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존감 채우는 것
교류분석에 세가지 유형의 심리상태를 소개하는데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긍정 부정에 따라 나뉜다.
첫째, i’m ok, you’re ok 자신 타인 모두 긍정.
건강한 자아상태이고,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만큼 타인에게도 이해 존중적이다.
둘째, i’m not ok, you’re ok
자신 부정-타인 긍정으로 나 자신은 받아들일수 없으나 타인을 존중하며 남을 이상화하기 쉽다.
셋째, i’m not ok, you’re not ok
자신 타인 모두 부정으로 부정적인 시선으로 존중과 이해의 폭이 좁다.
넷째, i’m ok, you’re not ok
자신긍정- 타인부정으로 자신에게는 가능하지만, 타인에게는 엄격하며 나르시즘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남편의 육아참여도는 매우 높고, 한번도 나에게 육아에 대해 지적하거나 볼멘 소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왜그럴까. 남편이 하는 일에 손이 두번가면 두번가는 만큼 잔소리를 늘어놓고, 아이가 울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남편이 잘못한 것은 없나 성난 눈으로 꼬집으러 온다.
그러던 후 남편이 언젠가 나에게 요청해왔다.
자신은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니,
나 또한 부드럽게 이야기해달라고.
날 돌아보니 정말 지독스럽게도 그래왔다.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성격이 급해서 그 상황이 되면 나무라게 된다며 내 변명을 늘어놓았다.
맞다, 나도 잘하진 못하지만 남편이 잘못하는 건 더더욱 아이의 관련된 일이면 날이 선다.
한번은 교회를 가던 아침이었다. 남편이 차를 빼다 옆 차를 박은적이 있었다. 지나고 나니 사실 돈이야 물어주면 되는거고, 아무도 안다쳤으니 괜찮은 일인데. 당시엔 ”조심해야지, 아기가 있는데 큰 일나면 어떡하느냐, 어떻게 이렇게 바트게 차를 빼냐“ 싫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차주에게 연락하고 출발하면서 나는 내 말들 취소하려했다. “그래도 안다친게 어디야, 괜찮아 여보 물어주면 되지” 그리고도 마음이 좋지 않아 그날 밤 잠자리에 내가 심했다며 사과했다. 만약 내가 사고를 냈다면 남편은 괜찮다고 날 다독거렸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24년 목표로 떠다니는 글들 보다 한 문장이 날 향해 달려들었다. “자신을 신뢰하자” 나 자신을 신뢰한다는 게 어떤 것일까.
대학교 때 나와 같은 조를 하고 싶어할만큼, 학업능률이 좋았고 면접을 자신있게 보기 위해 당당함을 최면 걸었던 일이 떠오른다. 결국 그-렇게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면접은 붙었다. 인생은 내 자신을 믿어주는 결과가 측정률처럼 딱 떨어져 나에게 날라오지 않았다. 그러니 모르겠다. 내가 날 믿어준다는 것.
좋았던 일을 떠올려보자. 죄다 불행한 일뿐이다. 직장상사에 갑질에 힘들었던 일, 전남친이 내주변 친구와 놀아난 잘못된 관계들,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대응하지 못했던 나쁜 사람들, 지금 생각해보면 가스라이팅인데 당시엔 내 잘못으로 꽁꽁 싸맸던 직장일.
난 왜 이렇게 불행할까. 남편의 “부드럽게 말해달라는 요청“에 자존감 낮은 거지가 되어 가진 것 없는 그릇에 몇 푼 없나 찾아보지만 그마저도 없어 내 심장을 후벼판다.
어쩌다 난 i’m not okey가 된건가를 곱씹으며 우울의 끝을 달리다가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남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었다. 무심코 넘기니 첫 장이 최근에 아팠던 일을 적으며, 건강했던 지난 날에 대한 감사를 써놓았었다. 그 장에는 반짝 생긴 행운을 적은 게 아니라, 잃어보니 소중하더라- 적은 감사일기였다.
그 일기를 보고 다시 맘을 고쳐 먹어 생각해봤다. 나한테 불행했던 일로 가득해 눈물지었던 과거 말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감사한 것을 생각해보자고.
남편의 최선의 조력과 도움요청하면 뭐라도 문앞에 두고가는 엄마의 조력, 맛솜씨가 좋아 얼려두고 아껴 먹어야하는 시어머님의 음식.
그 무엇보다 정량을 잘먹고 적정한 시간에 잘 자고, 잘 노는 우리 아기. 100전에 뒤집기하고 200일 전에 잡고 서며 온 집안의 상표에 달려들고 끌어내리다 엄마아빠 머리카락도 끌어내리는 집요함. 입에 모두 가져가 침범벅을 하며 시간가는지 모르게 노는 탐색 놀이.
콧물이 멈춰 코로 숨쉬고 내쉬는 호흡들, 잘 먹은 것을 잘 소화시켜 잘 배설하는 나날들, 벽에 걸어놓은 만삭 사진을 보고 활짝 웃어보이는 너의 행복 미소.
쓰다 보니 깨닫는다. 난 거지 맞다. 별것 없는 일상에 행복하게 웃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걸보면. 이 아이의 행복 부스러기를 먹고 사는 거지.
아까는 자존감 낮아 일푼 없는 것 마저 뒤져도 나오지 않아 한탄 했던 거지라면, 지금은 똑같이 거지여도 너의 행복에 떨어진 부스러기 먹으며 감사한다.
나 안괜찮아도 되고, 불행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만큼 잘 자라주는 아기가 웃어내보이는 행복의 주인이 나라면 난 또 은하수를 건너 너에게로 날아간다. 난 안괜찮은 사람이지만, 그래서 더 감사하다. 안괜찮은 나라도 엄마로 좋아해줘서.
여전히 불행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지만, 그 안에서 모래 사장에 반짝이는 소주 유릿조각 찾듯이 감사함을 찾아 엮어 꾸며본다.
거창한 감사일기가 별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