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몇 날을 한 여름밤에, 한 책과의 스토리와 대면하며 한여름밤의 추억 하나를 건져냈다. 그리고 이젠 여러분을 책후기의 여행으로 초대하여 함께
또다른 수다와 공감을 떨고싶다.
작가의 이름만큼 얼굴도 모습도 은은하고
영롱하다. 작가의 이름은 최은영이다.
다소 어려보이는 작가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글실력은 첫 장부터 은은하나 강단있고,
예민한 관찰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것만같다.
글에는 순정 또한 어려있어 나를 자꾸만 어떤 청춘의 기억으로 몰고 가기도한다. 이것은 진한 에스프레소같은 사랑이야기인가? 첫 장부터 은은하게 냄새로 추억을 부른다. 하지만 당신과 내가 생각하는 그런 러브스토리는 아닐 것 같다. 그 이상인가?. 나의 정서좌표는 설레나 왠지 침잠 할 것 같은 느낌이 서린다.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
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책 14페이지)
나는 마음 보다는 기억이 장기라면, 가끔
자주 꺼내서 지우개로 지우고 싶다.
지우개로 지우고 가위로 재단하고 때론
좋은 기억 소유자의 기억줄기에 이식해
좋고 멋진 기억만을 남긴채 살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좋은 기억은 향기가 나고 부드럽고 새로움을 줄 것만 같겠지. 가끔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하지만 나쁘고 아리고 시리고 쓰라린 기억은 나 자신을 성장시키지는 못할지라도 성숙시킬 순 있겠지. 아픈기억은 나를 침묵으로 이끄는 재주가있고, 침묵은 나를 어른으로 만드는 재능이
있더라. 그래서 마음과 기억같은 진짜 소중한 것들은 우리 존재 어딘가에 꽁꽁 숨어서 침묵과 느낌과 감정으로 우리 삶과 끝없이 교류하나보다.
성장보단 성숙으로, 표현보단 침묵으로.
말과 몸짓은 육화된 삶의 언어라면 생각과 감정, 침묵과 느낌은 영혼화된 삶의 언어일 것이다.
"철길 아래로 내려가면서 그에게 내려오라고 손짓하는 그녀를 보며 그는 그순간이 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했다" (책37페이지)
어쩜 이런표현이 나올 수 있을까?
"순간이순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찰나의 순간이영원의 순간으로 둔갑되는
묘한 언어의마법이 있다면 이것이리라.
작가는 분명언어의 지휘자로 언어를 부리고 만지고
치유하고 소생시키는 전능자로 보인다. 이 책의 best point를 뽑으라면 분명 이지점 이라고 말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