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뜨개질의 계절이라 생각한다. 이번 겨울에 들어서면서 신랑과 나의 스웨터를 떴고, 조카와 내 목도리, 내가 입을 조끼도 떴다. 작은 작화 물이 아니기에(내 체구도 작은 편은 아니기에), 뜨는 내용물의 과정에는 상당한 체력과 인내심을 요한다. 언제까지 떠야 하지?- 하고 확인하지 않을 만큼, 넋 놓고 뜨다 보면 어느새 완성에 다다른다. 이렇게 오래 뜰 수는 없다!- 싶어서 폭풍 검색을 해보니 ‘컨티넨탈’ 기법이 있더라.
원래 뜨개질은 바늘로 쿡 질러 놓고 실을 오른손으로 감아 떴다면, 컨티넨탈 뜨기는 반대쪽 손으로 시를 팽팽하게 당겨서 바늘이 스스로 감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반대쪽 손에 엄지손가락 근육이 아프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지 몰랐지만 다시 빨리 뜨려고 컨티넨탈 뜨기를 반복적으로 했던 것이 이유였다.
갑자기 이게 정말 답일까 싶었다.
우리가 세우는 목표에 도달하기 전까지 우리는 어떠한 점을 세우고, 그 점을 향해 걸어가면서 어떻게 하는지 보다 어떻게 하면 빨리 갈까를 생각하게 된다. 특히나 성질 급한 나와 같은 사람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속도의 민감하다 어떻게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빠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상담사의 길을 걸어갈 때에도 어떻게 하면 빨리 전문적인 상담사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 과정에서 조급해지기 쉽고 불안해지기 쉬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 가면서 언제까지 공부해야 돼 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언제까지 공부해야 돼-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지금 뭘 배우는 것일까- 가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언제까지 공부해야 돼- 생각하면, 상담 못한다ㅠㅠ)
힘들게 준비했던 자격시험이 다 끝나고 나니까 비로소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해냈다- 라는 걸 느꼈다. 홀가분하기보다는 내가 해낼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그 생각은 이내 내가 할 수 있다 라는 믿음을 스스로에게 가질 수 있게 했다. 이게 그 유명한 과정 중심 가치인가. 결과로 따지면 볼 수 없지만, 과정을 따지면 얻어갈 게 상당히 많구나. 유치원 교사 시절, 게임을 진행하면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바로 이기는 거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우습게도 그 뜻을 알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것 같다. 흔히 동화책에서 나오는 교훈 같은 “과정이 중요하다”는 건 너무 식상하기도 하고 안 해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따분하기도 하다. 근데 뜨개질을 하면서, 자격시험을 준비했던 것이 맞물려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이내 되새겼다.
이번 겨울이 다 가기 전, 하나 더 떠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