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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의저편 Dec 23. 2023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당신 안에 거인을 발견하라!

 KTX 열차 안에서 '염영숙' 여사는 분실된 지갑을 찾는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해프닝에서 지갑의 행방을 알고 있는 노숙자 '독고'를 만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편한 만남을 통해 “불편한 편의점”은 불편하고 평범한 시작을 열어간다.


 지금이라도 당장 일어날 것 같은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두 인물의 티격태격 호흡에서 잔잔한 감동이 시작되고, 두 명의 인물은 여러 명으로 증폭되고, 감동은 지극히 사소한 것에서 출렁거렸지만, 겹겹의 감동으로 발화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지극히 사소함은 종종 무관심을 몰고 다니지만 “불편한 편의점” 속 사소함은 감동과 희망을 몰고 다녔다. 책 속의 인물들은 분명 우리네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구성원들이지만 팍팍하고 속도감 있게 지나가는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서 느림의 미학을 연출하고 쉼을 주는 포근한 그늘을 연상케 한다.


 편의점이라는 작은 공간은 우리의 공간이리라! 인물들의 대화와 삶은 우리의 대화이고, 삶이리라! 간결하고 보잘것없는, 때론 이기적인 인물들의 말투에서 삶과 끝없이 투쟁하는 나의 모습을 마치 내가 나의 연극을 보고 있는 데자뷔를 느꼈다.


 인물들의 삶은 매일매일 처절한 도전과 용기를 동반하거나 결코 삶에 포기하지 않으려는 아우성으로, 깊은 밤을 더욱 밀도 있게 꾸며간다. 그들이 만들어 가는 깊은 밤의 밀도는 어두울수록 밝게 빚을 내는 평범한 밤하늘의 별들에 영향을 주고, 텅 비어버린 내 마음을 밀도감 있는 울적함으로 채워갔다. 


 이들 모두의 삶이 동일하게 읽혀오고, 동일한 읽힘과 느낌은 동심일체와 혼연일체로 나와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버렸다.


 소설 속“불편한 편의점”은 청파동에 있는 작은 편의점으로, 매일 새로울 것 없이 돌아가는 타임루프 같지만, 확대경으로 당겨보면 똑같은 일상은 단 한 번도 없는 매일매일이 새로움의 연속이다.


 책 속의 몇몇 안 되는 주연과 조연들의 흔하디 흔한 편의점 속 타임루프에서 매일매일 새로움과 신선함을 창조하고, 그 창조적인 일상은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전에 느껴본 적 없는 감동적 찡함과 짠함을 던져준다. 세상의 모든 평범한 이들이 절대 평범하지 않은 창조적인 일상을 만들어내고 그야말로 신성한 이분법을 매 순간 그려낸다.


 책 속 인물들의 대화 한 마디 한 마디, 몸짓 하나하나가 마치 연극에서 활자가 살아 숨 쉬는 인간으로 둔갑하여 연출하는 공연과도 같게 느껴졌다.


 평범한 인물과 평범한 일상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이토록 황홀하였던가! 인물들의 대화는 어느덧 동감의 리듬을 만들고 감동을 몰고 왔다. 그 감동과 동감은 나를 더 격하게 생생하고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 속으로 밀어 넣었고, 더 처절한 삶을 살아보라고 부채질했다.


 평범한 삶은 쉬지 않고 우리를 당겼다 놓았다 치고 빠지는 권투선수의 매운 주먹과도 같은 감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나는 피부에서 시작하여 뼛속까지 쭈뼛쭈뼛 느껴지는 희망의 파도를 타고 서서히 사소함 속으로 젖어 들어갔다.


 오랜만에 느껴본 카타르시스다. 빈틈없이 꽉 찬 오르가슴이다. 매 순간 나는 인쇄된 활자와의 혼연일체가 되어 한바탕 격은 황홀함에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다. 활자가 풍긴 평범함의 냄새에 취하고, 좋음과 개운함이 춤추듯 내내 나를 요동쳤다.


 “불편함 편의점”속 인물 모두가 우리 모두 이리라. 감동은 책 속에서 파생되어 우리에게 머물고 다시 타인에게 몰입되리라! 영원히 순환하는 들숨과 날숨처럼.


 사랑하고 싶은가? 지금 당장“불편한 편의점”을 꺼내 들어라! 숨겨졌던 당신의 폭발할 사랑의 재능을 발견하리라. 


 “불편한 편의점” 인물의 삶은 제각각 실패와 낙오의 절망에 상대방의 이해와 존중이 접목된 소통과 이해의 생태계를 구축해 간다. 그렇게 구축된 생태계는 끝없이 순환하는 상대탐구로 가득 찬 메타버스의 세계를 만들고 진화한다.


 불편한 사람이 모이면 역설적 이게도 불편함보다는 숨김없는 본성 지향적인 감정이 공유되고 그 공유는 이해와 동감의 싹을 틔우는, 특별하고 묘한 회복의 마력을 만들어낸다. 변화된 회복 탄력성은 다시 사랑의 묘약을 타고 또 다른 실패와 낙오가 가득 찬 메타버스의 세계로 진입하리라!


 실제로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는‘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라는 자기 수필집에서 ‘소설은 엉덩이로 쓴다’라고 고백한다.


 소설은 쓰여지고 삶은 살아내는 것이다. 소설은 엉덩이로 쓰여지지만 삶은 끝없는 인고의 시간을 요구한다. 그 인고의 시간이 “불편한 편의점”을 잉태했고 해산했다.


 “불편한 편의점”은 평범한 이들에게 말하고 있다. 계속 살아보라고! 계속 전진해 보라고! 누군가와의 만남과 헤어짐 가운데 희망은 쉬지 않고 탄생을 예고하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음을 발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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