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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쌤 Jul 30. 2024

티베트 2,
초모랑마의 나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4대의 지프차에 기름을 꽉꽉 밟아 채우고 떠난다. 어느 순간 갑자기 저 멀리 앞쪽에서 거짓말처럼 산이 나타난다. 우뚝 솟은 초모랑마의 끝이 보이는 것이다. 정말 놀랐다. 사진으로 여러 번 익숙하게 본 정상의 모습이다. 구름에 싸이지 않은 저 모습은 보기 쉽지 않은 광경이라 하니 누가 덕을 쌓은 건가. 내려서 사진을 찍고 설렘을 피워낸다. 어서 가까이 저 산을 만나러 가자. 날은 춥다.


 드디어 베이스캠프를 향해 길을 꺾어든다. 그런데 거기 애들 장난처럼 줄이 하나 길을 막고 있고 한쪽 끝에 쓰러져가는 천막이 있다. 가이드와 한 선생님이 천막으로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니 줄이 내려온다. 산을 오르는 길이 엄청 험한데 생명을 잃어도 우리 책임이라는 각서를 쓰고 왔단다. 심각한 것을 소꿉장난하듯이 의식을 치르게 한다. 산 하나를 넘어가야 베이스캠프란다. 3시간을 더 달려야 한다.


 길은 진정 장난이 아니다. 꾸불꾸불, 꼬불꼬불, 구정양장, 하염없이 산 정상을 향하여 놓여있는데 중간중간 공사도 하고 위험하고 스릴이 있으나, 곳곳이 절경인 것은 당근. 이런 것을 '장관'이라 하는 것이리라.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티베트의 산들은 그 자체로 신비로움이며 곳곳의 샛노란 유채꽃밭 하며 초록의 라이보리, 간간히 서있는 절대 높지 않은 티베트의 집들, 그리고 간혹 보이는 가난한 차림의 티베트인들까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자연이 되어 우리에게 신음을 자아내게 한다. 끝이 없이 올라간다. 돌고 돌아 올라와 내려다보면 올라온 길이 끔찍하고 아름다운데 우리는 어디까지 올라가는 것일까. 하늘과 곧 맞닿을 듯한데, 이 길을 닦아 놓은 중국인들이 징그럽다. 길은 비포장이라 앞서간 차의 꽁무니에서 흙바람이 한바탕 연기처럼 피어오르다가 어느 결에 사라지곤 한다. 그리고 나타나는 끝없는 길, 끝없는 산. 저기 선 하늘.


 드디어 산(고개)의 정상에 멈춰 선다. 전망대이다. 날이 좋으면 볼 수 있다는 8천 미터급 산들의 정상은 구름에 가려있다. 그것이 다 보이면 아마 난 기절할 것이다. 또 한 번 룽다가 펄럭이는 돌탑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 올라가 주변을 조망하고 세상에서 제일 쾌적한 쉬포인트를 마련한다. 다시 내려간다. 


 올드 팅그리 마을

 베이스캠프로 향하여 또 구불거리는 길을 하염없이 내려가고 마을에 도착한다.  

 조그마한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는다. 벽에는 고급스러운 서구식 부엌 사진과 과일과 양주로 세팅이 된 우아한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있는데 아무래도 이 식당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주인 여자는 너무 상냥하고 음식은 먹을 만하다. 가이드가 부엌에 직접 들어가서 뭐라 뭐라 요리에 대해 제안을 한다.

