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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라미 Jun 11. 2022

네, 전 많이 예민해요. 하지만 그만큼 섬세하죠.

내 기질을 수용하며 살아가기

성격이 무던하다는 말. 아마 평생 가도 못 듣게 될 말일 거다.

늘 예민해서 주위를 신경 쓰고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상대방이 아무 뜻 없이 하는 말에도 공연히 심기가 불편해졌고, 스르륵 흘려보내는 일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기분 나쁘고 불편한 감정의 후유증이 오래가기도 했다. 잘 털어지지 않아 남편을 붙잡고 몇 날 며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나보다 성격이 무던한 남편은 제발 마음 편히 갖고 무심해졌으면 좋겠다는 걱정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잘 안되었다. 잘 안 되는 것에 또 신경이 쓰이니 내가 어리석어 보였다. 다 자란 어른이 왜 이렇게 못나게 굴까? 스스로를 비하하기도 했다.

우연히 집어 들었던 '너무 신경 썼더니 지친다'라는 책에서 "키가 큰 사람이 신장을 줄일 수 없는 것처럼, 섬세한 사람이 둔감해지고 눈치를 못 채기란 불가능하다."라는 문구를 만났다. "섬세함"은 타고난 기질이요, 고유한 특성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니 오히려 섬세한 면을 장점으로 삼아 소중히 다룬다면 활력 넘치는 행복한 삶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은 고쳐야 하는 것, 스스로를 갉아먹는 나쁜 습성이라고 생각해온 나에게 뭉근한 용기와 위로를 건네주는 문장들이었다.

저자의 조언대로, 내 본심에 귀를 기울여 그 바람을 이뤄나가다 보면 나에게 좋은 것을 선택하는 감각이 분명해질 수 있으니, 싫어하는 것과 엮이지 않게 될 것 같다. 그게 내가 단단해지는 길이고, 상처받지 않고 감정이 흐르도록 놔둘 수 있는 방법일 거다.

죽었다 깨어나도 성격은 무던해질 수 없겠지만 굳이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성격을 고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성격 좀 바꿔야겠다고 스스로를 닦달할 필요도 없어졌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소중히 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딴짓들을 자꾸 찾아보고 싶었던 것도 어쩌면 섬세한 본성이 이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아우성이었나 보다.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인 글쓰기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좋아하는 걸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감각이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섬세한 사람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활력 있게 살아가는 열쇠, 그것은 바로 자신의 본심인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읽고 그걸 하나씩 이뤄나가다 보면 '나는 이게 좋아', '이렇게 하고 싶어'라는 마음의 중심이 단단해집니다.

<너무 신경 썼더니 지친다 -다케다 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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