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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견디는 자신감

2025.11.04. 날씨 : 맑음

by 배달천재

부스스 눈이 떠졌다. 바빴던 주말이 끝나고 새로운 한 주가 다시 찾아왔다. 새로운 한 주도 힘차게 보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오늘까지 날씨가 초겨울 날씨라고 해서 후리스를 단단히 입고 전기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매서운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전기자전거를 타니 손이 너무 시려웠다. 매장에 가면 장갑 먼저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매장에 도착했다. 따뜻한 매장이 나를 반겨주고 전등을 켜고 오픈 준비를 했다. 새우볶음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놓고 그동안 물류 정리를 했다.


전자레인지가 울리고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다. 점심을 먹은 뒤 오늘도 커피 맛 체크를 위해 아메리카노를 세팅하고 타이머 15분을 맞췄다. 15분이 지나가는 동안 어제 배달앱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리뷰 답변을 드렸다. 어제 매장이 바빴기에 배달앱 통계가 전반적으로 높았고 주문 전환율도 좋았다.


기분 좋게 통계를 작성하니 어느새 타이머가 울리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맛을 체크했다. 우리 매장은 배달 주문이 많기 때문에 배달 후 고객이 받을 15분을 가정해 커피를 추출한다. 그래서 그 시간을 기준으로 추출하는 편이다. 15분이 지난 커피의 맛은 얼음이 녹아 부드러우면서, 진하게 추출했기 때문에 뒷맛에 고소함이 남아 있다.


매일 커피 맛을 체크하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오전의 나를 깨워준다.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어느새 오픈 시간이 되었다. 날씨의 영향 때문인지 평일 오전은 주문이 뜸한 편인데 오늘은 주문이 꽤 들어오는 편이었다. 첫 시작이 좋아 오늘 매출이 높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오후는 기대감과는 달리 많이 한가했다. 혹시 배달앱에 문제가 있는지 한 번 살펴보고 배달앱 체크리스트도 살펴보았다. 예전에는 주문이 안 들어오면 우리 매장 배달앱이 다른 곳에 비해 부족한 것 같아 그저 무기력했다. 그래서 매일같이 보완할 점을 고민했다.


그 결과 몇 주에 걸쳐 우리 배달앱을 다른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만들었다. 혼자 했으면 막막했겠지만 나한테는 GPT AI가 있었다. GPT를 통해 메뉴 설명을 전부 특징이 살아 있도록 수정하고 사진들도 제작했으며, 편리하도록 옵션을 대거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음료 가격을 10~20% 인하했고 그 결과 주문 전환율이 상승하고 광고비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부족한 점이 있는지 틈틈이 확인하지만 이제는 우리 배달앱이 고객들에게 메리트가 있는 배달앱으로 바뀌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는 매장이 한가하면 걱정이 앞섰지만 이제는 걱정보다는 더 추가할 부분이 있는지 고민을 먼저 하고 있다. 그리고 한가할 때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 브런치에 에세이를 매일 글을 쓰고 있고 크몽에 배달앱 체크리스트 전자책도 만들었다.


이번에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쇼츠 영상을 제작할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GPT와 함께하며 오늘도 영상 제작 기획을 하고 있는데 점점 제작 윤곽이 보이는 것 같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주일, 1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오늘도 GPT와 고민을 하고 있다.


GPT와 고민을 하고, 종종 들어오는 주문을 보내니 어느새 5시가 되었다. 30분 뒤면 여자친구가 퇴근하고 매장에 도착한다. 매장에서 같이 저녁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뭘 먹을지 배달의민족 앱을 켜고 메뉴를 고민했다.


앱을 보던 중 자담치킨 8천원 할인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여자친구 컨펌을 받은 뒤 파닭치킨을 먹기로 결정했다. 여자친구는 치킨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유일하게 괜찮은 치킨이 파닭치킨이다. 나는 치킨을 좋아하기에 여자친구와 치킨을 같이 먹을 때는 파닭치킨을 주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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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매장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치킨이 도착했다. 포장지를 열어보니 치킨의 향기로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파닭소스를 붓고 파와 함께 치킨을 맛있게 먹었다. 내가 시키는 지점에서 우리 매장에 주문을 가끔 해주기 때문에 정성스러운 리뷰는 덤으로 남겨드려야 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이제 저녁장사를 시작했다. 오후에 한가했기 때문에 저녁에는 좀 바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주문이 꽤 많았지만 그 뒤로는 주문이 뜸했다. 그래서 영상 기획을 마저 했는데 하나님이 지혜를 주신 건지 콘셉트에 맞는 기획이 딱 떠올랐다.


덕분에 원래 직접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에 이번 주부터는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레퍼런스 영상을 만든 뒤 템플릿을 확정 지으면 그다음부터는 플랫폼에 올리면 된다. 벌써부터 어떻게 할지 머릿속에 구상은 많지만 급하지 않고 천천히 실행에 옮길 것이다.


수요일을 제외하면 매장에서 13시간 동안 있기 때문에 이번 영상 제작 등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주문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진득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평일에 구상한 것을 휴무일인 수요일에 주로 실행하는 편이다.


그리고 1주일에 1번 휴무일이기 때문에 휴식도 취하는 겸 나의 발전을 위하는 날이기도 하다. 오후에도 한가했는데 저녁에도 한가하니 조금은 쓸쓸했다. 답답한 마음에 친한 기사님이 오셔서 배달 콜이 많냐고 물어보니 거의 가뭄 수준이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에 좀 위안이 되면서도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10시부터 마감 3분 전까지 주문이 꽤나 잘 들어왔다. 덕분에 마감청소를 늦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주문을 보내고 마감청소를 시작했다. 마감청소를 마치고 포스 매출을 보니 의외의 매출에 놀랐다.


배달의민족 매출이 지난주 매출보다 높았기 때문이었다. 10~11시 1시간 바빴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매출이 아니었기에 생각해 보니 오늘 주문 금액이 높은 주문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다만 쿠팡이츠/요기요 매출이 좀 낮았는데, 요즘 비수기가 들어오면서 쿠팡이츠/요기요 매출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내일 배달앱 체크리스트로 체크해봐야 할 것 같았다.


준수한 매출을 보니 오늘 조금 걱정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매출에 너무 일희일비하면 안 되지만 자영업자로서 쉽게 덤덤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내일만 지나면 수요일 휴무가 있기 때문에 내일도 힘차게 해 보자고 다짐했다. 전등을 끄고 밖에 나가니 매장이 따뜻해서 몰랐는데 꽤나 추웠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추위를 뚫고 오늘도 퇴근을 한다.




**사장 노트**

커피 15분 기준 추출·체크

배달앱 개선: 설명·사진·옵션

가격 인하로 전환율 상승

자담치킨 파닭치킨 저녁

22:57까지 주문, 매출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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