜻이란다.

난 지금까지 우리말인 줄 알았다. ‘이렇게 과한 물’!

언어가 통하긴 하네. '커다란 물'과 '이렇게 과한 물'. ㅋ.

 또 하나 이과수가 브라질의 폭포인 줄.

 그런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국경에 걸쳐 있단.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있는 '나이아가라'처럼.


 폭포 상류 쪽에 아주 평범한 강물이 흐른다. 그것이 하류로 떨어지면서 큰 폭포를 이루는 거다. 넓고 깊은 몇 단계의 폭포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폭포를 향한 산책길을 걷는다. 그 유명한 ‘악마의 목구멍’ 가까이에 갈 수 있도록 데크를 만들어놨다. 폭포의 물보라가 천지사방으로 뿌려지며 수많은 인파의 몸을 샤워시켜 준다. 이게 실화인가......

 드디어 영화 '미션'에서 나를 경악하게 했던 그 폭포!

상상 초월. 얼마나 크고 웅장한지... 저 물... 저 목구멍이란 곳에 쏟아지는 폭포와 피어오르는 안개... 몸이 저려온다.

 거대한 파도가 하강하는 것 같다. 살아있는 괴물들이 괴성을 지르며 온몸을 내던지는 것 같다. 하나둘의 폭포가 아니고 셀 수 없이 많은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입을 다물 수 없다. 웅장함을 한 화면에 담을 수도 없다. '악마의 목구멍'은 낙차에 의해 생기는 안개 때문에 담지를 못한다. 눈으로 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서도 이 장면을 볼 수 있다. 전망대 옆에서 듣는 폭포의 소리는 깜짝 놀라고 무서울 지경의 굉음이다. 놀랍다. 저 아래 데크 위의 사람들이 폭포 사이에서 현실감 없게 보인다.  이래서 이과수 이과수 하는구나....


 내일은 아르헨티나로 다시 넘어가 그쪽의 이과수 폭포를 갈 것이다. 보트를 타고 폭포 밑으로 들어간단다.

아, 또 어떤 장면일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무섭게 쏟아진다.             


 아르헨티나 마을 프에리토 이과수’로


  아르헨티나 쪽의 이과수가 더 크단다.

8시 입장, 기차를 타고 내린다. 이과수의 상류로 간다. '악마의 목구멍'을 위에서 보는 것이다.

이름하여 ‘악마의 목구멍 트레일’


 이과수강, 너무도 잔잔하고 넓은 강, 그냥 일반적인 평화로운 강이었다. 그것이 갑자기 하류로 떨어지면서 무서운 폭포로 변신하는 것이다. 저 아래서는 위에 이런 평화로운 넓은 강이 있으리라 상상을 못 할 것이다. 며칠 전 계속 비가 와서 이과수의 수량이 많아졌다 한다. 비가 오지 않았을 때의 이과수를 보고 실망한 사람도 많다고 하니 이 엄청난 이과수를 봐서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이과수 강

 악마의 목구멍으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다. 영화 속 신부님이 이 강에서 십자가와 함께 밑으로 떨어진 거다. 너무도 강렬한 그 부분이 떠올라 다시 오금이 저리는데...

 길이 700m, 폭이 150m인 U자형의 폭포. 이미 몸은 다 젖는다. 놀라워라. 정말 놀라워라. 입만 쩌억 벌어진다. 인간이 한 줌밖에 안 된다.

악마의 목구멍으로 떨어지는 물

 트레일 길을 걷다. 낮은 산책로, 높은 산책로. 하루 종일 폭포를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길이 정비되어 있다. 웬만한 폭포는 그냥 패스다. 한국에 그거 하나 있으면 굉장할 폭포도 패스. 좀 큰 폭포는 다 이름이 있다 (에바, 보세티, 엠비구아..) 모든 폭포가 이과수가 아니다. 그런 폭포들이 수백 개란다.

 드디어 보트를 타고 폭포 밑으로 들어가는 순서. ‘그레이트 어드벤투르’!

큰 트럭을 타고 밀림을 지난다. 노란 옷을 입은 가이드가 아르헨티나의 밀림 자랑을 막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뭐가 많이 살고 있고... 저기 보세요! 큰 거미, 여기 보세요! 나비들... 뭔가 코끼리와 원숭이도 보일 만한데, 그 둘만 본다.

 20분 정도 지나 보트 타는 곳, 비가 온다. 쏟아진다. 춥다. 우비도 입고 구명조끼를 입는데 막 춥다.


 그 빗속에 보트를 타고 폭포까지 달린다. 어마무시하게 춥다. 안 그래도 무섭고 떨리는데 맘속까지 뼛속까지 떨린다. 우박이 얼굴에 내리치는 것 같다. 폭포 주변으로 간다. 물결이 다가온다. 무섭기도 하고 설마 어떻게 되겠어? 기대도 하고, 그 와중에도 사진을 찍는다. 방수 카메라팩 덕분에 폭포 속으로 들어갈 때도 사진기를 내리지 않았다.

 사진은 동영상으로 했다. 그 폭포소리와 사람들의 비명과 동시에 지르는 함성 소리가 섞여있다. 이과수의 광신도 같은 열띤 소리다. 상황을 모르고 들으면 부흥집회나 아비규환 상황 같을 수도 있다.

 웬일일까. 폭포 속으로 들어갈 때 순간 물이 따뜻하다고 느낀다. 고요함도 느낀 것 같다. 정신을 잃은 건가?

몇 번 폭포 밑으로 오가면서 물벼락을 맞는데 성령과 은혜의 물세례를 받는 것 같다. 재밌다. 짜릿하다. 끝.

저 폭포 속으로

 무슨 일을 해낸 것 같은, 그러나 꿈결에서인 듯, 분명 이 세상의 일은 아닌 듯, 우리는 약간 얼이 빠진 듯, 비현실적인 감각으로 육지로 되돌아온다.

햇살이 내려오다. 아 진작 좀 나오시지. 그러면 더 기가 막히게 통쾌하게 저 폭포를 맞이했을 텐데.... 아쉽다. 그러나 곧 비가 다시 오고 우리는 마치 거지와 같이 덜덜 떨고 장난이 아니다. 트럭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또 비가 쏟아지고. 미치는 줄 알았다.

 화장실 손 말리는 것에 머리도 잠시 말리고(처음 해본 일, 누군가 아이디어 좋다고 막 칭찬해 줬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가져간 옷을 간신히 갈아입고 이 떨림을 가라앉히다. 이런 경험 또 언제 할 수 있을까.

 

호텔로 돌아와 샤워하고 말끔해지다. 꿈결 같다. 자연과의 완벽한 합일... 이렇게 말하고 싶은 떨리는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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