  "짜지 않게, 향 넣지 말고"..... 덕분에 배를 채웠다. 여행 중 때론 죽지 않을 만큼 먹는다 하고, 때론 살기 위해 먹는다고도 하며 음식을 먹는다. 먹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우리 음식을 준비하느라 기사들 음식이 늦어졌다. 그들이 식사할 동안 밖으로 나가 약 30분을 기다리는데 동네 아이들이 다 몰려나왔다. 녀석들이 달라붙는데 차림새가 참 딱하게 됐다. 옷은 때에 찌들어 있고 한 번도 빨지 않은 듯 먼지가 겹겹이 쌓여 두껍고 탁하고, 씻는 것도 있을 수 없다는 듯 어째 봐줄 수가 없이 지저분하다. 그래도 어린 녀석들인지라 귀여워서 친한 척 사진도 찍고 했더니, 나중에 차에 먼저 탄 선생님이 옷을 털고 차에 타라고 질겁을 한다. 이가 나왔다나. 이런...


 출발. 차는 우당탕퉁탕 대며 씩씩하게 질주한다. 길은 울퉁불퉁하고 돌이 언제 떨어져 내릴지 모르는 산을 끼고 먼지 휘날리며... 그러나 여전히 상쾌하고 설레는 길이다. 드디어 롱북사원이 있고 조그만 마을이 있고 여관인 롱북빌리지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니 천막촌들이 나온다. 차에서 내린다. 기념품을 팔고 트레킹을 하거나 산을 오르는 자들을 위한 여관, 로지라 하는 곳인가 보다. 


 마차를 타고 5200 고지로


 넓은 강이 흐르고 있다. 여기서 마차를 타고 예전 베이스캠프였던 5200 고지까지 간다. 약 40분 걸린다 한다. 마차 한 대당 두 사람씩. 날은 선선하고 햇볕은 내리쬐고 저기 설산이 보이고 우리는 올라간다. 아주 느긋하게. 고산증 같은 것도 없어진 지 오래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강을 이루고 있다. 빙하 물이다.


 50m를 걸어 올라가 베이스캠프에 오른다.

 중국의 오성기가 나부끼고 중국 군인이 지키고 있어 뭐라고 간섭 겸 안내를 한다.

 저 앞에 초모랑마가 거대한 봉우리를 드러내고 있다. 눈 덮인 산이 햇빛에 광채를 내고 있다.

그런데 어째 생각보다 높지 않다. 저기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저기서 사람이 죽으면 찾을 수도 없을 정도라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다. 어쨌든 그 세계 최고봉을 바로 눈앞에서 본다는 게 이게 보통 일인가. 감격하고 또 감격하고. 행복하고 감사하고....


 룽다가 휘날리는 고지에 올라간다. 한달음에 올라갈 수 있겠는데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엄청난 바람을 뚫고 우리는 사진 찍고 찍히기에 정신없다. 우리 아이들이 같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다. 다른 곳은 고산병에 음식에 아이들이 힘들 거라는 생각을 했고 우리 둘이 아무 부담 없이 잘 지냈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들 생각이 난다. 돌 두 개를 올려놓는다. ‘소원성취’ 하라고. 이제 내려온다.


 다시 마차를 타고 천천히 내려온다. 그런데 천막 롯지에 다다르기 직전 뒤를 돌아보니 세상에!

 거기에 진짜 초모랑마가 그 정상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까 보고 환호성을 질렀던 것은 초모랑마의 한쪽 팔 부분 같은 곳. 구름이 걷히면서 까마득한 초모랑마 정상이, 우리가 알던 그 굉장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완전 얼음산의 거대한 자태가 우리를 압도한다. 아까 '저 정도라면 우리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했던 말을 산신령이 들었음이 분명하다.


 절대 아무나 오를 수 없는 곳이라는 것, 그러나 그 산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때부터 그리움에 사무쳐 병이 나고야 말 것 같은 장엄한 산이 나타났다. 나는 미쳐버릴 것 같다. 모두가 망연자실.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정신을 쏘옥 빼고 있다. 과연 산은 산이로다.


 '롱북빌리지' 숙소로 오다. 난 여기에 머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란다. 가이드도 착각을 한 것 같다. 예약했던 호텔은 우리가 넘어왔던 그 산을 다시 내려가 팅그리에 있다 한다. 오 마이갓!

