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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라미 Oct 23. 2023

쇼핑 유혹에서 벗어나는 5가지 방법

유튜브에 미니멀 옷장이라는 검색어를 몇 번 입력했더니, 영상과 영상 사이에 나오는 광고마다 옷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바로 관심 없음을 누르고 스크롤을 내려보지만 옷 광고는 집요하게도 딸려 나왔다.


광고 속 신상보자, 나도 모르게 "예쁘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앞으로 쇼핑에는 눈을 감기로 했지만, 의도치 않게 노출되는 순간 이성보다 감성이 한 발 앞서가고 만 것이다. 이미 머릿 속은 올 가을 유행하는 스타일로 차오르기 시작한 걸까? 급기야는 검색창에 2023 F/W라고 입력해 버렸다. 유튜브는 기다렸다는 듯 신상을 두른 예쁜 언니들을 후루룩 쏟아냈다. 다시 업무 모드로 돌아왔지만, 눈앞에는 이미 신상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다시 유튜브를 켜니 알고리즘이 알아서 옷 영상을 홈 화면에 띄워주었다. 애써서 검색하지 말고 바로 들어가라고 말이다. 녀석, 참으로 친절하네.


노 쇼핑을 결심했음에도 이따금 마법에 걸린 듯 빨려 들어가는 순간을 마주하곤 한다. 혹자는 가만히 있는 사람까지 헤집어 놓는 마케팅이 문제라고 하지만, "예쁘다"라고 느끼고 신상에 기웃거린 건 순전히 내 탓이다. 지난날, 수많은 쇼핑을 통해 이를 "좋은 것"이라고 판단하도록 뇌를 훈련시켰고 여전히 흥분과 설렘을 기억하는 '나의 뇌'가 도파민 분비 명령을 내리는 것일 테니까. 그러므로 무작정 광고를 탓하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나만의 방법을 만든다면 유혹에 흔들릴 확률은 줄어들 것이다. "쇼핑 유혹에 빠질 때, OOO 한다"라는 공식을 세워두고 "이 쪽이 더 행복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뇌는 결국 쇼핑을 안 하는 쪽을 더 좋은 것으로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말이다.


[쇼핑 유혹을 없애는 5가지 방법]


레벨 1 : 온라인 앱을 삭제한다.


자동 로그인 후 물건을 찾는 대로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고 결제 정보까지 저장된 앱은 내 집 드나들 듯 쇼핑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앱을 삭제함으로써 진입 장벽을 높여 놓으면, 시간에 여유가 없거나 급하지 않을 땐 미뤄놓게 된다. 쇼핑이 불편해지면 귀찮아지게 마련이므로, 게으른 덕에 쇼핑을 안 하게 되는 신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단, 그 순간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전혀 소용이 없다.  


레벨 2 : 맛있는 간식을 사 먹는다


쇼핑 욕구는 심심하고 따분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정말 바쁘고 정신없을 때는 광고가 나와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유튜브나 SNS를 볼 시간조차 없을 테니까. 쇼핑은 삶이 루즈할 때 빠르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기어이 돈을 써서 만족감을 느끼고 싶다면 특별한 간식을 사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새로 생긴 디저트 가게에서 추천 메뉴를 사 오거나 카페에 들러 시즌 음료를 맛보며 나에게 소박하지만 작은 행복을 안겨주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가족들과 함께 먹는 시간도 가질 수 있으니 1석 2조라 할 수 있다.

 

레벨 3 : 취향에 맞는 남의 집을 랜선으로 구경한다


몇 달 전 우연히 지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들어서자마자 내가 꿈꾸는 집이라는 걸 직감하게 되었다. 현관에는 공용 슬리퍼 외의 어떤 신발도 나와 있지 않았고, 마루에는 소파와 운동 기구만 있었으며, 싱크대 위나 식탁 위의 공간 역시 너저분하지 않았다. 모든 물건들이 바르게 정돈되어 있는 상태라기보다는 물건이 없어서 정갈하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 집이었다.


그날 이후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할 때면 랜선으로 그와 비슷한 분위기의 남의 집을 구경하는 습관이 생겼다. 쇼핑의 유혹에 빠지려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재빨리 텅 빈 집을 검색해 본다. 물건을 또 하나 들이는 만큼 이런 집은 요원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눈이 질끈 감긴다.   


레벨 4 : 구매 너머의 비움을 생각한다


옷을 사는 건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되지만 비움은 옷을 꺼내서 의류 수거함까지 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동반한다. 게다가 내가 비워낸 옷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단순한 호기심이나 흥미로 일단 사고 보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까 싶다. 옷장 비움을 통해, 쉽게 얻어지는 건 쉽게 버려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체득했기에 구멍 날 때까지 입을 각오가 없다면 애초에 사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만렙 : 목적을 상기한다


이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예쁜 옷을 볼 때마다 이성보다 감성이 먼저 튀어나와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목적이라는 것은 언어로 나열된 이성적 사고의 영역이라서, 감성이 뇌를 지배해 버리면 단어 하나도 상기하지 못할 정도로 허우적대고 만다.


도돌이표가 되었지만, 지름길은 없다. 레벨 1 ~ 레벨 4의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나의 뇌는 결국 쇼핑을 안 하는 쪽이 편안한 삶이라는 걸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꼭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는 삶이 주는 편안함을 지속적으로 학습시켜 보겠다. 그 삶이 곧 목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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