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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나라 마무리, 딸과 함께 크루즈

인천-상해-후쿠오카-부산

by 순쌤

2019.4.26.~5.1


내게도 이런 일이

인천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개통 기념 이벤트에 응모, 행운에 당첨되다.

5박 6일의 일정으로 두 명이 갈 수 있다. 누구와 갈까? 이 여행을 좋아할 생각 나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그중 엄선하여, 새로 시작한 공부 때문에 심신이 피폐해진, 위로가 필요한 딸과 동행하기로 결정!

크루즈는 나이 든 부유한 사람들이 호화롭고 편하게 하는 여행이라 알고 있기에 '우리도 나중에 나이 들면 한번 가볼까?' 하는 정도였는데 이런 우연한 기회가 왔으니 할 만한 여행인지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인천항에서 첫 출항하는 크루즈!

" 우리나라 여행객의 이용은 물론 외국의 큰 배들이 정착하며 수많은 관광객을 쏟아낼 테니 촘촘한 준비가 필요하겠네. 인천만의 독특한 볼거리 먹거리 등의 상품이 있어야 할 텐데, 인천 준비됐나요?"

아직 정비가 덜 된 것 같고, 사람들로 북새통인 대합실에서 기다리며 별별 생각의 오지랖이 펼쳐진다.

많은 자본을 투자하여 기간 시설을 만들었을 텐데, 잘 활용되고 지역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항으로 이동, 공항에서 출국하는 것과 똑같이 수속을 밟는다. 약 2천 명의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라 무지 복잡하다. 70여 조로 움직인단다.


거대한 배가 바다 위에 떠 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그렇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들을 보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몇 천 명의 사람을 실은 빌딩 같은 배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이 여전히 신기할 뿐이다.


배의 구성이나 이용 방법에 대한 안내도 받고 재난 발생 시 보트를 이용하여 탈출하는 것도 교육받는다.

우리가 배정받은 방은 1층, 있을 것 있고 깔끔하고 바다가 보이는 방이다. 좋다.

배 안에서는

식당은 다양한 먹거리의 뷔페로 항상 열려 있으니 먹을 것에 진심인 사람들은 좋겠다. 볼거리, 참여할 거리 등의 프로그램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취향에 따라 참여하여 같이 즐기든지 혼자 즐기든지 아니면 방에서 뒹굴든지 쉬든지 하면 된다. 배는 쉼 없이 다음의 도시를 향하여 바닷길을 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자기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친구들과 같이 온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 보모님 모시고 온 자녀들.... 다양한 조합의 사람들이 각기 바쁘게 혹은 느긋하게 흘러 다니는 듯.


꼭대기층 발코니에 나가면 펼쳐진 망망대해, 거기 한 점을 찍은 배 위에 내가 있음을 안다. 바람과 함께 태양과 바다를 온몸으로 맞는 것도 벅차다.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천천히 한 바퀴 도는데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그러면 수평선에서 해가 돋는다.

헬스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기도 한다. 내친김에 트레킹 코스 하나 있었으면 금상첨화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란 생각이 절로 난다.


공연장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초대가수들의 공연은 만원이다. 트로트가수가 나올 때는 어르신들이 무척 좋아하신다. 우리 언니들이랑 와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다.

연극 공연도 한다. 서커스도 수준급이다.


처음 도착한 도시 상해

아, 자유 여행이 아니다. 스케줄에 따라 120명이 함께 다니는 거다. 딸아이는 상해의 아름다운 야경이나 자유로운 국제 도시를 본다는 기대를 했으나, 설명 듣고 훑어보고 스쳐가고 그냥 따라다니는 관광이 되어버렸다. 홍구공원, 임시정부청사도 그냥 훑고 지나가다. 상해의 ‘예원’ 정원과 그 앞의 시장 거리를 자유롭게 노닐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다만 점심은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는 것. 녹지그룹의 빌딩숲에 있는 거대한 식당에서 정식으로 맛있게 먹었다는 것.


버스로 잠시 이동하여 우리의 집 ‘배’로 다시 들어오다.

