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가르고 서는 날
강물은 쉼 없이 흘러가며, 만나는 모든 것을 감싸 안고
흘려보내요.
그렇지만 오늘은 그 한가운데 발을 딛고,
흐름의 방향에 기대지 않은 채 저만의 길을 내보려 해요.
물결이 발목을 때리며 물러서라고 재촉해도,
저는 한 걸음씩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요.
맞서면서도 그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것,
그게 오늘 제가 배우고 싶은 수요일의 자세예요.
수요일은 영어로 Wednesday,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Woden) 의 날에서 왔어요.
로마 신화에서는 메르쿠리우스(Mercurius),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Hermes)에 해당하죠.
메르쿠리우스는 신들의 전령이자 지식·소통·여행의
수호자고, 별자리와 행성에서는 머큐리(수성)라고 불려요.
수요일은 또 ‘물(水)’의 기운을 품고 있어요.
머큐리는 생각과 생각, 사람과 사람을 잇는 흐름의
행성이기에, 이 날은 강물처럼 이어지고,
필요한 순간에는 방향을 바꾸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요.
여기에 북유럽의 오딘은 전쟁과 마법, 예언과 시,
약속과 계약을 지키는 힘을 더했죠.
그래서 수요일은 단순한 대화의 날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세상을 읽고 맞서며 길을 여는 날이에요.
수요일의 꽃 – 아이리스, 무지개의 다리
{ 아이리스 정원 : 무지개의 여신이 남긴 색의 향연
보라·노랑·파랑의 꽃잎이 흐름 속에서 피어난다.
지혜와 희망의 메시지를 품은 아이리스,
수요일의 빛을 닮았다. }
아이리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무지개의 여신의 이름을
딴 꽃입니다.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전령이자
희망의 상징이지요. 그 꽃잎은 보라, 노랑, 흰색, 파랑,
붉은빛까지… 마치 무지개의 정원에서 가져온 듯 다양한
빛깔로 피어납니다.
보랏빛 꽃잎은 고요함 속에 힘을 품었고, 노란 꽃잎은
따뜻함과 기쁨을, 푸른빛과 흰빛은 평화와 신뢰를 전합니다.
수요일의 결은 이 아이리스처럼 색채와 결이 다채롭습니다.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힘차게, 우리를 연결하고 다음 길을 안내합니다.
오딘과 흐름의 상징
{ 오딘과 까마귀 후긴(생각)·무닌(기억)
: 흐름을 읽고 지혜를 모으는 수요일의 수호자. }
그의 곁에는 생각(후긴)과 기억(무닌)을 뜻하는 까마귀
두 마리가 하늘을 가르며 세상의 소식을 모아 왔어요.
오딘은 흐름을 지켜보며, 필요한 순간에 창
궁니르(Gungnir)를 던져 세상과 대화를 시작했죠.
수요일을 물·흐름·사유의 날로 보는 이유도 바로
이 ‘지혜를 모으고 흐름을 읽는’ 오딘의 본질에서 왔습니다.
흐름 속의 쉼 – 스웨덴 Lillördag [릴뢰르다그]
lill(작은) + lördag(토요일) = 작은 토요일 (little Saturday)
수요일 오후, 스웨덴 사람들은 ‘작은 토요일’이라는
이름 아래 잠시 멈춰 섭니다.
친구와 맥주 한 잔을 나누거나,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이 작은 휴식은 바쁜 흐름 속에서도 자신을 돌보는 지혜가
됩니다.
이 전통은 오래전, 주말에 쉴 수 없었던 가사도우미들이
수요일 오후부터 저녁까지를 자유 시간으로 삼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공식 법규가 아닌 생활 관습이었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주중 한가운데 작은 축제를 즐겼습니다.
스웨덴은 높은 세율을 기반으로 한 포괄적인 사회 복지 제도를 운영합니다. 노인 복지와 육아 지원이 촘촘하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무상 교육을 제공합니다.
청정한 자연환경과 숲, 호수는 일상 속에서 휴식과 영감을 줍니다.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스웨덴은 4위에 올랐습니다.
스위스·노르웨이·뉴질랜드에 이어, 이민자가 살기 좋은 나라 조사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요일이 만든 작은 숨이,
스웨덴을 이 세상의 인기나라로 올려놓았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도 바쁜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춰,
자신을 위한 작은 여백을 숨으로 만들어 보아요.
오늘의 특별 초대석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순간을 붙잡아 자신만의 결로 바꾸는 사람.
웃음을 심고, 때론 울림을 남기는 그 능력은
수요일이 가진 힘과 닮아 있어요.
1. 즉흥의 귀재, 창작의 흐름 — 찰리 채플린
채플린은 철저한 대본 대신
순간의 영감에 몸을 맡겼습니다.
