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혹은 악마>, 이슬람에 관한 오해와 진실
표지 사진: 십자군 전쟁 / 출처: 십자군 전쟁, <나무위키>
최근 교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이슬람은 곧 테러리즘이며 모든 무슬림 역시 테러조직과 관련돼 있다는 오해가 보편화되고 있다. 왜 이런 오해가 생겼을까? 이런 오해와 편견은 특히 서방 기독교 문화권에서 심한데, 일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이슬람을 악마를 숭배하는 사교(邪敎)라거나 제대로 된 교리조차 없는 사이비 종교라는 식의 극언도 서슴지 않는다.
2011년 3월 20일 미국 플로리아주에 있는 게인스빌(Gainesville)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의 목사 테리 존스(Terry Jones)가 꾸란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렸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조차 이 만행을 ‘무례하고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서구인들의 이슬람 멸시와 혐오(Islamophobia)는 근본을 따져보면 이슬람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 프란시스 포드 코풀라 감독의 <드라큘라(Bram Stoker's Dracula)>(1992)는 오프닝 씬(opening scene)이 무척 인상적인 영화다.
영화가 시작되면 음산하고 불길한 분위기의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In 1453, Constantinople was fallen.'이라는 자막과 함께 오스만 튀르크 제국에 의한 동로마 제국 멸망과 연이은 유럽 침공 장면이 나온다.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하기야 소피아 대성당(Hagia Sophia Cathedral) 돔 위에 십자가가 땅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고 대신 그 자리에 초승달이 오르는데, 유럽 본토를 향해 진격하는 튀르크군의 말 울음소리와 행군하는 군사들의 발자국 소리에 맞춰 달빛에 비친 초승달의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악마의 뿔처럼 유럽 지도 위로 뻗쳐 온다.
유럽인들의 이슬람 공포증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유럽인들이 이슬람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유럽 문화는 그리스ㆍ로마 문화에 기독교 문화가 결합돼 이뤄졌다. 헬레니즘(Helenism)과 기독교(Christianity)는 유럽 문명을 떠받치는 양대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슬람은 기독교의 핵심교리 삼위일체론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이슬람의 시각으로 보면 기독교는 인간을 신으로 받들어 모시는 사이비 종교에 불과하다. 기독교를 부정하면 유럽 문화는 성립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이슬람은 유럽인들에게 자신들의 정신문화의 뿌리를 뒤흔드는 최악의 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신적인 측면 이외에는 역사적으로 이슬람 세력은 유럽인들에게 실질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을 가했다. 이슬람 세력은 두 차례나 유럽을 대대적으로 침공했고, 기독교 세계를 완전히 멸망시킬 뻔 했다. 732년 카를 마르텔(Karl Martell, 680~741)이 이끄는 프랑크 왕국의 중갑기병(重甲騎兵)들은 프랑스의 뚜르(Tours)와 푸아티에(Poitiers)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간신히 이슬람 세력의 유럽 정복을 저지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64년 뒤 유럽인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1096년 최초의 십자군이 예루살렘 성지회복을 명분으로 레반트(Levant) 지방을 점령하기 위해 출병했다. 그 후 약 200년(1096~1291) 동안 총 8차에 걸쳐 십자군 원정이 단행되었지만 1차 때를 제외한곤 모두 참담한 실패로 끝이 났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슬람 제국은 유럽인들에겐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었다.
<제 4 장 이슬람 공포증(Islamophobia)과 이슬람 테러리즘의 탄생 0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