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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쌤 Oct 15. 2023

여행기 맛보기 2

브런치스토리 서랍 열기-남미

 1. 엘콘도르 파사, 페루

 거칠고도 아름다운 광활한 사막이 있다.

사방으로 안데스의 웅장한 산맥에 숨이 멈추다.

3천 미터도 더  높은 곳에 펼쳐진 드넓은  평야에서 그들은 농사를 짓는다.

원주민들의 초연하고 처연한 눈빛을 바라보기 어렵다.


그들의 슬픈 역사와는 다른 원색의 향연들,

하늘에서 본 나스카 그림들,

안개와 구름에 가린 마추픽추가 온몸을 드러내는 순간의 황홀함,

거리거리마다 그들이 돌로 남긴  흔적들은,

놀랍고 신비하다.


 페루는 쉽게 풍경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지금 그들의 땅에서 숨쉬기도 힘겨운데,

이런 만만치 않은 산과 땅을 가진 깊은 눈의 잉카인들이,

어떻게 백여 명의 장사꾼 코사르 일당에게 그리 쉽게 정복당하고 말았을까.

그들이 가진 것은 단지 총 하나뿐이었는데... 이해하고 싶지 않은.

 돌아오는 버스에서 듣는 '엘콘도르 파사'는  슬픔과 혼란 그것.

콘도르는 잉카인들을 지켜주는, 그들이 추앙해마지 않는 새라는데,

'새는 떠나갔다'니....

우리에게  '철새'라고 번역해 준 사람이 코사르 후손일까.

긴 역사를 짧은 7일에 훑고 페루를 떠나며.


2. 체 게바라다운 땅, 볼리비아


  라파즈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도 라파즈.

둥그런 접시 모양의 분지인 이 도시는 낮은 곳이 3600미터,  최고지대는 4095미터.


 3600 고지에 사는 분들은 상류층, 중간 지대는 중산층, 4095 지대에 사는 분들은...

우리는 평지에서도  호흡이 쉽지 않다. 약한 경사를 오를 때는 등산을 하는 것 같다.

혹 도둑이 우리 가방을 코앞에서 낚아채 가도 우리는 그를 잡으러 가지 못할 것이라고 농담을 한다.

우연히 들른 한국식당의 주인아주머니는 요리를 할 때 산소호흡기를 쓰기도 한다고...

밤에 잠을 자는 것은 더 곤혹스럽다.

 관광객은 전망을 보기 위해  4095 고지를 케이블카로 오르지만,

케이블카는 이 도시의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이다.

우리나라 돈 약 500원으로 올라가는데 15000원짜리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이 아찔하다.

그곳에, 밑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무수히 많은 빈민층이 살고 있었다.

사진 찍는다고 조금만 까불어도 우리는 바로 어지럽고 헥헥댄다.

이곳도 언젠가는 전망 좋은 집들로 탈바꿈을 할까. 사실 전망은 끝내준다.


 우유니 소금사막

 볼리비아에 가는 이유. 남미는 거의 무비자인데

이 나라만 유일하게 비자를 요구한다.

떠나오기 전 비자를 받기 위한 과정은, 그냥 확  빼버리고 싶도록 무척 까다로웠다.

그러나 이놈의 우유니 땜시 성질 꾹 참고.  

정작 우유니에 가는 날엔 고산증인  설사가 종일이어서 기운을 빼다.

 그러나,  오! 세상에...

이 땅에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사실일까.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뭍이요?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

김민기는 그때 우유니를 갔다 온 걸까...


 칠레 국경으로 가는 길

 사륜 구동을 타고 안데스산맥을 넘는다.

이 길은 이 세상길들이 아니라고 봐...  

서로 다른 이름의 고산들과 그들의 맥들과 사막과 끝없는 고원의 평야, 다양한 모습의 풍경이 펼쳐지는데 입을 다물 수 없다. 세상이 이렇게 유별날 수 있을까.

페루에 마추픽추만 있는 게 아니고,  

볼리비아에 우유니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이래서, 남미!!!


 5000m 고지를 넘어 볼리비아와 안녕하고 2000m 평지 칠레로 넘어오다.