“한 남자가 술집에 들어온다”
그 한 줄 메모로 촬영을 시작하고,
현장에서 수백 번씩 리테이크하며
이야기를 빚어냈죠.
그의 카메라는
물길처럼 자유롭게 흘렀습니다.
흐름 속에서 길을 만들며,
웃음을 남긴 예술가.
2. 야샤 하이페츠(Jascha Heifetz) 와 왼손 바이올린
“제 바이올린은 왼손잡이용이에요.”
16세부터 하루 6시간 이상 연습했던 채플린은,
오른손잡이였지만 왼손 연주가 더 편했습니다.
그래서 현과 내부 구조를 모두 거꾸로 세팅한
‘왼손용 바이올린’을 만들었죠.
어느 모임에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리우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가
채플린의 악기를집어 들었다가 연주가 되지 않자,
채플린은 웃으며 위 말을 남겼습니다.
이 짧은 대화 속에는 그의 유머와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습니다.
3. 하차투리안의 피아노 위, 영원히 놓인 장미
( 채플린의 한 송이,
하차투리안의 음악 속에서
사계절을 거슬러 피어 있었다. )
1965년, 스위스의 오후.
채플린은 서랍을 열어
하차투리안에게 한 장의 음반을 꺼내 보였어요.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당신이 1940년에 쓴 그 곡.
“내가 가장 자주 듣는 곡 중 하나예요.”
그의 목소리엔 부드러운 웃음이 묻어 있었죠.
며칠 뒤, 병원 침대 위의 작곡가에게
도착한 것은
장미 한 송이와 손편지 한 장.
세월이 흘러도 그 장미는,
채플린의 마음을 머금은 채
그의 피아노 위에서
조용히, 그리고 오래도록 빛을 간직했답니다.
4. 요리 레시피도 기부한 따뜻함
요즘은 레시피가 넘쳐나지만, 채플린이 활동하던 시절에는 유명인이 자선 요리책에 직접 요리법을 기부하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1916년, 그는 애플 롤 레시피를 《Celebrated Actor-Folks’ Cookeries》에 기고했고, 수익금은 적십자와 배우 기금에 쓰였어요. 1940년에는 전시 구호를 위해 발간된
《 Spécialités de la Maison》에 사워크림 핫케이크를 실었는데, 이 책은 American Friends of France의 전쟁 구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었습니다.
그의 레시피는 단순한 요리법이 아니라, 세상과 나누고 싶었던 온기였습니다.
채플린이 영화 속 음식 장면으로 전해온 따뜻함이, 이번엔 실제 레시피를 통해서도 사람들의 식탁 위에 놓였던 것이죠.
찰리 채플린이 레시피를 기부한 1940년판
<Spécialités de la Maison>
왼쪽 : 더스트 재킷 표지
오른쪽 : 빨간 체크무늬 하드커버
이미지 출처 : The Cary Collection, Johnnycake Books
찰리가 가장 사랑한 아침 — 사워크림 핫케이크
• 사워크림 2컵
• 달걀 2개
• 탄산가루 1작은술
• 소금 1작은술
• 밀가루 ¾컵
달걀 흰자를 단단히 거품 낸 후 노른자를 넣고 섞습니다.
사워크림, 탄산가루, 소금을 넣고 함께 섞은 뒤 밀가루를 넣어 반죽합니다. 작은 팬케이크 약 30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Stiffly beat egg whites, add yolks. Beat together; then add sour cream, soda and salt. Beat all together and add flour. This makes about 30 small pancakes.
5. 웃음 속의 깊은 사유
( 찰리 채플린과 윈스턴 처칠, 웃음과 무게가 공존하던
역사 속 한 장면. )
그는 언제나 농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었지만,
그 농담 속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깊은 통찰이 숨어 있었습니다.
전쟁 직전, 긴장하던 윈스턴 처칠에게 다가가 채플린이
물었습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진지하세요?”
“독일이죠. 또 뭐가 있겠습니까?”
“아, 그렇군요…”
“아니요, 아니요. 이건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 흐름 속에서도 본질을 짚어내는 순간, 웃음은 생각을 열고 길을 만든다. )
수요일, 흐름의 결
수요일은 주중의 허리이자,
삶의 숨을 고르는 날이에요.
물처럼 흐르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법을,
연못 위의 수련이 가르쳐줍니다.
아이리스는 오늘도 먼 곳까지 향기를 전하며,
그 다리 위에 희망을 걸어둡니다.
“물은 모든 것을 이기지만, 다투지 않는다.”
- 노자
오늘,
한 모금의 물처럼 맑은 대화를 마음에 담아 두세요.
그 대화는 음악이 되고, 음악은 꽃이 되어 피어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