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나는 점심시간에 남편이 봐주는 사이에 요가를 가야하기 때문에 주로 낮 1시 타임에 간다. 그 때가면 대게 고수들과 수련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고수인 선생님들이 아침과 밤에 수업이 많기에 낮에 수련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시 타임엔 고수들이 자주 방문한다.
그들과 나는 호흡소리부터 다르다. 요가는 들숨과 날숨의 길이를 동일하게 해야하는데 고수들은 습- 후—한다면, 나는 스으으읍 후우우우우ㅜㅇ우우 이런 식이다. 나는 팔다리 근육이 달달 떨리면서 숨을 고르기 어려울 지경이라 그들처럼 호흡을 다스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삐져나온다. 하지만 고수님들은 흔들리는 법이 없다. 육체가 고단한 동작을 하고 있을지언정 호흡은 차분하다.
처음엔 3개월만 해보리라, 그리곤 돈도 아낄겸 아파트 내 헬스장을 가려했다. 재미없긴 해도 유산소하기엔 충분했다.
그런데 요가를하면서 매일매일 닦아내듯 살아가는 삶이 육아를 하는 삶과 퍽이나 닮아있었다. 동작이 크게 다르지 않고 거기서 거기지만, 그 동작의 정상까지 어떻게 도달하느냐가 요가의 관건이었다. 가령 비틀기라고 한다면 비틀기가 어느날은 되고, 어느날은 안되지만 매일 매일 닦아내듯 수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비틀게 되는 것이다.
비틀기라고 했지만 그건 내가 요가를 잘 몰리서 하는 말이고, 매번 선생님이 동작할때마다 “아스라탕가- 반다우드라@&₩ ”뭐라 뭐라 하시는데 용어가 어려워 비틀기라 퉁쳐본다.
어느날 나에게 매트를 가르쳐준 옆회원 중년 여성이 있었는데, 2년동안 요가를 했단다. 어깨가 안좋으셨던 그 분은 오랫동안 재활 개념으로 요가를 다니신다고 하셨다. 여러 스몰토크를 나눈 뒤 내가 새로운 요가매트를 사온 날 환한 얼굴로 환영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매트를 사고 한달도 안됐을때 그분도 원래 검정매트가 아닌 화려한 터치가 있는 매트를 구매하셨다.
요가복도 사실 그냥 집에 있는 옷도 입어도되고 그래도 되는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구매하게 되는 건 나의 취미에 공들이고 싶은 마음일까. 요가는 필라테스를 했을때와 다르다. 물론 센터마다 다르겠지만.
필라테스는 젊은 사람들이 많고, 텃세도 강하고 다이어트 용이었는데, 요가는 동네 모임히는 기분이 든다. 어디가 몸이 안좋은지 다 공유한다. 그리고 서로 부끄럽지 않다. 중년여성분도 딱 붙는 탑에 레깅스 물통까지 야무지게 준비완료하신다.
요가가 좋은 이유를 살을 더욱 덧붙여도 제일 좋은 본심은 온전히 내 몸뚱아리에만 집중할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1시간 때론 1시간 30분인데도 후딱 간다. 내 몸에 이렇게 집중하며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될까.
어느 날은 설거지를 마치고 고무장갑을 벗는데, 옆에 작은 쓰레기통이 꽉차있었다. 작은 쓰레기통을 들고 베란다로 가 큰 쓰레기봉지에 비우는데 어느새 건조기가 다 되었다. 건조된 빨랫감를 꺼내어 쇼파에 올려두고 화장실 다녀와서 해야지- 하는데 화장지가 하나 남았다. 볼일을 마치고 화장지 여분을 가지러 창고에 가는데 창고에 분유통이 보인다. “아맞다 분유 채워넣어야지” 화장지를 채워놓고 분유통을 들고와 분유제조기에 분유를 채워넣는데 필터를 갈아끼우란다. 필터를 갈아끼우고 “이제 좀 쉬자” 하고 쇼파를 보니 건조된 빨랫감이…
실화다 ㅎㅎㅎㅎ 그 날은 왜인지 도미노처럼 쉴틈없이 돌아갔지만 평소에도 중간 중간 쉬어갈뿐 비슷한 여정이다. 이런 하룻 속에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가지는 게 참 값지다. 처음엔 티비보고 유튜브보고 과지먹고 소비가득하게 채워보냈지만, 그러고 나니 남는 것이 없이 허전하고 더욱 우울해졌다.
그 이후로 생산적인 걸 끼워넣었다. 반신욕, 요가, 브런치(글쓰기). 오늘도 참 글을 쓰기 버겁고 넘어가고 싶은 날이었다.
그럼에도 생산을 끼워넣어 내 삶을 빚어내듯- 닦아내듯 하루하루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