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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라미 Oct 14. 2023

미니멀 옷장 파먹기 3대 원칙

내가 좋아하는 옷들로 멋지게 입는 법

옷장에는 비움의 레이스에서 살아남은 승자들만 남겨졌다. 어려운 과정을 통과한 대단한 놈들이라 생각하니, 더 소중히 여기고 알뜰하게 입어주고 싶다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다만, 쉽게 질려하는 성향으로 미루어볼 때 옷장에 흥미를 잃고 곁눈질할 날이 오지 않으란 법은 없었다. 더욱이 옷을 함부로 버리지도 들이지도 않고 살기로 결심했기에, 지금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게 만드는 동력이 필요했다. 반드시 옷을 멋지게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별된 옷들을 골고루 활용해 최대한의 멋을 끌어내보고 싶기도 했다.


이에 마음의 흐트러짐 없이 오래도록 옷장을 소중히 하기 위해 나름의 원칙을 정하게 되었다. 이름하야 "미니멀 옷장 파먹기 3대 원칙"이려나?


1. 내게 어울리는 컬러의 조화를 알아 둔다


남겨진 옷들의 컬러는 화이트, 블랙, 그레이, 아이보리가 주를 이루고 있어 대충 아무렇게나 골라 입어도 대체로 어울린다. 하지만 매번 수수하게만 입는다면 금방 지겨워질지도 모른다. 어떤 조합이 어떤 분위기를 풍기는지를 미리 염두에 두면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선별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코디북과 컬러 팔레트, 그리고 나에게 어울리는 톤을 고려하여 나름의 베스트 조합을 구분해 두었다.


화이트 상의


깨끗하고 화사한 이미지를 주고 다른 옷들과의 조화도 무난해 자주 손이 간다. 다만 블랙 하의와의 조합은 자꾸만 모나미 볼펜이 떠오르는 데다, 대비 효과도 극명해서 키가 작은 사람을 더 작아 보이게 만들 수 있다.


solution: 화이트 & 블랙 조합을 포기할 수 없다면 레터링이 있는 화이트 티셔츠를 입기로 한다. 그레이나 아이보리 톤의 하의는 언제나 찰떡!

블랙 상의


어떤 하의와 입어도 어색하지 않다. 다만 하의를 블랙으로 맞추는 올블랙 코디는 시크한 분위기와 별개로, 키 작고 마른 사람을 더 왜소하게 만드는 흑마술을 부리곤 한다.


solution : 올 블랙을 원할 땐, 이너로 화이트를 입어서 살짝 살짝 보이도록 레이어드한다. 센스 업!

 

어스(earth) 계열 하의 - 카키, 베이지, 브라운 등등의 ""에 가까운 색


차분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주는 어스 계열은 나이를 먹을 수록 눈길이 가는 컬러다. 다만, 쿨톤의 나에게는 영원히 어울리지 않을 것이기에 상의는 모두 처분하고 피부톤의 영향이 적은 하의들만 남겨두었다.


solution : 상의는 화이트나 블랙도 무난하지만, 라이트 핑크나 블루와 입으면 한 끗 차이의 세련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특히 브라운 계열은 자칫 올드해 보이는 느낌을 주는데, 젊어 보이고 싶다면 청자켓과 같은 블루 계열과 매치해 본다. 

출처 : pinterest

포인트 컬러 상의 - 그린 & 옐로


포인트 컬러는 그린과 옐로, 딱 두 벌만 남겨 두었다. 다만, 색깔이 눈에 띄는 만큼 하의와 컬러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오히려 촌스러워질 수 있으니 주의 요망.


solution : 패션 고수가 아니므로 무난한 조합을 공식화한다. 그린 셔츠는 화이트나 그레이 계열과 가장 잘 어울린다. 괜한 모험이 될 수 있으니 다른 하의에는 눈길도 주지 말 것! 옐로 베스트는 어스 계열까지 커버할 수 있다. 이때 이너로 화이트 티셔츠를 매치해서 깔끔 지수를 플러스한다.


2. 매일 같은 옷을 입어도 괜찮다


옷을 고르는데 과도한 신경을 쓰는 건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옷에 바치는 꼴이 된다. 옷에 잠식되는 삶은 이제 지긋지긋하지 않은가? 이제, 결정은 항상 심플해야 한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유난히 고민이 되는 날이라면 어제 입었던 옷을 또 꺼내기로 한다. 어제 입고 나갔을 때 몸과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면 대체로 무난한 옷인 것이다.


더욱이 나는 회사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아니기에 나 옷에 관심을 주는 사람조차 없다. 늘 혼자라는 것이 쓸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유롭고 홀가분한 조건이다. 스티브 잡스처럼, 단벌 신사로 다닌다 해도 내가 괜찮다면 걸릴 것이 없다. 나에게 당당하기만 하면 되니까.


3. 나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완성한다


1번과 2번의 원칙을 지키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손이 가는 옷들이 생겨나면서 나름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되고 있다.


내가 만족하는 스타일을 알고 있다는 것, 내가 편안한 상태를 알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옷의 입는 기능을 넘어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의 만들어진 시그니처 스타일은 대략 2가지다.


여름엔 리넨 스커트와 원피스


리넨 소재는 가볍고 시원한 데다 탄탄하게 형태를 잡아준다는 장점이 있다. 다들 몸매를 드러내는 여름에, 나는 마르고 왜소한 체형을 커버하는 데 필사적이 되곤 하는데 리넨 스커트와 원피스라면 덥지 않으면서도 몸매까지 가려주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깔끔하고 미니멀한 느낌도 있어서 약속이 있는 날에도 부담 없이 꺼내 입게 된다. 그야말로 꾸안꾸의 정석이다.


구김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외출 후에 돌아와 칙칙 습기를 먹여주면 요술 부리듯 빳빳하게 펴진다. 그리고 좀 구겨지면 어떤가? 때로는 자연스러움이 더 멋스러운 법.

사계절 화이트 티셔츠와 스웻 팬츠


수년 전부터 합성섬유 소재는 들이지 않고 있다. 꺼끌 거리는 착용감이 싫은 데다 공기가 안 통하는 기분이 들어 거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면 티셔츠의 비중이 높아졌다.


소매길이와 라인이 다양한 화이트 티셔츠를 여러 벌 갖고 있기에 하의는 그레이 스웻 팬츠로 고정하고 티셔츠만 돌려가며 입는다. 한 겨울, 한 여름만 빼면 어떤 계절에도 무적이다. 쌀쌀해지면 맨투맨을 덧입거나 점퍼나 후드 집업을 걸친다. 지금 막 집에서 나온 것 같은 내추럴한 분위기가 편안하다.



비움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옷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와 어울리고, 컬러나 디자인이 조화로우며 몸에도 편안한 옷은 자신감과 활력을 불어넣어 주곤 했다.


정돈된 옷장 문을 활짝 열고 지긋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안에 내가 원하는 자아가 숨 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난한 컬러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부드럽고 기분 좋은 소재의 옷들은 요란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담고 있다.


예전의 화려한 옷들에 비하면 다소 심심한 은 있으나, 힘을 잔뜩 쥔 옷차림보다는 허전한 듯 비워두는 쪽이 마음이 편하다. 굳이 채우지 않고 여백을 두는 삶이야 말로, 내가 만들어 가고 싶은 인생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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