 7시가 다 되어가는 그 시간에 가능한가. 깜깜한 밤에 그 산을 넘어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 내놓는 것이다. 내려가야 한다느니, 절대 못 간다느니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여행사와 우리가 반반 부담하기로 하고 롱북빌리지에 머물기로 한다. 나는 너무 좋아했다. 그때까지는 기운이 펄펄 살아있었다.


 초모랑마는 오늘 굉장히 너그럽다. 구름은 다 걷히고 계속 그 모습 그대로 내놓고 있다. 그리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이라 하니 아무래도 우리의 음덕이 만만찮음에 틀림없다고 서로 신나 한다. 여성 동지 10명이 한 방에 묵게 된다. 침대가 열 개 놓여있다. 숙소 2층 창가에 내 자리를 맡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저 산이 바로 바라보이는 꿈을 꾸면서 찜을 했다.


 티베트인의 이름 '초모랑마'! '세상의 어머니 산'이라는 뜻!

지금 롱북빌리지 숙소 2층에서 커다란 창문 너머로 우뚝 솟은 산을 바라보고 있다. 저 장엄함을 뭐라 해야 하나. 이렇게 벅찬 세상에 살고 있음을 고백한다. 8시 넘어 해가 지는 순간 그 노을이 초모랑마에 비추고 있다. 붉은 노을이 산에 비추는데 신비스럽다. 사람들이 자지러진다. 세상은 정말 엄숙한 것. 난 그렇게 세상을 살아야 한다.

 

 어제 밤새 고산증으로 고통의 밤을 지냈다. 산을 다시 넘어가지 않고 롱북빌리지에서 묵기로 했을 때 일행들의 환호성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의 시간으로 이어질 줄 몰랐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머리가 아프거나 토하거나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산소통을 메고 그렇게 힘들어했다. 초모랑마의 위대함을 본 대가가 너무 크다. 10시 정도부터 시작한 밤은 너무 길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잠은 오지 않고 간신히 잠을 청하다 잠시 까무룩하다 한기와 두통으로 눈을 뜨면 한두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한 선생님은 너무 고통스러워한다. 눈이 빠질 것만 같다 하는데 이렇게 아침을 어떻게 기다리나. 7시가 넘어야 날이 밝을 테고 그래야 그 산을 넘어갈 텐데... 시간이 멈추지 않고 흐른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안 가도 될 어두운 화장실을 두세 번이나 들락거리며 쏟아내고 가슴이 메스꺼워지고 아, 정말 아침은 올 것인가. 다들 편치 않은 고역의 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5시부터인가는 아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힘이 들다. 그래도 기적같이 아침이 오더라. 다들 초췌하고 망연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한다. 어제의 감동의 물결은 접어두고 어서 이 악마의 소굴을 빠져나와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도망 나오듯 털어버리듯 짐도 몸도 대충 정리하고 탈출한다. 우리는 대역사를 마친 상태고 이제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안다.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어제 갔던 올드 팅그리로 나와 그 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죽으로 역시 죽지 않을 만큼 먹는다. 기운이 조금 난다. 이제 산을 기어오른다. 어제 왔던 길을 그대로 올라간다. 그러나 여유가 생긴다. 공사차량은 왔다 갔다 하고 어제보다 길이 조금 더 닦인 것 같다. 전망대에 도착하여 타온 커피를 마시다. 아 정신이 난다. 살아난 것 같다. 구름에 가려진 8천 미터급 산들을 바라본다. 가려져도 괜찮다. 우리는 어제 엄청난 것을 주욱 봤으니까. 그 대가도 혹독하게 다 치렀으니까.


