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2 : 그리스

3일간의 여행

by 순쌤


저 올림포스 산


기차는 밤새 열심히 덜컹거리며 달리는 것 같더니 연착, 8시 도착 예정인 것이 11시 30분에야 '데살로니카역'에 도착한다.

마중 나온 현지 가이드 말에 의하면 그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 하고, 버스가 훨 낫다고 한다. 그리스에서는 3일밖에 머무르지 않는데 뭐 시간이 아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차로 오는 게 더 낭만적이고 운치 있지 않을까. 7시부터 설치고 일어나 씻고 했는데 기차는 계속 달리고, 잠시 친구들과 놀아야겠다. 신나는 디비디비딥,

히히히 깔깔낄...


역에는 여기 산 지 16년 됐다는, 깐깐하게 생긴 가이드가 나와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그리스에 대해 설명하는데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잘못 알고 있다고 야단을 친다. 헉, 우리가 그리스에 대해 얼마나 많이 잘 알고 있었어야 했을까....


메테오라 수도원에 가는 길에 오른쪽으로 하얗게 눈이 덮인 올림포스산이 나타난다. 정상에는 구름이 끼어있고 신들의 산이어서인가, 아주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문득 그리스에서의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저 산 하나를 오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명색이 '등산모임'인 우리들이니 말이다. 정상에 오르기 쉽지 않고 길을 잃기 쉽다고 하는데 아, 정말 근사한 산이다.


메테오라 수도원


공중에 떠 있는 수도원이라고 한다. 절벽에 세워져 있다.

대 메테오른 수도원. 아기오스 스테파노스 수녀원엔 직접 들어가고, 발람수도원과 루사노수도원, 성트리니티수도원은 멀리서 보다. 절벽 위에 세워진 수도원 풍경은 아찔한 절경이다. 고고하다고 해야 하나, 절절하다고 해야 하나. 카파도키아의 데린구유나 괴레메를 다니면서 느꼈던 그 느낌이 살아온다.

수도원에서 생애를 마친 수도사들의 유골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해받고 여러 가지로 고통받는 모습을 그린 그림들도. 종교라는 것이 어떤 신념보다 강한 것임을 다시 확인하는데 난 그것이 잠시 부담스럽기도 성스럽기도 하다.

'수녀원 화장실은 어찌 그리 정갈할까' 문득 떠오른다. 이 절벽 위에서의 순간에도 화장실이 생각나는, 여행 중 화장실의 중요성, 화장실이 좋으면 다 좋아지는, 돈을 내고 가야 하는 문화가 어색한 상태에서...


수도원에서 내려다보이는 칼람바카 도시가 단정하고 아름답구나.

아테네


버스로 약 5시간을 달려 드디어 아테네로 입성하다. 아테네는 아이들이 제일 기대했던 곳이다. 숙소에서 멀리 아크로폴리스 언덕이 보인다. 나도 무척 설렌다.


오늘은 딸아이가 열네 살이 되는 날. 숙소에 들어와 간단히 생일 모임을 하다. 마테오라에서 오는 길에 준비한 빵과 수도원에서 가져온 촛불 한 개로 조촐하게, 엄마의 친구들도 함께 마음 깊이 축하해 준다. 기특하고 예쁜 아이, 속 깊게 사는 아이다. 어떤 이벤트를 마련해주고 싶었으나 오늘 모두들 몹시 피곤하다. 우리끼리 부딪끼며 다니는 자유여행보다 하루종일 짜인 일정대로 편하게 움직이는 여행이 더 힘든가 보다. 이런 여행은 앞으로 고려해 볼 일이다. 그래도 좋은 날!