고산병 안녕, 볼리비아 안녕.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 드디어 안녕!


사족:

"볼리비아에서는 체게바라 흔적이 잘 안 보이네요?"

현지가이드, "우리 볼리비아에서는 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습니다. 그의 정신을 마음에 새기고 있어요. "

"맘에 들어요. "

그렇죠? ㅎ.


3. 아주 긴 나라, 칠레


 페루 볼리비아와 비교하여 칠레는 윤기가 좀 흐르는 느낌.

그만큼 여행객에게 주는 '거친 매력'은 덜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내 느낌.


 그러나 시인 ' 파울로 네루다'의 나라 칠레!

또 하나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모습에도 그 산이 얼마나 나를 흔들지 이미 감이 오는 산,

칠레 파타고니아의  명산, '토레스 델 파이네'!

이 두 존재만으로 지구상 가장 긴 땅 칠레는 또 아름다운 칠레가 된다.

  수도 '산티아고'와  바닷가 마을 '발파라이소'라는 아름다운 벽화마을에 네루다의 집이 있다.

 그는 사랑, 친구, 시, 낭만, 정의로움, 명예, 이 모든 것을 다 누린 시인이 아닐까.


4.  아르헨티나 대륙의 땅끝에서


 모레노 빙하

 남미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기 중에 아르헨티나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이 또 뛰었겠지.

바로 그 장면을 보다.

 배를 타고  정면에서 본 빙하, 그리고 트레킹을 하며 전망대에서 본 빙하, 입과 동공이 쩌억 벌어진다.

그 푸른빛은 쳐다보는 것 자체로 상서롭게 시려오는데, 길이 35km,  높이 60여 m의 어마무시한  이 빙하 역시 차츰차츰 녹고 있다니... 슬픈.


 우수아이아 땅끝.

 멀리 왔다.  여기까지... 이렇게 등대를 바라보고 서다.

 오늘 4시간 여 트레킹을 하고 나니 우수아이아는 우리나라의 땅끝같이 정이 드는,

 우리 모두의 지구 한쪽 땅임을 깨닫다.


5. 남미의 대단원, 브라질


 이과수, 악마의 목구멍

 이과수는 역시 이과수였다.

나이아가라처럼 이과수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양쪽에 걸쳐 있어 카메라 하나로 잡을 수 없는 광활한 모습이다. 마침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해 최대한의 광폭한 기세로 무섭게 떨어진다.


 영화 미션에서 신부님이 십자가에 매여 폭포의 블랙홀, `악마의 목구멍`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남미를 다니면서 드는 의문 중 제일 큰 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가톨릭 신도가 90%가 넘을 수 있을까. 95%까지 간 나라도 있다니, 그 고통스러운 침략의 시간은 악마의 목구멍으로 다 사라진 건가? 신의 이름으로 다 용서가 된 건가?


  여행의 대단원

  늘 그랬듯이  이 여행도 꿈결같이 지나간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이렇게 아름다운가, 사람들이 이렇게 곳곳에서 살고 곳곳으로 찾아다니는가.


 남미는 '더 나이 들기 전에' 큰마음먹고 오는 사람이 많다. 체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행 중 70대 중반인 분이 계셨다. 처음엔 '대단하시다' 놀랐지만, 뉘보다 탈 없이 완주하신다. 그분의 열정에 경의를...

다리 떨리기 전에, 가슴 떨림이 사라지기 전에 와야 한다고 한 일행이  말한다. 공감.


 젊은이들은 역시 젊은이.  무거운 배낭을  지고 자유롭게 다닌다. 난 이런 것이 너무 부럽고 기특해 보인다.  


 여행기를 올리는 이유 중 중요한 것!

 제자들, 체력 다지고 돈도 차곡차곡 잘 모아서 많이 싸돌아다니시길!

교단 마지막 제자가 될 우리 반 녀석들에게  여행지에서  엽서를 쓴다. 좋은 공부하고 자유로운 꿈을 품고 훗날 꼭 오니라. 선생님이 그럴 너를 생각하며!  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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