 국경도시 '장무'로 가는 길


 오늘은 장무까지 간다. 티베트와 네팔의 국경도시이다. 내일이면 네팔로 넘어가는 거다. 우정공로를 통해 장무까지 가는 길은 역시나 아름답고 행복하기 그지없다. 히말라야의 설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산과 고원과 저 멀리 지평선 끝이 광대하다. 티베트의 산은 설산뿐 아니다. 곧 쓸려 내려올 듯 흙으로 되어있는 산, 바위로 되어있는 산, 모래 산... 모든 산 하나하나가 생긴 것이 독특하여 山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는 것 같다. 터어키의 자연 기암괴석들이 놀라웠었는데 티베트는 더 심하다.


 라룽라(5124m)라는 고개를 넘어 퉁라라는 지역에서 바라보는 시샤팡마(8013m)는 압권이다. 어제 초모랑마를 보면서, 오늘 사시팡마를 보면서 눈물이 나려 한다. 저 산들은 어제 밤새 고통을 안겨주더니 좀 위로를 해주고 싶었는지 오늘 폭포수 같은 은혜를 퍼부어주신다.



 시샤팡마는 8000m급 중 유일하게 티베트에 있는 산이다. 나머지는 네팔과 국경해 있는 산. 한참 파노라마 사진도 찍고 감동에 젖고 있는데 티베트 꼬마들이 또 따라붙는다. 눈에 보이는 것마다 다 달란다. 모자, 옷, 안경까지... 이런 눈을 내놓으라니. 화딱지가 난다. 너희 정부한테 달라고 해! 소리 지르고 싶다. 도대체 이런 아름다운 환경을 가지고 주인 행세는 도둑놈들이 다 하고 아무 걱정 없이 살아도 될 순진한 원주민들은 인민으로 만들어 구걸행각이나 하게 하다니 분노가 치민다. 티베트를 다니는 내내 마음 한쪽이 정리가 안 되는 부분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그러나 고산증세가 없다는 평지에서 '숨은 어떻게 쉬면 되는가?' 무척 궁금해하며 설레며 차는 아래로 돌진, 하산한다.

 5시쯤 갑자기 나타난 니알람이라는 도시에서 차는 멈춘다. 길을 막아놓았다. 기다려야 한단다. 7시 반에 출발할 수 있단다. 잠시 자유 시간을 갖는다. 사람들이 많다. 간판을 보니 카일라스산(수미산) 안내가 많다. 이 도시에서 출발하는 모양이다. 인터넷카페에 들어가 메일도 확인하고 아이들에게 감동의 메일도 보낸다. 전화도 해보니 목소리가 밝다. 잘 있는 모양이다.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저녁을 먹고 7시 반에 출발한다. 장무로 가는 길은 또 다른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산은 이미 고산지대의 산이 아니다. 소나무를 비롯한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는 산이다. 게다가 산 곳곳에서 다양한 폭포가 떨어져 내리고 있다. 못 되어도 4000m가 넘는 산에서 떨어지는 폭포이니 그 줄기가 어떨지 말 다하지 않았는가. 기가 막히다. 역시 길은 구절양장. 장무가 2300m에 세워진 도시니까 약 2~3천 미터를 계속 하산하는 길이다. 길은 외줄이다. 길은 울퉁불퉁이며 역시 도로 공사를 곳곳에서 하고 있다. 바로 옆은 절벽이다. 수천 미터 아래의 절벽이란 말이다. 손 하나 잘못 까닥하다가는 차는 그냥 구를 것만 같다. 내가 갑자기 튕겨 나갈 듯 아찔하다.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어떻게 되는가? 그런데 다행히 차가 한대도 안 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가 니알람에서 기다린 한 시간 반은 장무에서 올라오는 차를 기다린 시간이다. 우리가 내려가는 한 시간 반 동안 장무에서는 올라올 차가 그렇게 기다리고 있을 거다. 날은 조금씩 어두워지는데 한없이 내려간다. 니알람에서 장무까지의 거리는 30킬로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길이 워낙 구불대면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여튼 중국의 장가계를 안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경이다. 어떻게 여기다 길을 뚫어놨을까. 중국인들 정말 대단하다. 산사태가 났는지 돌이 굴러 떨어진 건지 길을 계속 보수를 하는데 다 사람이 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잘하고 있는 일이다만 뭐 하러 자기네 큰 땅 관리도 잘 안 되고 있는 거 같은데 남의 땅까지 넘겨다 보았을까. 예전 내몽고에 가서도 했던 생각, 연변에 가서도 했던 생각이 다시 난다. 티베트의 자연환경을 본 것이 아니었을까. 티베트가 가지고 있는 지하자원뿐 아니라, 이 자연환경도 앞으로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이 될 것 같다.


