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2
나는 걷는다.
산티아고처럼 걷기의 정수인 긴 길, 내 사랑 제주 올레길, 안산처럼 평화로운 뒷동산 길, 한강이나 샛강처럼 도시를 가로지르는 산책길, 동네 큰 아파트 아스팔트 길, 상점 즐비한 골목길......
모든 길이 길을 내고 있다. 꼭 건강을 위한 목적으로 걷는 것 같지는 않다. 내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것이 행복하고 고맙다.
혼자도 걷고 남편과 걷고 친구들과 또는 형제들과도 걷는다. 어떤 걷기이든 나의 맘을 충만하게 한다.
걷기가 평화임을 안다.
틱낫한 스님의 말씀 따라 땅을 밟고 걷는 것 자체로 기적이라 믿으며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다.
나는 읽는다.
세상은 글이다.
남이 써놓은 글을 읽기만 해도 된다. 내 시간을 들여 읽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 참 고맙다.
그냥 편하게, 때로 흥분하며, 때로 감격하며 글을 읽는다. 새롭다.
책을 읽기 싫어했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굴러갔을까 상상만 해도 재미없다. 어릴 때부터 외로움이나 존재감 없는 시간들을 채워준 책이, 오늘까지도 습관이 되어 나를 숨 쉬게 해주는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쓴다!
나는 적지 않게 쓴다. 아무 때나 쓴다. 어디서나 쓴다.
모두 나간 집에서 커피를 내려 식탁에 앉거나 도서관 책들 사이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평화로운 아침이다.’ 또는 ‘도서관이다.’로 시작하는 하루가 좋다.
책 한 권 읽고 나면 쓴다.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내용은 필사해 놓는다. 내 영혼을 흔든 책이었다면 감상이 아주 길다. 가슴을 치게 하거나 감정의 증폭이 크게 일렁인 것은 날 흥분시킨 책이다.
여행을 갈 때 가능한 노트북을 가져간다. 그날그날의 일정과 정보와 감각과 깨달음을 기록한다. 돌아와 여행을 재생하는 긴 글을 쓴다.
가끔 수필과 시를 쓴다. 일상의 평화로움보다 더 큰 울림이 있을 때일 게다. 사람에 대하여 사회에 대하여 자연에 대하여 때로 더 큰 초월적인 존재에 대하여 쓴다.
조심스럽게 말한다.
“기록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