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동 완주증을 받다

산티아고와 제주올레

by 순쌤

그와 산티아고로! 그녀와 제주 올레로!


광은 아니다. 그냥 많이 좋아한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최고의 행운이자 은혜이자 복이라 생각하며 산다.

나는 퇴직하자마자, 그는 휴직계를 내고, 우리는 바로 산티아고로 향했다.

그리고 5년 후,

틈나는 대로 걷던 제주 올레길을 한 달에 완주할 예정으로 친구와 떠났다.

걷고 걷고 또 걷고...하루 하루 하루.


두 단체에서 인증한 공동완주증명서와 기념 선물을 덤으로 받으며 두 배 즐겁다.

두 길은 아름답다.

두 길은 닮은 길이기도 하고 많이 다른 길이기도 하다.

두 길을 병행해 놓으려 한다. 30여 일 일정이 온전히 '걷기 여행'으로 통하고 있음이다.

5년 전의 산티아고 길도 아직 선하고, 막 다녀온 제주 올레길도 나의 일상을 낯설게 하고 있다.

하루하루 기록했던 여정을 정리하면서, '걷기의 즐거움'을 복기하고 있다.



산티아고를 가기 위해 준비를 한다.


매일 걷기, 준비물 준비하기, 정보 찾기, 여행기 읽기... 그리고 떠난 후 예상되는 집안 살림 챙기기까지.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 아니 며칠이나 걸을 수 있을까. 무릎이 시원치 않고 몸이 젊지 않다. 문명 생활에 익숙하고 불편함, 지저분함을 어려워하는 아주 말랑한 도시인인 내가 깊숙하고 원초적인 고통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통과의례처럼 다들 이런 고민을 하더라만.

주사위는 널리 소문과 함께 던져졌고, "나는 떠난다. 걸을 것이다. 견딜 것이다. 누릴 것이다. 자유할 것이다."

이런 반전과 초긍정의 정신 무장도 하면서.

일단 파리에서 2박 후 이후 걸을 순례길에 집중하려 한다. 고통만큼 진실할 것이다. 2018.4.25


제주에서 한 달을 친구와 걷고 같이 산다.

한 달간 온전히 '걷기'만 하면 된다. 얼마간의 비용을 치르고 숙식과 차편을 해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한다. 우리는 그냥 걷기만 하면 된다니, 이렇게 간결하고 설렘 뿜뿜인 여행을 하다니, 그것도 친구와 함께!!!

이런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우리나라에 이런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그런 사람과 길과 시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행운인지......

기대된다. 2023.10. 2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