 이 길로 커다란 차는 절대 다닐 수 없을 것이라 말했는데 중국은 또 한 번 머리를 때린다. 우리가 도착한 9시가 넘은 깜깜한 시간에 니알람으로 가기 위해 기다리는 차가 끝이 없다. 일반 차들은 말할 것도 없고 덩치 큰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아무 일도 아니란 듯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늦은 시각에 어떻게 그 구불탕거리는 산길을 올라간단 말인가. 사고가 없기를... 나무아미타불, 옴마니밧메훔, 오주여! 아멘.


 티베트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호텔은 반 지하에서 자게 됐다. 물도 11시까지만 나온다니 얼른 씻고 나온다. 호텔 앞에는 꽤 깨끗하고 번듯해 보이는 카페가 하나 있다. 비도 추적추적 내린다. 들어가서 코코아와 커피 한잔을 시킨다. 훌륭한 여행이다. 우리는 참 씩씩하게 훌륭하게 다니고 있다. 스스로 기특해한다.

내일 네팔로 간다.


 네팔 국경에서

     

  9시부터 호텔 앞에 있는 관리소에서 출국 심사를 하기 위해 긴 줄을 선다.

티베트의 모든 골목은 중국 공안들이 장악하고 있다. 수속을 마치고 차를 타고 약 한 시간가량 계속 내려간다. 다 끝난 줄 알았던 곡예와 같은 길이 오늘도 계속 이어진다. 심호흡.

역시 아찔한 길들이지만 밝은 아침이기도 하고, 어제 이미 단련되기도 했고, 굴러봤자 2000m 이하니까, 그리고 내려가면 네팔이니까... 여러 가지로 안심시키고 몸을 맡긴다. 가는 길은 이미 우리의 산세와 다를 바 없는 포근하고 산다운 산이다. 티베트는 우리가 가진 산도 가지고 있다. 칫. 폭포는 여전히 이 정도는 별거 아니란 듯 무심하게 2000m 아래로 떨어지고.


 드디어 다 왔다. 가이드와 운전사와 짧은 작별을 나눈다. 우리 차 운전자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려 베스트드라이버라고 칭송해 준다. 네팔아이들인지 티베트아이들인지 짐을 들어주겠다고 와르르 덤벼드는 통에 놀란 우리 일행은 그 무거운 짐을 하염없이 끌고 우정의 다리를 건넌다.

 국경지점에 붉은 줄이 하나 쳐 있다. 넘으면 네팔 안 넘으면 티베트. 그리고 바로 네팔의 국경 '코다리'.


 티베트 안녕. 난 앞으로 중국의 서장이 아니라 영원히' 티베트'로 부를 거다. 그대 얼른 독립하시라. 그대들의 나라를 꼭 되찾으시길. 근데 중국이란 괴물이 워낙 커서 빠른 시일 내에는 되지 않을 거 같다. 그래도 난 꼭 된다고 믿고 싶다. 달라이라마께서도 분투하시길. 비폭력도 좋지만 가난을 알게 된 당신네 나라의 어린아이들 생각해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시길....

 난 '서럽고 엄숙한 세상을 눈물 흘려' 그렇게 살아가길. 한시도 허투루 보내지 않길. 티벳탄들도 그러길. 그들에게 언젠가 꼭 새 역사가 열리길.... 기도하며.   20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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