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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쌤 Jul 07. 2023

젊은 그대들을 위한 축사

 

선생님 결혼식 때 제자들이 축가를 불러줬는데, 제자의 결혼식에 축사를 하는 날이 오다니, 그 사이 너희들은 이렇게 멋진 젊은이로 성장했구나. 사실 놀랐다. 너희들은 중3 때 전혀 친하지 않았거든.ㅋ


 중학교 3학년 때, 찬이는 하얀 얼굴에 좌악 퍼지는 미소가 장난이 아니었지. 물론 장난기도 좌악 흘렀지. 선생님은 그냥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훗날에야 그것이 단순한 미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정이가 너에게서 위로를 받고 너를 신뢰하고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 동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만든 넉넉한 미소였던 거지.

 정이는 그때도 야무졌다. 뭐든지 똑 부러지게 하는 당찬 녀석이었지. 속에는 아픔도 많은 아이였지만 내색 안 하고 어려움을 잘 이겨냈던 녀석이다. 어른인 내가 제자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이 자리에서 고백하고 싶어.


 너희가 청첩장을 가지고 왔던 날, 시원한 맥주를 앞에 두고,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인연부터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폭풍 수다를 들었지. 물론 이전에도 자주 얘기를 나눴었지만, 그날은 이야기가 더 깊었다.

 그동안 살아온 날은 쉽지 않았더구나. 찬이가 진로를 위해 고민하고 여러 과정을 겪고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기까지, 정이가 그 힘든 수습 기간을 견뎌내고 지금 인정받는 자리에서 신나게 일하기까지 과정을 들었을 때, 선생님은 너희가 참 대견하고 고마웠다.


 그중 한 대목, 어느 날, 정이가 너무 힘들어 지금까지 지켜온 자존심을 잊을 정도로 펑펑 울었을 때, 옆에서 찬이가 가만히 같이 눈물지었다는 장면에선 난 진심 감동했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마음은 가장 인간적이고 성숙한 인격 아니겠니. 찬이는 지혜로운 정이에게서 많이 배운다는 말을 했다. 서로의 사람됨을 알아보는 둘의 안목을 칭찬하고 싶구나. 축복할 일이다. 인생에서 그대들이 제일 잘한 일은, 아마 지금 옆에 서 있는 사람을 선택한 것이라는 데, 세상을 좀 살아본 선생님 입장에서, 자신 있게 한 표를 던진다.


 너희들이 축사를 부탁했을 때 잠시 고민했지만, 정말 축하해주고 싶고 새 출발하는 너희와 나누고 싶은 말이 있어, 고맙고 기쁜 맘으로 받아들였다.

우리 잠시 국어시간인 듯 돌아가 볼까?

 이 시대 젊은이들이 영끌이 되게 하고 물질이 다인 것 같은 세상을 보여준 것에 대해 선배로서 어른으로서 늘 미안한 마음이다. 그러나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 물음을 던지며 살아보자.


 난 너희가 이 땅에서 천국과 같은 가정을 이뤘으면 좋겠고,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다. 왜냐구? 앞서 이야기한 너희들의 사람됨 때문이지.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고, 너희 또한 만만치 않은 젊은이들이다. 생각이 반듯하고 당당하다. 서로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서로를 믿는 마음이 있다. 기본이 탄탄한 거지.

 게다가 일을 대하는 너희의 발랄함과 부지런함과 실력까지 있으니 일용할 양식은 해결이 될 것 같지? 혹시 돈을 너무 많이 벌면 어쩌지?


 그래서 말이다, 좀 여유가 생기면 말이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이웃의 사람에게, 노인정이나 양로원 같은 곳에 가서 그분들의 머리를 예쁘게 다듬어드렸으면 좋겠다. 너희들이 가진 그 재능을 보상 없이 기꺼이 나눌 수 있다면 인생이 얼마나 따뜻할까.

 그리고 가끔은 동네 공원으로 숲으로 들로 작은 오솔길로 손을 잡고 걷는 쉼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구나. 누군가는 기적이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일상이 기적이라고 했단다. 길 위를 함께 걷는 것, 지금 순간순간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란 생각에 선생님은 100% 공감한다.

 도란도란 대화 나누는 부부, 책 읽는 부부, 친구 같은 부부, 혹은 그런 부모가 됐으면 좋겠구나. 이 정도면 천국과 같은 가정 아닐까?


 찬이, 정이! 여기 모인 많은 분들의 축하를 기억하렴. 감사하고 힘이 되겠지? 사랑을 모아 순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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