크루즈 여행의 커다란 장점 하나, 5박 동안 짐을 싸지도 않아도 된다. 우리 방에서 지내다가 자고 나면 기항지인 육지에 닿아있다. 사람이 육지에 내려 그 도시를 구경하는 동안 배는 식사를 하고 쉼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배는 또 다음 기항지를 향해 흐른다. 오늘 하루 종일 배 안에서 '삶'을 살고 뒹굴면 내일 일본 땅에 도착할 것이다. 이것이 매우 편리하고 재미있고 신기하다.


두 번째 도시 후쿠오카

하루 종일 흐림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이다. 후쿠오카의 가보지 않은 곳, 기타큐슈를 간다.

모모치항과 고꾸라성과 신사와 리버시티쇼핑몰까지 돌고 돌아오다.

상해 때와 달리 우리 둘이만 다니는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서 다행이다. 날씨도 좋고 한적하고 일본 답게 깔끔한 곳이다. 걷고 카페에서 달달한 시간도 보낸다. 짧은 시간이 아쉽지만 딸아이와 다니는 이런 여행이 평화롭다.

버스 타고 다시 정박해 있는 배, 나의 집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 마치 '뿅~ '하면 요술처럼 우리 방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신기하다. 내일이면 부산으로 간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간다. 짐을 다 싸놓다.

지금은 대마도쯤 지나가는 중일 게다. 어젯밤에 파도가 세서 맥주 한 잔 하고 난 뒤 멀미 조금 했다. 우리 창문까지 파도가 올라오는 센 풍랑이었다.

흠, 크루즈도 멀미하는구나.


세 번째 도시 부산

아침 7시, 창에 붙어 여러 모양의 오륙도를 감상하다. 여기 배에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면이겠다.

부산항은 이 큰 배를 맞을 준비가 잘 되어 있을까, 드디어 도착하는데 엄청난 크기의 복잡한 항구를 보고 감개무량함이 드는 게 뭔지.

하선하는 시간이 예정보다 조금 늦어졌으나 하선 과정은 질서 있게 빨리 이루어졌다.

셔틀버스가 우릴 KTX기차역까지 데려다준다니 역에 짐을 맡겨놓고 부산 관광으로 이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딸아이는 처음이라는 감천 문화마을로 간다.

부산항에 크루즈가 한 대 도착한 것을 봤는데, 그 배의 손님들이 몇 조 온 것 같다. 산동네가 시끌시끌한 것이, 맑은 날과 함께 마을에 생기가 넘친다. 크루지 정착지가 이런 거구나...

경제에 둔한 내가 일단 경제적인 면에서만 보면, 배 안에서 수많은 사람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며칠을 먹어야 하는 식자재, 기항지에서의 차량 이동, 가이드, 관광 수입 등등, 크루즈 한 대에 따라오는 경제 효과가 매우 크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런 큰 배가 지나가는 곳에 문제가 없을 수 없겠다. 매우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크루즈의 문화가 바다나 기항지에 환경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며칠의 경험으로 감만 잡은 것으로, 관심 두고 알아볼 일이다.

크루즈의 화려한 분위기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마을, 역사적인 아픔과 흔적과 연륜이 있는 이 마을, 전쟁 때 터지도록 밀려온 피난민을 품어준 이 마을이 내게는 애달프고도 고마운 동네로 기억된다.

구석구석 마을 길을 걸으며 한 컷, 색감이 선명하고 예뻐 사진을 많이 찍는다.

관광객이 구경하며 보기에는 참 예쁜 마을이지만 비탈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은 일상생활하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일 거라 느껴진다. 실제 사는 이들에겐 관광객들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주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아, 참 좋다." 둘은 의견 일치.

골목의 계단을 하염없이 내려와 택시로 ‘초량 밀면’으로 오다. 부산에 왔으니 인사를 해야지, 점심을 오지게 마무리하고, ktx를 타고 서울로 오다. 집, 그리운 집 도착하다. 구경 한번 잘했다. 늘 그렇듯이 감사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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