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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Jan 03. 2024

예민함_3

관계


  아빠는 40대에 일을 근무하면서 공황장애를 앓고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계시다. 심했을 당시엔 엘리베이터도 못타고 계단으로 다녔으며, 비행기도 타지 못했다.


  동생도 성인이 되고 한참뒤 모서리 공포증을 앓으면서 현재 치료에 전념이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모서리와 같은 뾰족한 것에 공포를 느끼게 했다고 한다.


모서리와 같은 특정 공포증, 공황장애는 모두 불안장애에 속한다. 우리집은 불안도가 높은 기질이 타고나듯 흐르기에 나 또한 타인의 시선에 예민하다.




흔히들 출산을 하고 나서 관계가 정리된다고 한다. 나 또한 정리된 관계가 있는데 그 끝이 꼭 값을 청산하는 기분이었다.


첫 여초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인데, 한참 어린 나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진정한 만남이라기엔 부르면 가다시피했고, 내 이야기는 못하면서도 끼고 싶었다.


이후 이직도 하며 적당한 연륜이 차면서도 그들의 모임에 꾸준했던 건, 내 마음에서 바라보는 시선보다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더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이제외서 생각해보면 전 직장 몇명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나에게 연륜있던 직장선배들과 친하다- 그 모임에 끼고 있다- 는 사실은 트로피처럼 느끼게 했다.


보통의 동기들과 노는 것보다 더 인정받는 기분을 들게 했고, 그 인정은 스스로 느끼는 것이 아닌 다른 이들의 시선을 빌려와 착각에 빠지게 했다.



아빠와 동생처럼 타인의 시선에 매우 민감하고 불안에 취약한 나는, 그 시선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좋았다. 만약 시선에 반하는 일이 생긴다면 세상이 날 등지는 것처럼 초조하고 버림받는 기분마저 느끼게 한다.


그래서 나의 관계에서는 주종관계처럼 그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모임이 꼭 있었고, 편한 친구들보다 불편하면서도 꼭꼭 참석했다.





이제는 그 모임에 나와야할 때.

나의 출산을 앞두고 그 전에 모임을 갖자는 누군가의 주최에 모임은 계속해서 흐지부지됐다. 다들 멀리살기도 했고, 아이를 키우는 여건이 이해가 되면서도 나는 몇번이고 간 길을 그들은 오기 힘들어 계속 취소되는 걸 보면서 느꼈다. 이제는 이 트로피를 놔야할 때다. 이 모임에서 즐거움보다 시선 의식때문에 움직이는 건 더 이상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정리를 하고 나니 그 안에서 서로 뒷담화 하던 일, 내가 항상 뒷순위로 밀리던 일, 시기하던 일등등 안좋은 일들이 더욱 생각났다. 생각할수록 나는 내게 물었다.

왜 진작 이 관계를 놓지 못했을까?


내가 그 모임을 일찍 나오지 못했던 건, 시선의 의식 끝에 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마음에 안들다고 관계를 쉽게 끊는 건 스스로가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는데, 아니었다.


내겐 연말이면 따뜻한 인사를 나눌 전 직장동료도 있고, 같이 아이를 키우는 친한 무리도 있고, 초등학교부터 이어온 20년지기 친구도 있다. 이렇게 많이 가졌으면서 더 잃지 않으려 그 모임을 붙잡고 있었던 난 사회부적응이 아니라 미련했던 것이었다.


스스로 타인의 시선에 예민하다는 걸 알기에, 더욱 고립된 예민러가 되지 않기 위해 애썼는데 그 끝이 청산해야할 가지 치기라니. 시선에 예민한 기질이 불편한건 사실이지만 마치 부적응 질병을 갖고있지만 아닌것 처럼 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여 그저그런 관계안에서 더 맴돌게 했다.


씁쓸하지만 이제서야 편안해진

스스로의 예민함을 달래주련다.


청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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