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적 프로모션 기간
나는 남편과 소비 성향이 매우 다르다. 남편은 사소한 것에 돈이 얼마가 나가는지 크게 계산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20대의 7년 연애에서 온 서러움일 것이다. 우리는 연애에 매 순간 먹는 것, 마시는 것, 어디를 가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식당에서 가장 값이 많이 나가는 메뉴를 고르는 것, 먹고 싶은 음식에 배달비를 아끼지 않고, 모처럼 온 여행지에서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남편의 소비 성향이 되었다.
그에 비해 난 은행이었던 엄마 밑에서 7살 때부터 통장과 저금통을 가지고 있었고, 책상 서랍 맨 위칸은 자물쇠로 잠가 돈을 스스로 관리하도록 배웠다. 그래서 저금은 생활이었고, 그렇게 모은 돈은 때마다 꼭 필요했었다. 직장을 다닌 지 얼마 안 되어 모은 돈이 없던 남편을 대신에 신혼집 전세 보증금에도 쓰였고, 정규적인 직장이 없던 아빠의 사정으로 인해 틈틈이 돈을 꿔주기도, 그로 인해 5살 어린 동생의 대학생활의 용돈에도 쓰였다. 이렇게 자라온 나에게는 내가 갖고 싶은 사소한 것에 돈을 쓰는 것이 익숙지 않지만, 큰돈이 나가야 할 때에는 어김없이 턱턱 내놓았다. 반면 남편은 사소한 것에 기쁨으로 돈을 아끼지 않았고, 큰돈이 나가는 것은 부담스러워했다. 서로에게 없는 면을 찾아서 만난 것인지, 맞춰가다 보니 서로의 역할을 찾은 것인지 선후는 알 길이 없다.
그러다 보니 남편은 갖고 싶은 것에 돈을 쓰지 않는 나를 부추기에 바빴다. 최근에 우연히 호캉스에 쓸 거품 입욕제를 보다가 반한 향이 있었다. 그것은 [러쉬]의 ‘러스트’라는 향이었는데, 달콤하면서도 우디한 냄새가 나에게 “인생 헛살았네, 내가 여기 네 스타일이었는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그 향에 반했다. 처음에 입욕제로 몸에 밴 그 향을 맡는 강아지 꼴이 되었다가, 어느샌가 홀린 듯이 매장에서 시향을 해보고 있었다.
매장에서 직원분이 하얀고 뭉뚝한 종이에 칙- 뿌려 수차례 흔들다가 준 시향지를 맡고, 또 맡다가 그냥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시향지를 차 햇빛 가리게에 끼어놓고, 들숨과 날숨을 무한 반복하며 마냥 설레었다. 또 시향지를 넣어놨던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뺄 때마다 퐁긋하게 올라오는 향기가, 어린아이의 비눗방울 마냥 신비롭고 행복하게 했다.
간만에 나를 설레게 하는 이 향기를 바로 구매하지 않았던 이유는 오랜 저축 습관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저축 습관으로 인해 나만이 갖게 되는 설레는 기간 때문일 것이다. 오래도록 쉽게 돈을 쓰지 않았던 강퍅한 사막 같은 삶에 어쩌다 한번 돈을 자발적으로 쓰게 되는 것은 오아시스같이 사람을 설레고 흥분하게 했다. 기다려왔던 오아시스를 만나는 것은 예비되어 있는 행운을 여행지에서 마주한 것 같이 느껴졌고, 가는 길이 더 행복했다. 가득 채우고 돌아오는 길은 당연코 뿌듯했으나, 가득 채울 것에 설레어하는 길은 서른넷에 네 살이 되게 하는 마법이었다.
저번 주말에 들린 백화점에서 결국 러쉬에 들려 그 향수를 구매했고, 나의 설레는 기간은 장장 3개월에 그쳐 그렇게 끝이 났다. 물론 여전히 향기가 좋아서 아침저녁으로 뿌리곤 하고, 너무나도 내 취향 저격하는 향은 여전히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치만 [어린 왕자]에서 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널 만나기 전 시간이 더 설렌다고 말했는지 알 것 같다. 올리브영 프로모션 기간과도 같은 나의 설레는 기간은 한 줌의 아쉬움을 남기고 야속하게 끝나버렸다. 난 또 새로운 오아시스를 찾고 거기를 가기까지 설레야겠다. 빨리 찾아, 이 2월을 또 설렘에 마구마구 흔들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