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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Jan 10. 2024

예민함_4

카톡 지옥


  센터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우리 센터에는 수련을 쌓으면서 근무를 하는 인턴제도가 있었는데, 대학원 석사중인 분들을 주 대상으로 한다. 내가 상담실장이었을 당시, 인턴분들의 주된 일은 처음 방문 하신 내담자와의 면담을 하고 상담자에게 전하는 일과 전화 응대일이었다.


한 인턴 분이 나에게 배정되는 내담자와의 면담기록을 카톡으로 보냈던 날이었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2시에 잠에서 깼다.

카톡!


이 시간에 뭐지? 침대를 머리 맡에 두고 자는 바람에 단 잠이 확 깨서 열어보니 그 인턴분이었다. 자기가 빼먹은 내용이 있다면서, 내담자에 대한 면담 내용을 카톡에 길게 적어보냈다.

늦어서 죄송하단 말과 함께.


다음날은 주말이었고, 내담자와의 상담은 한주 뒤었으니 급할 일이 하나없었다. 왜 죄송한줄 알면서 새벽에 업무내용을, 그것도 상사에게? 이해가 잘 가지 않았고 화도 났다.


센터 소장님께 건의했다. 업무 전달의 체계에 대한 건의도 있었으나, 가뿐히 무시당했다.


아날로그의 시대가 그리울 때


카톡이 생기고 편리함은 이루말할수 없이 많아졌지만 그만큼 불편함 또한 말하자면 길다. 사생활이 중요한 나에게는 연락의 문턱이 낮아지고, 쉽게 접근한다는 것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일에서든 사적 모임에서든, 너무나도 쉽게 동의없이 채팅방이 만들어지고 나는 좋든 싫든 대화의 홍수 속에 흘러다닌다. 누군가에게는 이야기하고 싶을 때 쉽게 이야기를 할수 있다는 건이 나에겐 너무나도 침범 당하는 느낌이었다.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에는 예의를 차리는 것이 국룰이었다.

 “안녕하세요. 저 00친구 @@인데요 00있나요?” 인삿말로 통화의 시작을 두드리는 것은 당연한 예의였고, 문자의 답이 늦어도 기다리는 것 또한 당연했다.


그런데 그렇게 길고 긴 업무의 이야기를 양식없이 카톡으로 보내는 것, 그것까지는 체계없는 센터잘못이어도 새벽 2시는 너무하지 않나. 나는 엄연히 본인의 상사인데 내가 질문하지도 않은 내용을 새벽 2시에 카톡이라니.


카톡이 생기고 나서 여가생활의 나와 업무 속에서의 나의 구분이 흐릿해지고, 그만큼 내 주옥같은 시간들도 흐릿해져만 간다. 비단 나뿐만이 아닌 많은 직장인들, 교사, 서비스직 종사자 등등이 겪었을 일이다. 그래서 내 친구는 핸드폰의 계정을 2개를 만들어 직장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번호와 진짜 카톡을 모른다고 한다.


카톡을 피해 내 공간의 울타리를 다시 치고 싶어 한번은 카톡을 삭제한 적도 있다. 하지만 카톡이 없는 사람은 외국에서 온 것만큼 신비로운 시선을 받는다. 당연 여러 소식과 모임에 전달받지 못하고 일일히 설명해여하는 불편함과 함께.


얼마가지 못해 다시 카톡을 깔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다면 전국민이 카톡의 매너를 알수 있도록 캠패인이 필요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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