아침 일찍 고고학 박물관엘 가다. 역시 국보급의 엄청난 유물을 한 시간여 만에 뚝딱 보게 되다. 단체 여행의 아쉬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일단 유명하다는 조각품들을 찾는다. 우리는 책의 도움을 받으며 확인해 가며 본다. 예술품을 볼 줄 아는 안목과 지식도 부족하고 시간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그 많은 작품을 선별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눈에 담는 것보다 사진에 담는 것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아가멤논의 황금가면을 시작으로 포세이돈의 청동상, 말을 탄 소년상, 몸매가 훌륭하게 잡힌 청년상, 아프로디테와 판의 군상 등등.... 말로만 듣던 작품들을 실물로 보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이 아름다운 조각상들을 만든 인간은 대체 어떤 장인들일까. 그 오래 전에. 참 대단하다. 놀랍다.


드디어 아테네의 성지를 오르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으로 오르자 프로필리아라는 거대한 문이 나타난다. 그리고 오른쪽에 니케신전(철제빔으로 온통 공사 중). 파르테논 신전, 그 옆으로 에릭테이온 신전, 파르테논 바로 뒤에 박물관. 그리고 저 아래 고대 아고라가 보이고 그 뒤로 플라카시장.


파르테논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는 정말 꿈같았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왔다는 것이 무척 감동적이다. 그와도 함께 한 컷, 함께 한 친구들과도 포즈를 취한다. 자랑하고 싶다. 오, 뿌듯하여라.

신전에서 바라보는 저 아래 아테네 시내가 역시 바글거리는 속세 맞다. 멀리 지중해가 펼쳐있고 이 높은 아크로폴리스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거닐고 있는 것이 참으로 자유롭다. 일행들 눈빛에 감격이 흐르는 것을 느끼다. 아이들의 신나는 몸짓!

고대 아고라 터로 내려온다. 박물관이 아담하게 있다. 일부러 오스트라콘(투표용 돌조각)도 물어서 찾아보고, 그대로 보존된 예쁜 도자기들도 보다. 멀리 헤파이토스 신전은 파르테논 신전과 닮았다. 가까이 가서 기념촬영을 한다. 마침 햇살이 다사롭다. 시장터는 그야말로 돌무더기들만 있다. 햇살을 받은 돌들이 스멀스멀 내게 말을 거는 듯한 기분은 뭘까? 참 평화롭다는 얘기?

아, 나는 돌들이 좋다. 눈에도 담고 사진에도 담고하다.


그리스 섬 크루즈


하루 종일,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7시 반까지다.

그리스에는 수백 개의 섬이 있다 한다. 다 사람이 사는 것은 아니고.

아테네의 피레우스 항에서 약 3시간 여 에게해를 따라서 히드라섬, 포러스섬, 그리고 제일 가까운 애기나섬을 다녀오는 여행이다.


히드라섬은 예쁘고 아름답고 조용하다. 언덕 위의 하얀 집들을 돌아본다. 집집마다 꽃이 놓여있고 깨끗하다. 사진에서 봤던 그리스섬의 풍경 그대로다. 바닷길을 따라 반대편으로 주욱 걷는다. 모두가 그림이다. 기념품을 사고 다음 섬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탄다. 배에는 많은 종류의 많은 양의 식사가 마련되어 있다.


먹고 보고 놀고... 생각해 보니 이 크루즈는 말 그대로 관광이다. 섬에 내려서 걷고 구경하고 쇼핑하고, 다시 배 타고 공연 보고 내려서 걷고 한다.

처음에는 바다와 섬과 배 그리고 친구. 이렇게 여유롭고 낭만적이기도 하더라만 그러다 곧 나른해지고 졸리더라.

관광 여행, 이것은 좀 나이 들어 걷기 힘들 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다.

그래도 섬에서 보는 노을은, '노스탤지어' '낭만' 이런 감상에 흠뻑 빠지도록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3일 일정의 그리스는 이렇게 마치다.

밤 12시 50분 이집트행 비행기를 타는데,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영 불친절하다.

이 나라는 친절 여부와 상관없이 어차피 관광 올 사람은 넘친다는 배짱이려니 생각하니 불편하기도 하고, 배도 아프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그리스! 아무리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손님 맞아야지!!

떠나자. 이제 지중해 마지막 나라 이집트닷! 20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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