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1 평화의 세계로
" 뭐 하고 지내세요?"
5년 동안 참 많이 들은 질문이다.
교단에서 아이들과 잘 놀더니, 정년 10년을 남겨둔 팔팔한 나이에 은퇴를 해버리고 꿍짝대는 내게 지인들은 진심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는다.
“놀아요!”
나의 대답은 간결하다.
“ 아니 뭐 하고 놀아요?”
바로 나오는 질문에 이어,
‘ 우리 나이 때 놀게 뭐가 그리 있냐, 놀기도 지겹지 않냐, 일할 수 있을 때 일을 해야 하지 않냐, 사람은 일하지 않으면 늙는다.’
이런 의견과 조언들이 잇는다.
그리곤 당치도 않다는 내 표정을 보곤,
‘뭐 하고 노는지 알려 달라, 같이 좀 놀자, 부럽다…….’
이런 이야기.
‘놂’이 겁나는 세대를 생각한다.
‘젊은 날 열심히 일하며 산 우리, 은퇴 이후 우리, 이제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나아가
‘같이 잘 누립시다.’
이런 소망을 공유하고 싶다.
일단 노는 것 지겹지 않다!
마치 아이처럼 놀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도 될까? 밤이 되면 ‘얼른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고도 했다. 직장을 다닐 땐 이 밤이 오래갔으면 하고 바랐던 기억이 새삼스럽지 않은가. 아, '일요일이 다 가는' 슬픈 소리란…….
‘사람은 자고로 일을 해야 한다’는 말,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존재 의미를 상실한 듯한 분위기를 주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열심히 일하게 하고 열심히 소비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가혹한 유혹 아닐까.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적당히 일하고 잘 노는 것이 사람은 물론 자연에게도 이롭다는 것을 나 또한 이제야 알아채고 있으니…….
그러나 일이 좋은 사람, 지금 하는 일에 재미와 열정을 가지고 계신 분, 나이가 들어도 의미 있게 일을 하고 계신 분, 그렇게 꾸준히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분은 일을 하시는 게 맞다. 그분들에게는 진심으로 경의를!
또는 일용할 양식으로 만족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더 많은 것, 더 풍요로운 노후, 심지어 내 자식의 집이나 먹고살 일까지 염려해야 하는 사람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즐겁게 일을 하시면 된다.
다만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여전히 일을 해야만 하는 분들에겐 너무 죄송하다. 공직 생활 이후 연금으로 일용할 양식 걱정 없이 사는 것은 큰 행운임을 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도 노년이 불안한 우리 시대이기에 그렇다. 하여 젊은 날 열심히 일하고 세금 따박따박 내면 품위 있는 노후를 보장하는 게 나라의 의무여야 함을 틈만 나면 외치곤 한다만, 신나게 놀면서도 마음 한쪽은 늘 미안함이 함께 남아있다.
은퇴 이후 나의 일상은 걷기, 읽기, 쓰기이다.
이것이 내 '놀이'의 주요 내용이다.
배드민턴 사랑을 비롯하여 잡다한 예체능계 놀이들은 시간의 틈새를 건강하게 해주는 가지들이고 틈나면 살림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과 물질과 마음을 나누는 일을 준비, 실행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일상이 아닐 법한 내용으로 채워진 하루하루는 내 삶의 원칙인 평화로운 삶으로 이어져 있다.
혹, 돈이나 자녀나 미래에 대한 염려가 있으시다면 그만 내려놓으시라고, 이제 내 안의 평화는 물론 이 사회, 인류가 평화롭게 사는 삶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겠냐고 얘기 나누고 싶다.
언젠가 은퇴를 하게 될 이에게, 은퇴를 맞이하여 불안한 그대에게.
* 나보다 훨 젊은 친구가 나의 은퇴를 부럽다고 인사할 때,
"부러우면 얼른 늙으셈~"
하고 재촉하면,
그건 아니란다.
그렇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