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합리주의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톰치버스가 쓴 책이 있다. 책을 읽어본 적은 없으나 제목을 보자마자 지난 날이 생각났다.
교사 생활을 했을 때의 일이다. 누구보다 열의가 넘치던 때, 우리 반에는 말수도 적고 어디 한군데 고장난 것처럼 행동하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때면 자주 삐그덕거렸고, 쉽게 울어버렸으며 무언가에 매우 주저하였다.
그런 아이의 엄마와 상담할 때 “자신도 안다, 아이와의 애착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이라는 말을 듣고 알았다. 실제 애착의 문제가 현재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끼쳤을지 우리는 조심스레 추측할 뿐이었다. 우리(엄마와 교사인 나)가 할 일은 그저 최선을 다해 사랑을 퍼주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너는 선생님 얼만큼 사랑해? 선생님은 너 엄청 사랑해” 초년생의 열의를 거기다 부었을만큼. 아이가 사랑스러웠기에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아이는 언제나 대답없이 식- 웃어버리거나 삐그덕거리듯 행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돌아가기 위해 채비를 마친 아이에게 “00야 오늘 재밌었어? 선생님 벌써 보고싶다. 많이 사랑해. 넌 얼만큼 사랑해?” 물었고, 아이는 촛점나간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삐그덕 거리다 대답했다. “어… 어.. 은하수만큼”
은하수만큼
아이가 우주를 좋아해 우주관련 책과 장난감을 달고 살기에, 그 말이 얼마나 자기의 좋아하는 것을 내어주는 큰 사랑인지 듣자마자 알수 있었다. 그 날 밤이 새도록 내 머릿속에 “은하수 만큼” 이란 말이 귀에 들어와 나가 다른 귀로 들어와 멤돌았다.
시간이 흘러 나는 교사가 아닌 상담사가 되었고, 이젠 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도 되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 “은하수”를 떠올리니, 난 아이의 은하수를 거닐수 있을까 공상에 빠졌다. 그 아이에게 은하수라는 표현이 큰 사랑의 표현이니만큼, 내 아이에게도 은하수와 같은 사랑을 받을수 있을까.
마치 지금 앉은 자리에서 몸이 둥실 떠올라 하늘로 올라가 우주를 건너 은하수로 여행가는 기분이 들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무척이나 행복하고 불행할것이며, 넘치도록 받지만 보잘것 없이 잃어버릴 것이다.
그 양 극단에서 은하수를 여행하기 위해 먼저 가본 사람으로써의 안내서를 연재를 시작한다.
오늘도 여행한다,
내 아이의 은하수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