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혹은 악마>, 이슬람에 관한 오해와 진실
표지 사진: 단체로 기도하는 무슬림들 / 출처: '다르 알하르브 vs. 다르 알 이슬람', <CORONA>, 2023-01-01
내가 처음으로 이슬람을 접한 것은 2003년 5월 17일 이라크 전재민 구호 임무 때문에 중간 기착지였던 요르단(Hashemite Kingdom of Jordan) 암만(Amman)에 도착한 첫 날 새벽이었다. 호텔방에서 왠지 모를 기대와 흥분으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을 때 느닷없이 아름다운 노랫가락 같은 소리가 새벽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바로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 소리였다. 생전 처음으로 들어보는 아잔 소리는 너무나 청아했다. 예전엔 무앗진(Mu'ahdhin: 아잔을 외치는 사람)이 직접 미나레트(Minaret: 마스지드 옆에 서있는 첨탑)에 올라 오직 육성으로만 아잔을 외쳤으나 오늘날엔 기계(확성기)의 힘을 빌려 아잔이 더 먼 곳까지 울려 퍼지도록 한다.
낮에 암만 시내에서 정오 기도를 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봤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시간 맞춰 아잔이 울려 퍼지면 온 도시가 멈춰 선다. 길 가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도로 위에 자동차들까지 모두 멈춰 선다. 마치 우리나라의 민방위 훈련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실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알라후 아크바르!(Allahu akbar: 신은 위대하도다!)’를 외치며 기도하는 모습은 너무나 경이로워서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무슬림들은 어디에서건 필히 하루에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데, 야외에서 기도할 경우에 대비해 향상 나침반(요즘은 스마트 폰에 메카 방향과 기도 시간을 알리는 전용 앱이 출시되어 있다.)과 사자다(sajadah)라 불리는 기도용 작은 양탄자를 둘둘 말아 가지고 다닌다.
밖에 나와 있을 경우에도 때가 되면 나침반으로 메카 방향을 확인하여 맨땅에 사자다를 펼치고 기도를 올린다. 무슬림에겐 그곳이 어디든 기도하는 곳이 곧 마스지드가 된다.
바그다드(Baghdad)에서 우리 팀을 태우고 다녔던 운전기사 마헤르(Maher)와 카이사르(Caesar)도 차에다 나침반과 사자다를 싣고 다니며 때가 되면 잊지 않고 기도를 올리곤 했었다. 기도 중에 꾸란 구절 암송과 함께 일어섰다가 엎드려 절하는 동작(라카: Rakaa)을 몇 차례 반복하는데, 이런 기도 습관 덕분에 노인들 중엔 앞이마에 못이 박힌 이들도 많이 있다.
아랍 무슬림들의 신앙심은 정말 대단하다. 그들은 이승에서의 삶을 내세를 위한 준비기간이라 여긴다. 그래서 무슬림들은 그들에게 신앙생활이란 마드라사(Madrasah: 아랍어로 학교를 의미한다. 원래 학교를 의미하는 일반명사였으나 오늘날에는 이슬람 율법 학교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주로 쓰인다.)를 다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신앙공부의 졸업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무슬림들은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카트를 내고 자비를 들여 일생에 한 번 메카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하즈는 모든 무슬림들의 의무이자 평생의 꿈이기도 하다. 매년 하즈가 열리는 이슬람력 12월 8~13일이 되면 세계 각국에서 300만 명 이상의 무슬림들이 순지순례를 위해 메카에 몰려든다.
나처럼 세속에 물든 사람의 눈엔 무슬림들의 신실한 삶이 그저 한 없이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전쟁 통에 한창 어려운 와중에도 가능한 한 이슬람 계율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크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존경심마저 느껴지곤 했었다.
<제 4 장 이슬람 공포증(Islamophobia)과 이슬람 테러리즘의 탄생 01에서 계속>