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갖고 나서야 분명해졌다.
난 까다롭고 예민한 기질로 태어났다는 걸.
어릴 적 친척집에 가서 잠자리가 불편해 쉽게 자지 못했고, 옷에 붙어있는 택도 모조리 잘라야 옷을 편히 입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불편해 까슬까슬함이 입천장에 붙은 체 말해야하는 것처럼 그냥 얼레벌레 넘어가지 못했다. 처음 생리를 하는 순간 2시간마다 생리대를 갈아재꼈고, 지금도 아기가 기저귀를 오래 찼다 싶으면 내가 다 찝찝한 기분이 든다.
다행스럽게도 엄마는 그런 나의 기질을 더 살리지 않고 “참아라- 참아라” 하며 길렀고 그 덕에 불편함이 있으면 참고 해보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내 불편함을 참을 필요가 없을때에도 참아버릇하는 관성이 나의 자유로움을 옭아매었다. 며칠 전 이 부분에 대해 남편과 대화를 나눈적이 있는데, 남편은 나와 반대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편이다.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할수 있다면 얼마든지- 하는 스타일이다. 시간을 돈으로 살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데 내 생활에 불편함을 편하게 할수있다면 기꺼이 얼마든 지불하리- 스타일. 그때부터 난 자유로워지고 마음껏(?)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조금더 보드라운 옷감을 보기 시작했고, 향유하고 싶은 향기를 소유하기 시작했다. 불편하고 찝찝한 것들은 과감히 버리기로 하고, 새로운 것을 선택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과거의 나는 불편해도 참고 해야했다면, 지금의 나는 불편함을 잡고 편해지기로 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예민함에 대한 이야기는 꽤나 여러 스펙트럼으로 접한다. 라이프 스타일, 육아, 자기감, 관계까지.
어지럽던 예민함을 하나씩 풀어보겠다고 마음먹은 다음부터 수치스럽던 예민한 기질을 자기소개하며 이상하게도 자유롭다.
자유로움은 나를 드러내는 것부터-
그래 나 예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