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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Apr 03. 2024

손등이 바닥에 닿을 때


조이는 대부분을 엎드려 자는데, 간혹 손등으로 바닥을 지탱하듯 자는 모습을 본다. 불편할까 싶어 손을 빼주면 지탱하는 힘은 전혀없고 그냥 바닥에 닿아 있었다.


왜 손등을 바닥에 댈까.

손등을 바닥에… 정말 그 자세가 편한거니



  요가하면서 단단히 지탱해야하는 동작이 있을 때가 있다. 몸이나 다리를 들어올릴 때가 주 자세인데 어김없이 손바닥에 힘이 간다. 손바닥으로 몸의 무게를 지탱하면 자연스레 손목에도 힘이간다. 선생님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때때로 손의 위치를 바꿔보길 가르치셨다. 손가락이 마주보기도하고 , 바깥쪽을 보기도 하고 간혹 손등으로 살짝 무게를 실을 때도 있었다.


여러근육을 사용하는 일은 생각보다 내가 편견에 쌓여있었다는 걸 알려준다. 당연 지탱은 손바닥이 더욱 유리하겠지만 땅에 맞닿는 손은 항상 바닥이어야 한다는 이유만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손의 위치를 바꿔 사용하다보면 강하게 느껴졌던 손목의 통증을 덜수 있고, 손의 위치에 따라 어깨의 위치로 바뀌기 때문에 훨씬 여러 근육을 활용할 수 있었다.




분리수면후 비몽사몽한 채로 달려와 아기를 재우면서 나도 자연스레 몸에 힘이 빠진다. 그 상태로 나도 아기와 얽기 설기 누워있을 때 나도 모르게 손등이 바닥을 향해 있는다. 그때 나도 조이처럼 되어 있는 모양새가 말해준다.


손바닥만이 꼭 닿지 않아도 되는구나 싶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정석으로 항상 날 갈아넣어야 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해여할 일인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이 힘듬과 우울을 털어놓을 때 낙이 무어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없었다.


 그 때 알았다. 난 스트레스를 풀 방식을 더 찾아내는 것이 필요한게 아니란 걸. 풀기 보다 덜 갖기 위한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육아의 큰 스트레스 비중으로는 아기의 수면이었다. 깰 때마다 가서 재워야 했는데, 그럴수록 내 몸은 충분히 자지도 못했다. 그러다보니 아기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금한 뒤척임도 눈치보였다.


남편이 녹초가 되버린 날 보며 분리수면를 여러번 제안했고 이젠 추우면 어쩌지, 이불 안덮고 자고 있음 어쩌지, 건조하면 어쩌지 걱정을 내려놓고 분리수면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더이상은 수면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고. 스트레스를 갖지 않도록 해결해야할 때란 걸 알았다.


분리수면을 위해 아이의 방을 만들어주는 일은 평수 작은 이사마냥 고된 일이었고, 여전히 밤에 아이의 울음 소리에 여전히 방으로 달려가곤 하지만, 전보다 아이도 나도 편하게 잠든다.


아이가 깰새라 이불을 틀어막고 기침하지 않아도 되고 살금살금 기어 먼 화장실로 향하지 않고 가까운 화장실을 이용해도 된다. 부스럭거리며 언제든 움직여도 되고, 남편과 침대에서 이런저럼 얘기 하다 잠드는 소소한 재미도 되찾았다.


분리수면 하나 바꿨을 뿐인데 육아관에 한 챕터가 생긴 느낌. 꼭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땅에는 손바닥만 닿지 않아도 되고 손등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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